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창비세계문학 20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박원복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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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 기준에서의 소설이란, 머리와 가슴 중 어느 한쪽으로는 읽혀져야만 한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느낀 플롯이나 구성은 ‘이야기‘로 받아들이질 못한다. 그게 촌스럽다 해도 나는 주제를 벗어나거나 흐름을 비껴가는 스타일이 극도로 싫다. 그 특유의 초점 없는 문장들이 연달아 나올 때의 당혹감은 몇 번을 반복해도 적응이 안 된다.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또한 그러했다. 일단 사후 기록이라 해서 달리 특별할 것도 없었고, 어중간한 의식의 흐름 또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찐따 화법을 쓰고 있어서 집중이 하나도 안된다. 초반까지는 커가면서 있었던 일들을 짤막하게 설명하는데 흥미가 1도 안 생겨서 차라리 나님의 썰들을 대충 써도 이거보단 재밌겠다는 생각이 백만 번쯤 든다. 그러다 중반쯤 되면 결국 뻔하고 진부한 사랑 내용으로 넘어간다. 그것도 애까지 있는 유부녀와의 긴장감 1도 없는 사랑놀음으로. 그래, 이왕 그쪽으로 갈 거면 MSG라도 좀 뿌려서 그럴듯하게 꾸며나 보든가, 이건 뭐 콘텐츠도 컨셉도 없이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휘갈겨 쓴, 무성의함의 표본이다. 좀 더 팩폭하자면 딱 초딩 수준의 감성이어서 문법이고 맥락이고 뭐고 싹 다 무시한 허술함 그 자체이다. 이 지루하고도 정신 산만한 글들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될 때쯤, 71.장에서 갑자기 셀프 디스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작가 본인도 문제점을 잘 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컨셉이 없다는 말은 취소하겠다. 전력으로 컨셉에 충실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더 이상 같지도 않은 말장난에 지쳐서 그만 중도 하차해버렸다. 그래도 뭔가 좀 얻어 갈까 했었지만 이 책은 풍자와 해학 어느 쪽도 아니었다. 브라질을 대표하는 작가라는데 이 작품만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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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27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라이, 에서 빵터짐..

물감 2024-01-27 14:00   좋아요 1 | URL
휴, 한명 웃겼다..

stella.K 2024-01-27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웃었습니다. 근데 다른 리뷰어들은 좋다고 날린데 시크하신데요? 전 팩폭에서 빵~ㅎㅎ

물감 2024-01-27 18:37   좋아요 2 | URL
한국인들은 보여지는 게 중요해서 싫어도 싫다고 안합니다. 저는 한국의 서평 문화는 글러먹었다고 생각한지 오래됐어요ㅋㅋㅋ

coolcat329 2024-03-15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이 책 읽다가 그만두셨군요! 빛소굴에서 나온 <정신과 의사> 읽고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 지금 이 책 40페이지 쯤 읽고 있는데 너무 산만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서 읽는 게 괴롭네요. 포기하려고 90프로 맘 먹고 그래도 이웃님들 글을 보고 다시 결정하자 하고 찾아보는데 별2개 반가운 물감님 글 발견 😂😂
저도 그만 읽으려구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가서 힘드네요.

물감 2024-03-16 22:08   좋아요 0 | URL
정신과의사는 멀쩡한 편이던가요?ㅋㅋ 그래도 저는 절반 넘게는 읽었습니다. 뒤에 뭔가가 있을거라는 기대는 싸그리 무너지더라고요. 일찍 하차하길 잘하셨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