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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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김금희

어떤 목적으로 부리나케 읽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잘 읽혔다. 읽다보니 나한테 신간 예고까지 해 준 사람인데 이미 샀을 거야, 부질 없다, 줄 게 참 없다 했다. 그래 줄 수 있는 건 말 뿐이라 원없이 수다를 떨고 왔다. 즐겁고 반갑다.
김금희를 되게 오래 많이 읽은 기분인데 사실 두 번째 읽는 단편집이다. 케이 픽션에 단편 하나 묶인 체스의 모든 것과 너무 한낮의 연애 실린 젊은작가수상집까지 하면 권수로는 네 권째이긴 하지만.
몇 개 작품 읽다보니 패턴화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그건 좋은 일일까. 작가색이 느껴지는 것과 구조의 답습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패턴이 읽힌다고, 일부러 그렇게 쓴 것도 아니고 읽혔다고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소하고 사적인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고 한참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런 걸 여러 번 써서 마침내 잘 쓰게 된 사람이 작가가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아직 멀었어. 여러 번도 잘 도 까마득하다.
종교가 있어 제사를 안 지낸다는 인물이 자주 나오는데, 왜 기독교라고 말을 못하니. 제사 지내는 조상 숭배 자체도 종교인 것을. 어떤 사람들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남을 다치게 하지 않는 쓰기에 대해.

-체스의 모든 것
두 번째 읽어도 줗았다. 주인공 아닌 목격자가 되는 건 참. 그런데 이젠 나도 그런 거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 하하. 국화의 무심함과 선배가 느낀 모욕감.
이제 나랑은 체스를 두지 않는 딸래미는 여전히 아빠랑 자기 룰대로 잘 한다. 실력이 점점 는다고 한다. 져도 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이 씩씩해.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여기도 사랑의 목격자 하나. 몰래 신을 신어보고 고집하던 모자를 벗은 채 어울리지 않는 십이야 대사를 읊는 일. 카페인데 커피는 한 잔도 안 마시네. 내가 못 봤을지도. 무시무시한 비탈 꼭대기에 늘 살았는데 정말이지 누가 밧줄 같은 걸 매어 준다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도 높은 동네에 살아서 시월 밤에 고개 마루 근처에 가면 여의도 불꽃놀이가 멀리 보인다. 63빌딩 정수리도. 등장 인물 중에 미운 애가 하나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망한 출판사 사장, 교수 지망 강사 부인, 닭갈비집 사장 장인, 반품 진상 고객 낸내, 결이 다르긴 하지만 부녀 관계가 짙다보니 소설 오직 두 사람도 생각나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좋았다. 제목은 되게 낭만적일 것 같은데 답답하고 갑갑한 정서가 더 강했다.
-레이디
어린 시절 회상,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를 그것, 중2병 넘치는 엑스저팬 놀이, 나랑 세대가 약간 겹쳐 그런지 보편적인 성장기 정서나 서사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최은영 그 여름이 그냥 그랬던 거 보면 나는 김금희 쪽이야 역시. 비교하면 니들도 싫으면서 왜 자꾸 둘을 비교하니. 이거 누가 시작했어, 응?
-문상
분명 읽은 것 같은데, 내가 웹진 문장을 봤던 적은 없는데, 아 남의 독후감이나 평론 같은 걸 봤나, 했는데 디테일이 너무 살아 있고 그래서 뭐지 하다 보니 젊은 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었었다. 그렇다면 다섯 권째였어. 두 번째 읽는데도 새로웠다. 희극배우는 하고 다니는 짓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가만 보면 연극이나 배우에 대한 소설도 많다. 양희가 그렇고 사장 떠나는 소설이 그렇고.
대구는 딱 한 번 가봤는데 그나마도 구석탱이 안심역 거쳐 연수원만 찍고 다시 역에서 역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우리 부장 다 좋은데 그 먼 데 자기 대신 연수 보낸 건 좀 못됐다. 그런데 거기서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을 만났었다. 헐. 어쨌든 책으로 읽는 노점 군밤 장수 할머니, 수성못, 앞산공원 케이블카.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뭐.
-새 보러 간다
제목은 끝까지 봐도 잘 모르겠다. 운디드 버드. 예술가와 비평가와 편집인. 뭔 먹이사슬 같다. 내가 너를 이토록 보니까 너도 나를 좀 알아달라고 외쳐야 하는 사람의 처지는 어쩐지 제일 처량하다.
-모리와 무라
은퇴한 호텔 직원 숙부와 해경(엄마를 왜 이름으로 지칭할까)과 나와 드롭스를 사는 빚더미에 앉은 연인. 후쿠오카 여행. 친척들 모이면 웅성대는 분위기가 많이 나온다. 여기도 그렇고 다음 소설도, 레이디의 유나의 대가족도 비슷한 느낌. 웅성웅성. 불만. 옛날 타령. 한.
-누구 친구의 류
여행사 직원인 며느리?입장에서 시누이를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적당히 부자집, 가족묘의 이장, 그녀에게 결여된 것, 쿠바의 류. 패턴 패턴화.
-쇼퍼, 미스터리, 픽션
자전적 소설로 발표했다 한다. 우리집에도 그거 있어! 메르헨 전집. 삼촌 한 명이 얻어왔는데 너무 늦게 얻어왔다. 니벨룽겐의 노래 시지프스 신화 같은 거 읽던 고딩한테는 너무 늦었단 말야. 조금 더 일찍 가져다 줬으면 나에게도 꿈과 희망이 넘쳤을까. 다음 세대는 나보다 환상과 꿈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직 소장중이다. 옛날책이라 애가 별로 안 좋아한다…
이런 것도 소설이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묻기엔 너무 멀리왔다. 네 명에게 사랑을 나눠준 그놈 참 밉상이다. 따귀가 달다. 그런데 부족하지 않게 골고루 줬다면 안 들켰다면 그런 생각을 왜 할까.
학교 대문에 깔려죽은 아이. 비극적인 미스터리한 가족의 죽음(근데 이거 진짜 있는 건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아우라만 만든 건지 끝까지 읽어도 헤깔렸다.). 소설쓰는 사람의 어린 시절 고백 같은 건 전에도 어떤 아저씨 무시하고 가는 소설로 읽은 거 같은데. 누구건지 기억이 안 난다.

어떤 평론가가 자기 홈페이지에 김금희는 이번에 묶인 2015-2017무렵 소설 말고 그 뒤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그건 정말 기분 좋은 칭찬일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나는 이전 소설집의 세실리아가 자꾸 생각난다. 읽을 때는 그래 했는데 여운이 두 달을 가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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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10-12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시작한 것 같아요. 최은영 vs 김금희..... 최소한 알라딘에서는 그 판 내가 짠 것 같아....

2019-10-12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0-12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