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백
슬라보미르 라비치 지음, 권현민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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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을 번쩍 든 남자의 모습과 그 뒤를 따라 걸어 오고 있는 사람들 뒤로 끝없이 펼쳐진 산과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이들이 걸어 왔나 보다. 시베리아와 고비 사막을 지나고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서 인도까지 자유를 찾아 11개월 동안 걸어서 6500km를 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표지에 써 있다. 그 먼길을 따라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한 그들의 힘겨운 여정을 다룬 실화. 웨이백(슬라보미르 라비치, 스크린셀러, 2011)이다.

 

슬라보미르 라비치는 1937년 폴란드 군에 입대해 기갑부대 중위가 되어 귀향했으나 1939년 소련 NKVD에 간첩 혐의로 체포되어 강제노동 25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에서 여섯 명의 죄수들과 탈출을 감행해 시베리아 벌판과 고비 사막을 거쳐 히말라야를 넘었다. 장장 11개월에 6500km를 걷고서야 인도에 도착한다. 그러나 자유의 몸이 된 사람은 네 명뿐이다.

 

이 책은 1956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현재까지 26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과 만났다. 또한 ‘트루먼 쇼’, ‘죽은 시인의 사회’ 등으로 알려진 피터 위어 감독이 영화화하여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실화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이 걸어온 여정이 험하고 멀다. 영하 40도가 넘는 시베리아를 지나 고비사막을 건너 히말라야까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간승리다. 인도에서 작별할 때 6500km를 함께 걸어온 동료의 얼굴을 처음 본 것이 그들이 겪은 일들 중에 가장 웃긴 일이었다는 부분에서는 짠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책이 자유를 위해 살고 죽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게 하고 목청 높여 말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대신하길 소망한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지금 슬라보미르 라비치가 살아 있다면 개봉하는 영화도 봤을 터인데 같이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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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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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만 읽고 나면 소설을 쓸 수 있다니. 놀라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제목에 이끌려 시작했는데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의구심만 가득이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소설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떠올려 가며 한층 더 깊게.

 

저자는 창작의 기술보다 태도를 강조한다. 소설을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것이 소설 쓰기를 시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매일의 일상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소설을 생각하고 읽고 쓰라고 조언한다. 집을 만드는 것과 소설쓰기는 같다. 뼈대를 세우고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나중엔 지붕까지 얹으면 집이 완성된다. 소설도 마찬가지로 뼈대를 만들어 놔야 벽돌을 얹을 수 있다.

 

책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을 계속 이어 나가면서 캐릭터나 줄거리를 연구하라 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왜 거기에 가야 했나? 사랑하는 여자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녀를 데리고 오고 싶다. 왜 데리고 오는 건가? 그녀가 아프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다 보면 자연적으로 캐릭터라든지 줄거리가 완성이 된다고 했다. 참 재밌는 방식이다.

 

무얼 쓸지 모르겠는 사람은 쓸 무엇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무얼 써야 할지 모르면서 무언가를 쓰는 것은 할 말도 없으면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과 같아서 당사자와 주변을 짜증나게 하기 쉽다. p40

 

지금의 내가 이런지도 모르겠다. 멀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 참 막막하기만 하다. 다시 꼼꼼하게 천천히,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심지어 문장 부호 하나에 집중하는 책 읽기를 시작해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충고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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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지식in 사전
조병일.이종완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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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숫자 666은 네로 황제였다? 이슬람교도는 왜 돼지고기를 먹지 않을까? 만리장성의 벽돌은 밥풀로 붙여진 것이다? 베르사유 궁에는 화장실이 없다? 보험회사는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했다? 학사모는 왜 사각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하지 않나요? 역사의 뒤편에 있는 이야기를 명쾌한 해설을 덧붙여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 준다.

 

세계사 지식in 사전(조병일, 이종완. 연암서가, 2011)은 우리가 알아야 할 세계사의 상식과 지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여 명쾌하게 풀어 쓴 책이다. 교과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지식들이 ㄱ~ㅎ 순서로 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어도 재밌지만 내가 궁금했던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는 원래 의사였다. 당시 프랑스 궁전에서는 매일 밤 무도회와 연주회가 열렸고, 귀족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온갖 치장을 했다. 왕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여성들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노스트라다무스에게 화장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왕비의 제안에 노스트라다무스는 거절하지 못하고 화장품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했다. 화장품의 재료가 공개되었는데 수은과 납도 포함이 돼 있었지만 여성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여성들은 수은에 중독되어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p61~62

 

소크라테스는 영원한 백수였다? 아버지는 석공, 어머니는 산파였다. 소크라테스도 젊은 시절 아버지 곁에서 석공일을 도왔는데 그도 잠시 특정 직업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로 얻어먹고 살았다. 그는 언제나 아테네를 맨발로 돌아다녀 ‘신발장이에게 보복하는 남자’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생각에 빠지면 사흘밤낮을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정력이 약해 아내의 욕구불만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늘 구박만 당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공처가라는 소리는 바로 정력이 약한 탓이라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두 아내를 거느리기도 했다. 그의 아내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의 머리에 물을 부었다는 일화는 처자식을 다섯이나 거느리면서 쓸데없는 일에만 신경을 써 분노의 표시였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공처가였다는 것은 정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백수였기 때문이라 한다. p207~209

 

