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20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5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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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제목 : 토지 20 (5부 5권)

- 작가 : 박경리

- 출판 연도 : 2023년 6월

출판사 : 다산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508쪽



<개인적인 생각>

토지 1권의 첫 장을 넘겨 20권의 마지막 문장에 도달하기 까지 긴 호흡으로 읽는 것도 필사를 하는 시간도 흥미로웠다. 20권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뜻밖에도 병수였다. 탐욕으로 가득찬 조준구의 핏줄이자 곱추라는 육체의 한계를 짊어진 그는 부모의 죄업을 홀로 속죄하는 듯 묵묵히 나무를 깎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불구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비같이 살았을 것입니다.

화려한 날개를 뽐내고 꿀의 단맛에 취했을 것이며 세속적인 거짓과 허무를 모르고 살았을 것입니다.

내 이 불구의 몸은 나를 겸손하게 했고 겉보다 속을 그리워하게 했지요.”

p.128

병수의 고백은 비극적인 삶을 긍정으로 승화시킨 성자의 독백처럼 다가온다. 특히 어린시절 서희의 연분홍 치마를 바라보며 품었던 애틋한 연정과 부끄러움의 기억은 악인의 집안에서 홀로 피어난 가장 순결한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20권의 긴 여정을 마무리 하면서 드는 생각은 드디어 끝을 봤다는 생각에 벅참도 있었지만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1권부터 서희의 서슬퍼런 복수와 한 그리고 그녀가 겪어낼 생의 결말을 숨죽여 지켜보았기에 결말부가 한 인 간의 내밀한 인생사가 아닌 민족의 광복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닫힌 결말은 다소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서희의 삶에서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길상의 종적이 마지막에 뚜렷이 수습되지 않은 채 오히려 조병수의 오랜 연정이 서희를 향한 시선으로 부각된 지점은 낯설고 의아함을 남겼다. 최참판댁의 거대한 비극 속에서 길상과 서희가 나누었던 그 질긴 인연의 매듭을 작가가 어떻게 묶어낼지 기대했던 독자로서는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는 "살아남는다는 것은 남을 죽게 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산의 이치처럼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생의 무게를 온전히 마주하게 해 주었다. 부모의 멍에를 진 자손들의 죄의식, 정처 없는 남희의 고독,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까지. 20권에 걸쳐 눌러 담은 그 수많은 삶의 편린들은 필사의 기억과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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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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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클로츠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 소개

- 제목 : 사랑에 대하여

- 작가 : 안톤체호프

- 번역 : 이현

- 출판사 : 클로츠 출판사

- 장르 : 러시아 소설

- 쪽수 : 300쪽





<개인적인 생각>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버건디와 패브릭 질감이라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박 금속성 폰트가 더해져 러시아 귀족들의 이야기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중앙에 배치된 스케치풍의 모래시계 일러스트는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결정적인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사랑은 늘 늦게 깨닫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늦은 것은 아니다.' 화려한 일러스트를 쓰지 않고 강렬하지만 고급스러운 버건디와 패브릭 질감을 느낄 수 있게 디자인 한 게 참 좋았다.

안톤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는 가장 유명한 작품들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다른 여타의 출판사에서 발간된 작품들을 읽어보면 글씨가 너무 작아 몰입에 방해가 되었지만 이 책은 가독성 있게 잘 구성이 되어 좋았던 것 같다.

안톤체호프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스스로 만든 사회적 굴레, 도덕적 관념,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지나친 고민이 정작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어떻게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소설 속 주인공은 상대방을 위해 참았다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회만 남기게 된다. 체호프의 단편의 특징은 아주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 속에서 무겁게 가라앉는 절망과 헛헛함을 그려낸다. 극적인 사건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러시아 문학은 매끄럽지 못하고 딱딱한 직역의 번역으로 인해 많이들 꺼려 했다. 그러나 이번 안톤체호프의 <사랑에 대하여>는 체호프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묘사력이 뛰어난 문장들을 감성적이고 깔끔하게 잘 살려내 체호프 입문서로 아주 제격이다. 분량이 길지도 않고 부담 없어 읽고 난 뒤 잔상이 오래 남는 단편이라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 추천드린다.

안톤체호프 단편집

<사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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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9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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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손독을 통해 다산북스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 소개

- 제목 : 토지 19 (5부 4권)

- 작가 : 박경리

- 출판 연도 : 2023년 6월

출판사 : 다산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508쪽






<개인적인 생각>


오늘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부고소식을 들었다. 그로 인해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되었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생도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 누구나 한 번 뿐인 삶의 마침표를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하다. 소설 <토지>도 다음달이면 20개월의 마침표를 찍는다. 긴 시간동안 <토지>라는 거대한 대하소설의 산맥을 넘고 이제 단 한 권을 남겨 두고 있다. 끝이 다가올 수록 밀려오는 그 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오늘 '히가시노 게이고'의 부고 소식에 더 묘해지는 느낌이다.

<토지 19권>을 덮으며 마음에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아쉬움과 조급함이 얽힌 묘한 애증이었다. 어느덧 20개월. 한 달에 한 권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은 소설 속 인물들의 세월만큼이나 묵직하게 내 삶에 스며들었다. 이제 단 한 권. 20권만을 남겨둔 지금, 얼른 이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시원함과 동시에 "이 방대한 서사가 혹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났다.

19권에서는 거대한 서사의 주역이었던 서희나 길상의 강렬한 움직임보다는 그들의 그늘 곁을 지키던 주변 인물들의 내면과 쇠락해가는 일제강점기 말기의 스산한 풍경에 집중한다. 인호의 달라진 얼굴, 연학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부성애와 기화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 그리고 윤희와 명희가 나누는 원한과 용서, 인간에 대한 깊은 담론들.

