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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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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러분은 지금 긍지 높은 노숙자들의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계십니다.

노숙자 신세가 된 주인공은 노숙계의 대부 얏상을 만나 연을 맺는다. 같은 노숙자인데 겉은 말끔하고 몸도 아주 건강하고 길거리 철학에 자부심을 갖고 사는 얏상. 그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이 전부라며 도쿄의 도시를 달리고 또 달린다.


아무튼 그를 따라다니며 지켜본 바, 역시 그는 범상치 않은 존재였다. 그가 가는 음식점마다 주인이 반겨주고 밥도 먹여주고 하트 뿅뿅 날리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얏상은 왕년에 잘 나가는 요리업계의 큰 손이었지만 어쩌다가 몰락해버렸고, 이제는 음식점마다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끼니를 제공받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잘 나가던 백종원이 쫄딱 망해 알거지가 되어 재능기부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고 보면 된다.

유병재 어록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만 힘든 건 아니지만 니가 더 힘든 걸 안다고 내가 안 힘든 것도 아니다.‘ 나보다 더한 사람을 비교하면서 위안을 얻는 건 전혀 어른답지 못하지만 반대로 늘 패배자 마인드로 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이 책도 등장인물마다 눈물겨운 사연이 있다. 얏상은 그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 흔해빠진 신세타령은 그쯤 하라고. 어린이들도 제 나름의 고민으로 괴로워한다.
그만큼 누구나 힘든 게 당연해져버린 시대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이 노숙자들만큼 불행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역자 후기처럼 가진 게 없으면 욕심 생길 일이 없다.

여튼 픽션투성이지만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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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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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역시 나는 이사카 코타로보단 이 작가랑 더 잘 맞아. 날카로운 통찰력은 아니지만 가벼운 글 안에 마음을 휘젓는 바람이 분다. 오쿠다 히데오의 장점은 간결한 문체 속에 깃든 인간미이다. 가독성 짱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간결함으로 유명하지만 이 분에 비하면 많이 건조하지.

총 6개의 단편이 들어있으며, 제목처럼 해피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남편과 자식들에게 무시당하고 옥션 경매 활동으로 스트레스 푸는 아내,

별거 문제로 아내가 집을 떠난 뒤 인테리어를 제 맘대로 싹 바꿔버린 남편,

방문 영업사원에게 호감을 느껴 끼를 부리고 19금 꿈꾸는 엄마,

회사가 망해 실직자가 되고 집안 일과 요리의 달인이 되기로 한 남편,

퇴사도 사업도 의논 없이 지르는 철부지 남편 영향으로 그림 실력이 늘어가는 아내,

친환경을 외치는 피곤한 아내를 소설로 디스 하는 소설가 남편.

전부다 소소하게 재미있다. 단편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엔 딱인 듯. 여름휴가 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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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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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 박웅현은 세상의 모든 콘텐츠에서 영감을 얻곤 하지만, 책 안에서 주는 울림이야말로 가장 질 좋은 영감이라고 한다. 어떤 책이든 얼어붙은 감성을 도끼로 강하게 내리찍는 듯한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의 울림 속에서 잠든 감성이 자라나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저자의 ‘여덟 단어‘에서도 강조한 것 같은데, 그만큼 독자에겐 울림이 절대 필요 값인듯하다. 이 울림은 책뿐만 아니라 훌륭한 서평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개인이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가 고스란히 글에 담기기 때문에 서평 두세 줄만 읽어보면 대강 글쓴이의 너비, 높이, 깊이를 알 수 있는데, 간혹 고레벨의 서평에서도 책 못지않은 강한 임팩트를 받곤 한다. 어떻게 이런 표현과 문법을 생각해냈지 싶을 때마다 내심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느끼는 건 그만큼 그 문장이 나에게 강한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8번의 강독회가 목차로 되어있고 5강까지는 작품의 독립적인 문장에 대한 감동을 느끼는 법을, 8강까지는 작가와 작품 속 인물의 베이스에 대하여 접근하고 이해하는 법을 집중 조명한다. 부끄럽게도 저자가 소개한 책은 전부 못 읽어본 책 들이었다. 그래서 전부 공감하기엔 무리지만 전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 서평가는 좋은 책 한 권을 만나기 위해 1만 권의 나쁜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별 영양가 없는 책들이 세상에 넘쳐흐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좋은 책을 만나면 이게 대체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를 테지만 나쁜 책을 읽고 난 뒤에 만난 좋은 책은 그 기쁨이 제곱으로 된다. 저자의 말처럼 책은 자신이 발달한 감수성으로 스스로를 자극한다는 말은 확실한 팩트이다.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한 직원이 센스/융통성 부족으로 힘들다던 고민을 들어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큰 도움주기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안해준 것은 닮고 싶은 사람을 ‘관찰하라‘였다. 나 또한 롤모델을 닮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유연하게 사는 것이 가능했다. ‘창의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규정화되어있지 않은 것을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으니 우리는 좋은 글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군에도 필요한 이유는 정서가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말에 앞서 나는 삶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어릴때부터 완벽함을 가르치는데 똑똑해지는 아이들은 똑똑한 대로, 그걸 못 따라가는 아이들은 뒤처진 대로 유연함을 잃고 자라난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일에 쉽게 욱하고, 장애물마다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서 볼 때마다 참 안타깝다. 돌 같은 마음 밭에 풍요로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일 때가 더 그렇다. 그래서 작가는 책을 통하여 얻는 창의력으로 풍요로운 정서를 강조한다.


