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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마음 - 전중환의 본격 진화심리학
전중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월
평점 :
-20190813 전중환
올해 나온 뜨끈한 신작이다. 바탕이 된 기획 연재도 16-18년에 진행되었고, 그래서 진화심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최신 예시를 들어가며 친절히 설명해준다.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한 두해만 읽힐 거 아닌데 이렇게 요즘 유행하는 티비 프로나 연예인, 정치인을 마구 남발해서야 금세 한물 간 취급 받을 거 걱정 안 되나 싶은 마음도 든다. 그땐 또 뭐 새 책 내겠지...내가 왜 걱정하냐…
그동안 봐왔던 사회과학 분야들은 되게 소심하다. 경향성, 상관관계, 통계적 유의미함만 얘기한다. 거대 이론을 만드는데 인색하고, 심지어 섣불리 설명하려고도 하지 않고, 인과 관계를 단정하는 건 더더구나 자기 일이 아니라는 듯 딴청한다. 그러면서 뭔 학문이야...뭔 과학이야...안 쪽팔리냐….제대로 통제도 안 된 실험에서 인간을 가지고 뭘 제대로 말하겠냐...그런 오명도 많고 억울함도 많다.
진화심리학은 자신만만하다. 어떻게, 가 아니라 왜!!!를 말하겠다고 감히 나섰다. 가설에 대한 과학적 증거도 제법 들이댄다. 탄탄해 뵌다. 거기다가 제법 말이 된다. 설득된다. 오오!
설명하려는 분야도 엄청 넓다. 거의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마음 전반을 다룬다.
먹거리에 대한 너의 호불호는 말야…
네가 왜 그런 놈/년들한테 꼬이냐면...게다가 니가 한 군데 뿌리 못 박고 할랑할랑대는 이유는….
왜 우리가 가족이라면 다 내줄듯 하다가도 죽어라 싸우냐면…
애기가/동물이 왜 귀여워죽겠냐고?
어려운 놈의 사회생활, 믿음, 의심, 우정, 리더십 그런게 왜 이렇게 생겨 먹었냐면….
학교 공부가 왜 어렵냐면…
문화가 달라서! 가 아니라 문화가 왜! 다르냐면…
왜 보수/진보/도덕/성격/정신질환은 이 모양으로 나타나는가?
이쯤되면 거의 전지전능의 학문 아닌가? 물론 다 설명한다면 이거야말로 예언서급 인간의 비밀을 통째로 밝힌 만능 저서겠지...정답까지는 아니라도 진화에 수많은 질문을 푸는 실마리가 있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이런 자신만만함 때문인지 욕도 바가지로 처먹고 오해도 많이 받는 학문같다. 진화와 유전자에서 기인한다면, 그걸 이유로 모든 못된 것들에 면죄부를 주는게 아니냐! 원래 그렇다!하고 나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 저자는 그런게 아니라고, 왜 그런지 이해하는 것이 나쁜 부분을 그러지 않도록 고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어떤 부분은 오해라고 말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어미 뿐 아니라 많은 친족이 함께 하는 육아, 수유와 수유 중단에 대한 엄마와 아이의 힘겨루기 같은 부분은 당장 직면한 부분이라 관심이 갔다.
어떤 때 어떤 이성에게 끌리는가, 왜 충성 또는 한눈 파는가, 는 사랑과 연애와 욕망에 대한 인간의 보편 관심사니 역시나 재미있었다. 물론 모두 납득이 가는 게 아니고 가장 욕을 처먹을 수 있는 부분인 것도 같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대담하게 과학이다!!하고 지르니 용감해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 발생이 진화를 통해 남은 것에는 어떤 번식 적합성이 있었을까에 대한 가설들이 흥미로웠다. 직면한 문제에 대한 고민, 앓고 있는 다른 질환에 대한 회복 등을 위한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면 그래서 아픈 거구나, 언젠간 나을 수 있겠구나, 아픈 게 조금이나마 어떤 기능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위안이 된다. (반대로 아픈 이를 지켜보는 마음도 조금 더 견딜만 할 것 같다)
+책 속 오류
울진 반구대 암각화-> 울산, 울주 반구대 암각화
나는 암구대 반각화 이렇게 말이 헤깔려 나올 때가 많은데 갔다 온 뒤론 동네는 확실히 기억해.
종의 기원 읽기를 더 미루지 못할 거 같다. 완역본은 이제야 나온 거 같고 중고로 산 중역본 빽빽한 글씨에 꼬질이 하나 있는데 도전해보다 안 되면 그 때 신작을 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