이제 마지막 20권만 남겨두고 있다. 과연 수많은 풍상을 겪어낸 서희의 삶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옥중의 길상은 어떻게 될런지. 처음 이 긴 여정을 시작할 때 품었던 거대한 기대감은 어느새 아스라한 조바심으로 바뀌었지만 20개월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평사리 사람들의 숨소리를 믿는다.

반고흐 에디션 

토지19(5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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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8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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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 제목 : 토지 18 (5부 권)

- 작가 : 박경리

- 출판 연도 : 2023년 6월

- 출판사 : 다산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508쪽




<개인적인 생각>


토지 18권을 읽으며 또는 필사를 하며 나에게 물었다. 너는 시간이라는 악마와 마주했을 때 도망치고 있는가? 아니면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가? <토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이 시점에 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토지18권>의 초반부 "시간은 공폽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시간과 내가 마주 보고 있을 때, 아아 무섭지요."라는 문장을 읽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박경리 작가는 타락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심지어 바둑을 두는 것도 '시간이라는 악마'를 잊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 구절은 명희의 독백과 겹쳤다. 명예와 결백이라는 껍데기만 붙잡은 채 '권태를 잘 견뎌내는 것'이 전부였던 명희의 삶.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던져 보지 못한 지식인의 삶은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현대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몽치가 평사리 사람들의 모든 피눈물을 짜내었던 원수였던 조준구의 처참한 죽음을 수습하는 모습이었다. 욕창으로 문드러진 시신을 씻기고 갈고리처럼 굳은 손가락을 펴주며 몽치가 느낀 것은 증오가 아닌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깊은 연민'이었다. 악인마저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생명일 뿐이라는 거대한 깨달음에서 왜 토지가 민족의 역사 소설인지 다시금 깨닫해 주는 부분이었다.

내 마음을 가장 애달프게 했던 인물은 양현이었다. 기생의 딸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서 백정의 아들인 영광과의 사랑은 눈물이 고일만큼 아팠다. "사랑한다는 것과 함께 사는 것은 다르다"라며 자신의 상처 때문에 양현을 밀어내는 영광과 "우리는 다 사람이지 않아요?"라며 절규하는 양현의 부딪힘은 신분의 쇠사슬이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잔인하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반면에 서희의 꿈 속에 나타난 길상의 일침이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양현을 아들 윤국과 결혼시켜 상처를 덮어주려던 서희의 고결해 보이는 모성 이면에, 사실은 과거 이루지 못한 '이상현'에 대한 미련과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부분은 나를 전율케 했다. 모든 것을 이룬 최서희 조차도 마음 깊은 곳에 지우지 못한 첫사랑의 빈껍데기를 안고 살았다는 인간적인 약점을 보았을 때,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인가를 다시금 실감케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성장소설 같으면서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 되었다가 연애소설로 보이는 참 스펙타클한 소설인 <토지>.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반 고흐 에디션

토지 18 (5부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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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7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2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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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품 소개

- 제목 : 토지 17 (5부 2권)

- 작가 : 박경리

- 출판 연도 : 2023년 6월

- 출판사 : 다산북스

- 장르 : 한국소설

- 쪽수 : 428쪽



<책 속에서...>






<개인적인 생각>


어느 덧 17권 째로 접어 들었다. 토지 필사와 독파의 끝이 머지 않았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1년이 가고 어느 덧 5월을 마감하는 날이 왔다. 이제 남은 건 달랑 세 권 뿐이다. 벌써 18권은 도착해 있고 마음은 18권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한 권 한 권 끝날 때마다 여운도 있고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얼른 뒷 편을 읽고 싶은 생각 뿐이다. 반고흐 에디션이다 보니 권마다 새로운 그림보는 재미도 있고 인물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읽곤 한다.

17권에서는 영광과 양현의 모습에 주목했다. 이 둘의 애절하면서도 입체적인 서사 중 하나이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특수한 상처와 '도망치면서 다가가는' 모순된 심리는 남녀의 연애를 넘어 '토지'가 다루고 있는 신분과 혈연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양현은 최참판댁 보살핌 속에서 자란 자신의 처지를 오히려 지나친 혜택이자 역효과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극의 주인공들이 없어서 고통받는다면, 이는 출생의 비밀을 덮기 위해 주어진 사회의 혜택 때문에 주변부로 밀려나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둘의 끌림은 낭만적인 사랑이 아닌 동질감이다. 엄마가 살던 세상과 관수 아저씨가 살던 세상을 살았더라면 느끼지 않았을 뼈저린 소외에서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연애가 아니라 출생이라는 괴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손을 잡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양현은 자신의 운명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받은 혜택을 갚아야 하고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드러낸다. 영광은 '우리 신분이 비슷하다 해서 어떻다는 거지?'라는 독백에서 냉소적이면서도 섬진강에서의 기묘한 해후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이 둘의 로맨스가 밀당이 아닌 두려움의 로맨스로 읽혀 다른 이야기 말고 이 둘의 로맨스만 계속 나왔으면 했지만... 박경리 작가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는 생각에 잠시 접어 두기만 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들이 나이들어가고 저 세상으로 떠나고 세월이 흘러 간다. 그러는 중에도 역사적인 내용은 변함없이 흘러나온다. 토지를 읽으면 몰랐던 역사적인 내용과 신분과 혈연, 그리고 운명이라는 굴레가 잘 드러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갖고 읽어 보셨으면 한다.

반 고흐 에디션

토지 17 (5부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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