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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명은 무엇인가요 - 일, 직업, 열정, 천직, 부르심
캐런 스왈로우 프라이어 지음, 윤종석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6년 4월
평점 :
우리는 평생 '나의 길'을 찾아 헤맨다.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발견하고, 그 일을 통해 사회적 성공을 거두며, 스스로를 하얗게 불태울 수 있는 뜨거운 열정을 소명(Calling)이라 믿어왔다.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그 기대가 무거울수록 우리는 자주 길을 잃는다. 내가 하는 일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때, 혹은 열정이 예전만 못할 때 소명이 사라졌다고 자책하기 때문이다.
책은 먼저 우리가 가진 소명의 개념을 해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소명을 내면에서 솟구치는 욕구나 개인적인 야망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소명의 어원인 Calling에 집중하며, 이것이 본래 신의 부름을 받은 일이라는 종교적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즉, 소명은 내가 나를 증명하기 위해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려오는 부름에 겸허히 응답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노트에 적었듯, 소명은 결코 돈벌이나 화려한 업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는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의 삶을 예로 들어 지혜가 어떻게 일상에 통합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지혜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시장과 가정,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가리지 않고 원만하게 흐른다. 지혜로운 소명자는 일상의 모든 일을 예배처럼 정성스럽게 대하며, 그 과정에서 진리와 선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는 그럼 소명으로 살고있는가? 더욱 깊이있는 사유를 하게했다.
많은 이들이 소명의 척도로 삼는 열정에 대해서도 저자는 통찰을 건넨다. "열정은 우리 안에서 타오르지만, 소명은 밖에서 온다"는 대목은 이 책의 백미다. 내면의 열정은 감정에 따라 요동치고 때로는 차갑게 식기도 한다. 열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할 때, 우리는 열정을 소명과 동일시했음을 깨닫는다. 나 역시 뭐든 열정으로 임해야지만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명은 내 기분이나 상태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처한 환경,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마주한 오늘의 과업이 곧 부름이다. 열정이 변하더라도 우리가 응답해야 할 부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소명은 나를 불태워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절제가 필요한 삶의 태도이며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는 힘이다.
이 책은 소명을 찾는 과정이 곧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공과 사의 구분 없이, 모든 일을 주님을 섬기듯 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소명에 가까워진다. 그것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지루한 일상을 견디고, 성과가 나지 않는 순간에도 선한 일을 멈추지 않으며, 공동체와 가족에게 두루 유익을 끼치는 삶. 저자가 말하는 소명은 이토록 낮고 가깝다. 그럼 나는 소명을 찾는 과정을 하고있는 중이다.
책을 덮으며, 그동안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옭아매었던 보이지 않는 약속들을 비워낸다. 소명은 '내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압박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초대다. 아직 나의 소명을 명확한 단어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내가 마주한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예배처럼 소중히 다루는 그 순간 이미 소명의 길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 뜨거운 열정의 불꽃보다는, 꺼지지 않는 은은한 응답의 등불을 켜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