이 책의 특징은 역사 속 인물들의 명언들과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해설, 부족하면 각주까지 달아 설명을 했다. 네모 박스안에 읽을거리를 추가했고 더 읽어볼 책 코너도 만들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세계를 더 넓혀주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참 유쾌하다. 세계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 초기 유럽의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충성 서약을 해야만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교수의 월급은 학생이 정하고 임명권도 주웠다. 지금은 어떠한가? 나의 바람이지만 다시 초기 유럽으로 대학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도 하지 않았던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공부했다. 소크라테스가 평생을 백수로 살았다거나 종교개혁가 루터의 아내는 수녀였다거나 등 역사의 이면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지루한 어느 세계사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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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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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작가와 평론가들이 선택한 새로운 감각.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소설을 기다려 왔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말이다. 소설가와 평론가들이 감탄한 책이라니.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이런 찬사가 나왔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지금으로부터 30년후의 서울이 배경이나 모든 환경적인 것들은 유비쿼터스로 바뀌어 있다. 기자인 김홀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어느 날 아내 이름으로 된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한다. “여보, 나 여기 있어” 홀은 그녀가 생전에 자신의 기억을 모아 사이버 공간에 저장해 두었음을 알게 되고 마침내 아내와 온전히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 ‘욘더’로 들어가게 된다.

 

영원히 함께할 수 있으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이별할 수도 있는 곳이 욘더이다. 욘더는 뇌를 다운받아 사는 죽은 자들의 도시인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죽은자들의 도시를 욘더라 이름지음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미래와 SF를 섞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저자는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귀국하여 1993년부터 출판사를 경영하며 외서들을 기획, 출간했다. 직접 번역해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절판된 후에도 헌책방에서 인기리에 거래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기도한 작품이다. 어릴적 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SF 등 장르문학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에 이끌려 출판사 문을 닫고 생계를 위해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사그러질 줄 몰랐던 열망을 모두 버리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 것이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색다른 소설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후에 일어날 일을 SF를 가미해서 그린 상상력이 놀라웠다. 현재도 유비쿼터스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아마도 소설속에서 일어날 일이 30년후에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30년후에 욘더가 생긴다면 갈 것인가? 이건 고민 좀 해봐야 할 듯 하다. 평생 살지는 않겠지만 죽어야 가는 곳이기에. 또 다른 저승으로의 여행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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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웃
김혜정 지음 / 문이당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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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놓고 보니 모두 삶이 쓸쓸한 이들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말대로 수상한 이웃(김혜정, 문이당, 2006)은 사회적으로 현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변두리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이다.

 

단편소설을 읽을 때 첫 작품이 좋으면 그 다음 작품도 기대하며 읽게 된다. ‘수상한 이웃’을 시작으로 ‘방씨의 하루’에서는 정점을 찍어주며 말끔하게 내리막을 달려 준 단편이었다. 사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만 떠도는 인생들의 이야기로 단순히 비루하고 남루한 생에 대한 나열이 아니라 그 속을 살아 내야 하는 삶에 대한 시선이 돋보였던 작품중에 하나였다.

 

‘수상한 이웃’은 한 노파의 살인사건으로 인해 살인범으로 몰린 조용한 남자와 그 남자에게 한 밤에 봉변당할 뻔한 일을 구조당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영원한 이웃이 없듯 한번 이웃도 다시 봐야 한다는 씁쓸한 뒷내가 나는 이야기였다.

 

‘오리, 날다’는 졸지에 아버지를 여의고 배다른 어린 동생 두명을 양육해야 하는 처지가 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어떻게든 동생들을 버리고 애인과 함께 아버지가 남겨준 돈으로 청춘의 삶을 살 생각이었지만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미스터리하면서 과연 그 오리는 날았을까? 의문을 갖게 하는 ‘오리, 날다’였다.

 

‘낭만 고양이’는 누군가의 귀여움을 받다 길거리에 버려져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이다. 시장 한 귀퉁이에 좋은 사람이 있다 생각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삶이나 인간의 삶이나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 측은하기만 하다.

 

‘등에’는 형에 대한 죄책감을 떨쳐내고자 애를 쓰는 인물의 이야기다. 형을 뛰어넘고 싶지만 결코 뛰어 넘지 못한 동생,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되어 도움을 준 나타샤라는 러시아 여자를 찾아 헤매는데 그가 찾고자 했던 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내의 신부’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 마음의 병이 되어버린 아내를 생각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내가 신경과민으로 여제자에게 갖는 과도한 애증과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편의 모습이 그려진다.

 

‘석구’는 학교나 사회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사내를 두고 동창들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그는 온전한 생활인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동창들에게 유형무형의 부담을 지우며 살아간 부정적인 인물의 이야기다.

 

‘서울야곡’은 가정 형편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 한 가정 주부의 삶을 보여주고 ‘물속에서 걷다’는 한 중국 교포 여인의 도피행을 그린 이야기로 ‘등에’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은 러시아 여인 나타샤의 삶이 서로 닮아 있다. 그녀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최선을 다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지만 그들의 노력이 얼마나 고된가를 전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씨의 하루’는 용역 회사를 통해 어느 학교의 숙직 전담원으로 들어간 인물이 그 학교 교장과 형제간인 것처럼 닮음으로써 빚어지는 의외의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궁지에 몰린 노인 방씨가 한 순간 장난끼가 발동해 자신을 멸시한 교장을 골탕먹일 작정으로 교장을 샤워실에 가둔채 하루동안 교장행세를 하고 또 교사들도 그것을 알면서도 그를 교장으로 알고 온갖 결재를 완료하는 교묘한 공모의 현실이 그려지는 작품이었다.

 

신문 기사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우리 주위에 있고 늘 주변인으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주변인에서조차 떠밀려 주변으로 내몰린 사람이나 동물들의 이야기들이 한데 엮여 하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을 통해 소외된 삶이 무엇인지 우리 주변을 다시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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