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5 박상영 작년에 핫했던 박상영의 소설집을 이제야 읽었다. 친구만 사주고 난 안 봤었다. 김봉곤의 새침한 게이 소설과는 또다른 색깔의 소설이었다. 박상영은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탔다. 소설마다 망했다고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제는 그 인물들이 웃고 있을 것 같다. 우리 상영이가 드디어 해냈다, 완전 망한 건 아니다, 하고.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자이툰 파스타와 비슷한 소설이었다. 제제가 가라오케에 술 취해 뻗어 있다 자기 순서가 되자 벌떡 일어나 노래를 한다. 빵 터졌다. 제제가 해 준 농담을 떠올리며 소설이 끝나는 부분은 슬픈데 웃겼다. 올리브유.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두 소설이 짝을 이루는 데 앞에 건 남자친구인 김의 관점, 뒤에 건 인스타 아티스트 소라의 관점이다. 같이 개를 사고 한 때는 사랑했던 연인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웃기게 그렸는데 슬프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자기 껍데기든 뭐든 일상이랍시고 전시하는 사람들이 나는 참 신기하다. 나는 장바구니 오천원 쿠폰을 받기 위해 사진을 올려본 적은 있지롱.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두번째 읽어도 재미있었다. 영화감독이었지만 재능 부족을 깨달은 화자와 뭘해도 이상하게 웃긴 왕샤가 매력터졌다. 완성되어 버린 삶. 이라고 자신들이 거쳐온 실패를 말하는 부분에서 아 나까지 왜 이렇게 슬펐나 모르겠다. 그리고 유채영이 앵앵대며 그 때는 몰랐었어 누굴 사랑하는 법 하는 부분이 음성지원 됐다. 몸매 딴딴한 내 또래 아저씨가 유채영 춤을 흉내내는 모습을 떠올리면 진짜 웃프다. 아무 것도 아니다. 흑흑. -조의 방 언젠가 생각했던 코스튬플레이 컨셉을 상영이가 먼저 써 버렸어 엉엉. 그런데 이 소설집 소설 중에 제일 못 썼다. 그냥 뭔가 어설펐다. -햄릿 어떠세요? 데뷔 실패한 연습생 얘기도 상영이가 또 써 버렸어. 자꾸 이러기야 엉엉. 나를 예뻐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한 명이 있다. 그러니 된 거 아냐. 나의 햄릿 곰곰. 근데 오필리아가 아내냐 약혼녀 아니었어? -세라믹 어린애를 막 쳐 패 맞게 하고 제 손으로 혀를 베게 하고 좋아하던 누나도 어디론가 사라지게 하고 아직 자라지도 못하게 두고 엄마는 순 미친년이고 배터지게 똥으로도 나오기 힘든 세라믹 구슬 막 퍼 먹이고. 그러는 거 아냐. 엉엉. 소설가는 정말 생각할수록 잔인한 사람들이다. 며칠 전 다시 읽은 김애란 물 속 골리앗도 그랬다. 너무 외롭게 빗속을 헤매다 결국 크레인 위에 홀로 남겨두고 심하다고 생각했다. 겨우 아빠랑 별똥별 보며 수영 배운 걸로 위안삼으라는 거냐. 그나마 세라믹은 겨우 구슬 주워 모으고 여자애한테 안기는 게 다다. 삶은 왜 이리 지긋지긋한 거냐. 얼른 두 번째 소설집 나와서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도 읽고 싶다. 젊은작가상 책으로 안 보고 아껴 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