잠깐 딴 얘기를 하자면 예능 중에 ‘나 혼자 산다‘를 좋아해서 즐겨보는데,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큰 이유는 연예인들의 무대 위/드라마 속 이미지와 일상생활의 갭 차이를 보며 친숙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연예인들은 일할 때와 쉴 때를 분명하게 구분하는데, 일반인들은 사는 게 힘든 탓인지 이게 참 쉽지 않다. 연예인처럼 케어해주는 소속사도 없는데 이런 강박한 세상에서 만물을 보며 아름다움을 찾고 글 속에서 위안을 얻기란 참 배부른 소리 한다는 말을 듣기 쉽다. 나도 한때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여서 인생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는 게 만족스러우니까 저런 생각이 들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그런 아니꼬운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있으니 형편이 나아져도 도저히 부정적인 삶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늘 제자리걸음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사진을 찍어가며 그렇게 감성을 기르는 연습을 했다. 말이 훈련이지 그냥 관심을 가져줬을 뿐인데 어느새 저자가 말하는 풍요로운 삶이 되어있었다. 지금도 세상은 살기 팍팍하고 집값은 꾸준히 오르고 취업은 여전히 어렵다. 그럼에도 세상을 보는 눈과 대처하는 자세는 180도 바뀌었고, 너는 스트레스를 안 받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달라졌다. 지금 현대인들은 이런 박웅현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안 그래도 힘든 삶을 일부러 피곤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할 필요는 없지 싶다.


저자는 다독보다는 한 권을 깊숙하게 읽는 법을 권한다. 나도 한국인이라 온통 빠른 것에 익숙한 편이지만 에세이를 읽을 때는 정말 천천히 읽으며 사색에 잠긴다. 아직 시를 읽고 경탄할 내공은 아니므로 종종 에세이나 산문집으로 위안을 많이 얻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윤석미 작가의 ‘달팽이 편지‘는 나만 읽기 아까워서 꼭 다들 읽어봤으면 한다. 끝으로 나도 한번 인문학 강독회 스타일로 문학 서평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그러려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집중하고 분석해야겠지? 음, 생각만 해도 귀찮아지는구먼. 내공이 쌓이면 시도해보기로 하자. 여튼 인문학 도서만 읽으면 생각이 많아져 이렇게 글이 길어진다. 오늘은 누군가와 실컷 수다 떨고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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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리본
헨닝 망켈 지음, 홍재웅 옮김 / 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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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반드시 책 맨 뒤에 ‘옮긴이의 말‘부터 읽고 주행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어리둥절한 느낌을 내내 지우지 못할지도 모른다. 난 이 작품이 무슨 스웨덴과 중국의 합작인 줄 알았다. 먼 나라 이웃나라 읽는 줄.

시작은 스웨덴의 살인 사건이 나오다가, 갑자기 중국인이 미국에 팔려가는 내용이 나온다. 뭐 이렇게 뜬금없지 싶으면서도 읽단 읽어보지만 계속해서 중국 스토리만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 중국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정녕 스웨덴 소설이 맞나 했는데, 알고 보니 원제목은 스웨덴어로 ‘중국인‘이라는 뜻이었음. 근데 왜 빨간 리본으로 바꾼 건지? 제목과 내용은 완전히 무관하다고 본다. 참고로 빨간 리본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단서인데, 마지막 장까지도 이 리본에 대해서 별반 설명이 없었다능.

이 책은 미스터리로 시작해서 역사/다큐로 바뀌다가 사회문제로 또 바뀐다. 이렇게 복합 장르를 다룰수록 개연성이 필수인데, 이건 요즘 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작품이다. 게다가 독백이나 대사만 나오면 번역 때문인건지 그 어색함 때문에 흐름이 자주 끊어졌다. 작가가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모저모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개연성 없이 그냥 나열만 해서 어딘가 뼈대 없는 느낌이었고, 교과서적인 문체 때문에 문학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중국의 공산주의, 마오쩌둥의 역사와 혁명. 이런 걸 왜 스웨덴 작가가 설명하냐고요. 이걸 알고 싶어서 산 게 아닌데. 차라리 역사 교재를 사다가 공부하고 말지. 이 책에 흥미를 느낀 분이 있다면 강력히 말리고 싶으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도 여럿 있으니 알아서 판단하시길 바란다. 아무튼 두 번은 못 읽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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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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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독특한 구성이다. 50명의 주인공이 차례대로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야기마다 엮인 인물들로 인해 각각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을 이루는 느낌을 준다. 또한 우리 가정에서, 이웃에서, 사회에서, 뉴스에서 쉽게 볼법한 내용들이라 공감도 되고, 아련하기도 하며, 사는 건 참 거기서 거기구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고 놀라듯이 이 책도 가련한 세상살이에 찌든 사람들이 참 많구나 하게 되더라. 평이 대부분 좋은 편이지만 자칭 프로까칠러로서 단점 하나 꼽자면 50명은 너무 많아...

한편 한편의 호흡이 너무 짧았고 차분히 읽기엔 맞지 않음. 차라리 30명 정도로 줄이고 각 챕터의 분량을 늘려도 될 듯했다. 50가지의 사연들이 전부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짬 내서 읽기 좋은 작품이지만 역시 나는 장편이 더 잘 맞음. 여튼 낫 배드 쏘쏘한 시간이었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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