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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평점 :
-20190819 김금희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김애란 산문집을 팔았다. 한 달도 안 된 책 딱 절반값 받았다.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에 김금희 소설집이 있었다. 단편 두 편만 읽고 여태 한 권도 안 읽은게 너무하지 싶어 민트색 책 뽑았다. 3년 전 나온 소설집 매매가가 방금 판 신간 매입가보다 비싸 빈정 상했다. 다시 꽂아놨다 20%할인 쿠폰 있는 거 기억하고 또 다시 꽂은 자리 가서 뽑았다. 이제 이백원만 더 보태면 살 수 있군. 사야지. 사실 구병모 신간 두 권도 팔았지롱. 그래도 단 하나의 문장은 남겨뒀다.
김금희 진작 읽을 걸 지금이라도 읽어 다행이지, 김애란 팔고 김금희 사길 잘했네 잘했어 얼쑤 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
두번째 읽는데 좋았다. 필용이는 짜증나지만 불쌍하기도 했다. 양희는 불쌍하지만 짜증나기도 했다. 있던 것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이렇게 쓰다니. 나한테 부끄럽지 말고 나무같은 거나 보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조중균의 세계
이것도 좋았다. 지은이 안 쓰여있는 시의 시인이자 꼼꼼한 편집자, 옳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고 아니라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자리는 사라지고 심드렁하게 그러려니 하고 참는 사람만 남는 회사 이야기. 가만한 날이 그래서 마음에 들어서 김세희 소설도 사서 아직 읽는 중인데 이거는 훨씬 묘했다. 절묘했다. 해고자 대기발령자 이 책 안에 되게 많다.
-세실리아
세실리아도 정은이도 슬픈 이야기였다. 이런 후일담 회고담은 너무 외롭다.
-반월
역시나 편지쓰는 사람은 소설에만 남은 것 같다. 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다들 나몰래 답없는 편지를 주고 받고 있나. 마무리는 꿈을 꾸고 그대로 쓴 느낌이다. 섬의 고립감과 본 적 없는 동수와 이모의 이미지 매점 아저씨 죽은 토끼 묻어주기 뭔가 분위기가 꿈같고 영화 같았다. 선글라스가 울었던 눈 감추는 용도가 될 수 있는 건 여기서 처음 (개 기다리는 데서 또 한번) 알고 솔깃했다. 하나 사서 끼고 다니며 울어봐?하고. (청승)
-고기
그냥 고기일 뿐이에요. 여기 나온 정육 아저씨, 개 기다리는 소설의 경찰, 병원 소설의 경호원, 아저씨들 특유의 상호작용할 때의 그 느낌을 잘 그렸다. 사실 나는 어디서나 씩씩하게 찬바람 날리며 말도 못 붙이게 하고 다녀서 그런 추근댐에 가까운 경험은 거의 없지만 어떤 위압감 폭력의 징조 같은 건 도처에 있다.
-개를 기다리는 일
황정은 소설에서도 그냥 개야 했는데 여기서도 그런다. 그런데 같은 개라도 다르다. 개에 대한 애정은 난 잘 모르겠다. 부인과 아이를 두드려 패는 아버지는 좀 일찍들 죽거나 없어졌으면.
-우리가 어느 별에서
이런 제목인지 방금 알았네. 옥수수밭의 이미지, 옥수수 꺾는 아이들, 인터스텔라가 별 관련 없는데도 생각났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이 세상은 거대한 고아원이라고 했던 거도 문득 떠올랐다. 어디지. 누구지. 부모 없이 제 몫을 찾아 사는 어른이 된 아이 이야기를 보면 울어야 할지 대견해야 할지. 고아들은 이 책에 또 자꾸 나온다.
-보통의 시절
부모를 죽인 원수 김대춘을 찾아가는 고아였던 네 남매와 상준이 이야기. 대행부모지만 폭군이었던 큰오빠와 언니, 작은오빠, 나. 작은오빠 캐릭터가 좀 심하게 희미했다. 상준이보다 더. 마지막 장면 보면 약간 친절한 금자씨 생각났다. 이런 성탄절. 성탄이 나랑 뭔 상관있나.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고양이 치트키는 싫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니고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아였던 사실상 대기발령난 가구회사 모과장이라 이 소설도 좋았다. 마지막 굴뚝 올라가는 장면은 좀 슬프고 진부해서 싫었다. 난쏘공이야 고공농성이야 올라가게 하지마 그러지 마 에이씨 흑흑.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