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6 박상영저녁을 먹다 아홉 살 딸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얻을까? 애한테 왜 그런 걸 물었나 몰라. 딸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우선, 좋은 취미를 가지는 거야. 그걸 해. 그리고 남에게 베풀면서 살아. 안 될 거 같아도 뭐든 일단 해 보고.확신에 찬 말투로 눈을 빛내며 똑부러지게 말했다. 오 나의 현자야. 지혜와 살아온 기간은 비례하지 않는구나.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지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고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나도 그렇게 한 번 살아봐야겠네. 박상영의 두번째 소설집을 읽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 웃기게 쓰는 재주가 있는 작가였다. 작가도, 재희도, 수많은 영이도, 규호도 모두 덜 불행하고 아프지 않게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불행해야 글이 나오고 그걸 읽어야 나도 재미있지만 두 권 즐겁게 해줬으면 만족할게. 이제 좀 행복해지렴. 그 방법은 위에 나와 있습니다. 나도 아직 못해봤지만. 재희-게이친구에 대한 여성들의 판타지를 공고하게 공구리치는 또 하나의 컨텐츠랄까. 성별 성적지향 상관없이 저런 무람한 우정을 나눈 이들이 부럽다. 팩을 나눠 붙이고 서로를 위해 냉동 블루베리와 냉동 담배를 채워주며 자신의 연애 상대에 대해 밤늦도록 떠들 수 있다니. 늘 서로의 편이 되어주면서. 아니 세상에 그런 관계가 있긴 한 거야? 마이크만 잡으면 빵 터지는 케이팝 매니아. 이번 소설도 또 나왔다. 왜 훌러간 신나는 가요를 매번 눈물 흘리면서 웃기게 만드는 거지. 세 번 써 먹었으니 다음에 또 써 먹으면 레드 카드입니다. 그땐 진짜 안 웃을 거야.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젊은 작가상 책에서 봤지롱. 조금 있다 마저 한 번 더 봐야겠다.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두 편의 연작소설인데 거의 한 편처럼 읽힌다. 규호란 연인과의 시작과 끝 흥망성쇄 에필로그까지. 매번 걸림돌이 되는 카일리의 존재. 헤어진 뒤에야 그 사람이 정말 내게 필요하다는 걸 아는 일. 약간 중2병 돋는 일기장 같은 감정 표현이 넘치는데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고 그게 뭐라고 부럽네. 인생을 몇 개의 글로 투척하는 이들을 보는 건 참 조마조마하다. 짧은 시간 만에 작가랑 엄청 친해진 거 같은 기분인데 다 털어 놓고 나면 다음엔 뭐 쓸 거야? 나야 재미있는데 넌 괜찮아?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털털 털며 아항, 글이 되려고 이렇게 거지같은 일이 한가득이었구나, 책 잘 팔려서 개꿀 이제부턴 하하호호 이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