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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크릿 닥터 - 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꼭 묻고 싶은 여자 몸 이야기
리사 랭킨 지음, 전미영 옮김 / 릿지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20191030 리사 랭킨
책을 만나는 방식은 다양하다. 쓸까 하던(그러다 접은)글 정보 수집을 하느라 구글링 중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피어싱 뭐 이런 키워드 조합인데 이 책의 미리보기가 나왔다. 문신이건 피어스건 자기가 하고 싶음 하슈, 하는 쿨한 대답을 하는 저자의 책 내용이 궁금했다. 마침 알라딘에서 이번 달은 퀴즈적립금이랑 앱 접속 적립금 또 줄게, 한국문학 리뷰 썼어? 이천원 더, 그리고 기분 내키니까 천원 더 하면서 오천원 적립금을 주고 이 책 중고알리미를 울렸다. 읽지도 않고 쌓기만 하는 과소비 줄이려고 도서 월 구매횟구랑 제한액 정해놓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알라딘이 매출이 딸리는지 하도 난리라 결국 아이 중고 동화책 몇 권이랑 같이 눈물을 머금고 주문했다. (뻥치시네 지름신한테 자꾸 지는 주제에)
자연분만 두 번 한 이 나이쯤이면(이러니 되게 늙은 느낌…) 책 내용 중 폐경이랑 몇몇만 제외하고 거의 겪어보거나 이미 알게 되어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그렇지만 저자인 의사 선생님이 너무너무 귀여운데다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하신다.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에 이 책을 읽었다면 아주아주 도움이 되고 위로도 받았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체액의 성분 같은 거 어릴 때 정말 궁금했는데 (그래서 백문백답의 지금 가장 궁금한 점 같은 데 썼던 거 같은) 네, 리사 선생님이 상세히 알려주십니다. 질 분비물 구성 성분이 궁금하십니까. 질벽에서 배어 나온 액체+자궁경부 점액+자궁액과 나팔관액+외음부 분비샘들의 분비물+외음부 분비샘들이 배출한 기름과 땀+질 벽에서 떨어져 나온 오래된 세포+건강에 도움이 되는 박테리아, 그러니까 인체 내 소금물, 점액, 세포들의 복합체지 독성 노폐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20년 전 쪼끄만 (아 그 때 키가 지금 키...)나에게 가서 알려주고 싶다.
정보 제공서로도 훌륭하지만 단지 그뿐이면 이렇게 신나게 안 읽었을 것이다. 짧은 주제 하나하나 마다 저자는 너 있는 그대로 예뻐, 자신을 사랑해도 돼, 네 의지가 중요해, 네 건강이 최고야, 건강에 상관 없는 건 네가 원하는대로 해, 자기 경험을 섞어 풀어가며 우쭈쭈로 일관한다. 자조적인 농담도 은근 웃기면서 짠하다. ‘세 번째 결혼 직후(압니다, 알아요.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건)…’이런 식으로 독자의 마음의 소리와 대화까지 한다. ㅋㅋㅋ 나도 연약하고 상처입는 인간이지만, 그래서 너의 상처가 아픈 것도 알아. 뭐 이런 친밀함. 여성성을 긍정하고 그걸 사랑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라고, 투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의사인데(그래서 의학, 과학적 권위도 있는데)친절하고 따뜻한 동지의 목소리로 그런 메시지를 전한다. 이게 가능하다니.
그래서 즐겁고 유익한 독서였다. 잘 보관하고 가끔 들춰보다 조만간 나랑 같은 두 자리 수 연세가 되는 따님께 전해드릴 예정이다. 아직 읽지 않은 여성 동지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다.
아, 제목이나 분홍분홍한 표지는 내 취향이 정말 아닌데 원제목인 거 아래 뭔일이고(what’s up down there? )가 더 마음에 든다. 아마존에서 표지 찾아보니 그것조차 영어판이 더 좋다. 음부 주변에 뻥 뚫린 듯한 그림. 사실 손거울 놓인 듯. 내 취향은 마이너하니 출판사는 나새끼 말에 신경쓰지 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