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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벌써 7월이다. 여름이고 하니까 본격적으로 장르소설 뽀개기에 들어간다. 맨 먼저 미뤄두었던 장용민 작가의 <귀신나방>을 골랐는데 역시나 명불허전 페이지터너답게 이틀 만에 다 읽었다. 현재까지 다섯 작품을 읽었는데 그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늘 그렇듯 이번에도 구전설화를 비틀고 접목하여 또 하나의 음모론을 창조해냈다. 다만 그 소재가 히틀러와 뇌 이식이라는 점에 김이 팍 샜다. 21세기에 와서까지 히틀러를 우려먹는 것도 그렇고, 뇌 이식에 대한 소설도 몇 권 읽었는데 전부다 그냥 그랬단 말이다. 하여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어느새 미친듯한 몰입감으로 이야기에 빠져든 나님이었다.
죽은 것으로 발표된 히틀러의 시신은 가짜였다. 히틀러 암살을 위해 결성된 독일의 비밀조직은, 평화의 외침 속에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진다. 팀의 막내였던 바우만은 미국 경찰이 되었고, 틈나는 대로 히틀러의 정보를 수집 중이다. 뇌 이식 수술에 성공해 새로운 몸으로 부활한 히틀러. 그는 나치의 잔당들과 함께 미국을 삼켜서 제3제국을 세울 계획이다. 대체 무슨 수로 미국을 무너뜨릴까 했는데, 은행을 설립하고 금을 잔뜩 사들였다가 풀어놓아서 미국 경제를 들썩이게 하고, 이 일로 연방은행 대주주에게 불려가 그의 비서로 취직한다. 오호, 이것 봐라? 여기까지만 해도 정말 스펙터클한 전개였는데 이다음부터가 초압권이었다. 역시 장용민 작가의 무대는 넓고 화려해야 제맛이다.
기존의 히틀러 특징이나 성격을 갖다 썼다면 좀 식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작중에선 뇌 이식을 거쳐 육식주의가 되는 등 자잘한 성격 변화를 갖게 된다. 그런 덕분에 제 성질을 죽이고 가면 쓰는 게 가능해졌지 싶다. 안 그러면 총통이었던 자가 타인의 시중을 든다는 게 말이 안 되거든. 아무튼 대주주의 비서로 있으면서 미국 자본시장의 권력과 시스템을 파악한 히틀러는 연방은행과 정부의 싸움을 부추기기 시작한다. 그 방식과 발상이 어찌나 참신하고 획기적이던지,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결국 대통령의 암살 계획으로 이어지는데 아니,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이렇게 엮다니 진짜 미쳤다 미쳤어. 그만한 빅 이슈에는 당연히 배후가 있었을 테지만, 거기에 히틀러를 갖다 쓸 생각을 대체 누가 하겠냐고요.
마침내 주인공이 새로운 히틀러의 꼬리를 밟았다. 총통 시절의 아내와 꼭 닮은 여자를 발견하여 푹 빠져버린 히틀러는 데이트를 위해 독단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총살할 기회가 찾아왔으나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총을 거두는 바우만. 그는 여자에게 남친의 비밀을 들려주고 헤어지길 권유한다. 얼마든지 살해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 데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을 느껴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족의 죽음을 봐야 했던 바우만이었기에, 히틀러에게도 그 같은 고통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을까. 이전 작품까지는 굵직한 서사만 있었지, 이런 인물의 감정선은 잘 없었는데. 거참 놀라움의 연속일세.
나치의 잔당과 암살에 투입될 용병들이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시간은 없고 손발은 모자란 상황에서 바우만은 유대인 네트워크와 흑인 갱단까지 가서 도움을 구한다. 그리고 대망의 날, 세워둔 계획들은 하나둘씩 틀어져 버리고 적에게 붙잡혀버린 바우만. 다행히 위기에서 벗어나 히틀러가 머문 파티장으로 가서 총살하는 데에 성공하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나치 일당은 시신을 데려가 또다시 뇌 이식 수술로 총통을 살려내었다. 이제 감도 오지 않는 결말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귀신나방‘은 본 내용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분의 작품들은 언제쯤 영화화될까나. 하다못해 애니화만 되어도 대박 날 텐데. 정녕 어디서도 러브콜이 없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