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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엔의 힐데가르트 작품선집 ㅣ KIATS 기독교 영성 선집 13
빙엔의 힐데가르트 지음, 김재현 엮음, 전경미 옮김 / KIATS(키아츠)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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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빙엔의 힐데가르트 작품선집>은 문장 자체가 난해하고 상징적이며 신학적 깊이가 있다. 그러나 읽는 동안 계속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확신이다. 자신의 신앙과 사유에 대한 흔들림 없는 태도가 문장 전체에 드러난다. 힐데가르트는 두 개의 수도원을 설립한 인물이자 비전가, 성경신학자, 선지자였다. 음악과 의학, 예술과 신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12세기에 강한 영향력을 남긴 여성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표현 방식은 지금의 언어와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오랜 묵상과 영적 훈련 안에서 나온 언어처럼 느껴진다.
P.72의 구절로
“세속적인 사랑은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를 선택하지도 않으며,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지
스스로를 향해 끌어들인다.”
힐데가르트는 삶의 보상에 대한 기록 속에서 흉한 악들을 덕목들과 대비시킨다. 그중 세속적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세상을 좋아하는 태도를 의미하지 않았다. 하나님보다 자기 욕망을 우선에 두고 살아가는 상태에 가까웠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변명한다. 그녀는 그 부분을 매우 냉정하게 바라본다.
이 구절을 읽으며 나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늘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신념을 더 앞세운다. 나 또한 믿음을 따른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 확신 위에 믿음을 덮어놓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힐데가르트의 글은 단순한 교훈처럼 읽히지 않았다. 인간 안에 존재하는 자기중심성을 직면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 깊게 남은 부분은
P.97의 문장으로
“나를 창조하신 하나님, 통치자처럼 내 위에 능력을 갖고 계신 분은 또한 내 자신의 능력인데, 왜냐하면 하나님 없이는 내가 어떠한 선한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오직 하나님을 통해서만 내가 살아있는 영을 갖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인간 존재의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인간은 스스로 완전해질 수 없고 하나님 안에서만 선을 행할 수 있다는 고백이다. 힐데가르트의 영성은 인간 능력을 과장치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나 역시 삶 속에서 내 힘으로 방향을 통제하려다가 멈춰선 순간들이 있었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지 못할 때 하나님께서 삶의 방향을 틀어놓으셨던 경험들도 떠올랐다. 그래서 이 구절이 단순한 신학적 문장이 아니라 실제 삶과 연결된 고백처럼 다가왔다.
힐데가르트는 화를 나태함의 이웃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의 감정과 죄성을 단순히 분리해서 보지 않고 영적인 문제로 연결해서 바라본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글은 인간 내면을 상당히 깊이 분석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편안하기보다 오히려 계속 자신을 점검하게 된다.
이 책은쉽게 읽고 지나갈 책은 아니다. 책은 포켓북으로 되어있다. 그녀의 글은 중세 신비주의 문헌이라는 범위를 넘어 인간의 신앙과 욕망, 영성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기독교 영성가로서의 깊이 있는 사유와 언어는 내 신앙을 다시 바라보게 했고, 영성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 전체의 방향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