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 암 병동 간호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
문경희 지음 / 파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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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은 단순한 투병 에세이나 감동 실화에 머무르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삶의 마지막 곁을 오래 지켜본 간호사가 죽음을 통과하며 다시 삶을 바라보게 되는 기록에 가깝다. 저자 문경희는 약 27년 동안 암 병동과 호스피스 현장에서 환자들을 돌본 간호사이며, 이후 자신 역시 뇌종양을 겪으며 환자의 자리에도 서게 된다.

책 속 병동은 흔히 상상하는 차갑고 기계적인 공간이 아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병원 안에는 생의 끝자락에 선 사람들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그곳이 평온하기만 한 공간은 아니다.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장소는 결국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마지막 시간을 버티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공간에서 환자들의 두려움, 체념, 분노, 후회,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까지 가까이서 지켜본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억지 위로나 낭만적인 생명 찬가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환자를 단순히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동 안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서사를 가진 존재들이다. 누군가는 마지막까지 가족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병이 든 뒤에야 비로소 욕심을 내려놓는다. 상처 난 밤알을 자신과 닮았다며 버리지 못했던 환자의 이야기나, 죽음을 앞두고도 내가 암에 걸려 다행이라고 말하는 환자의 고백은 단순한 감동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사람들이 삶의 본질을 어떻게 다시 바라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저자는 간호사였지만 동시에 병든 몸을 견뎌야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에는 의료인의 시선과 환자의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것이 이 책을 흔한 치유 서사와 다르게 만든다. 환자를 위로하던 사람이 어느 날 자신의 생존을 걱정하게 되었고, 건강했던 몸이 무너지는 경험을 통해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을 새롭게 마주하게 된다. 결국 저자는 살아남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질문하게 된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죽음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물을 강요하거나 억지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결국 약한 존재이며, 누구도 병과 상실 앞에서 완전히 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서로를 붙들며 살아가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삶을 거창하게 바꿔야겠다는 결심보다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된다.
죽음 가까이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글은 결국 삶에 대한 글이 된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안녕하지 않은 날들 속에서도 끝내 서로에게 안녕을 건네려는 사람들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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