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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비평 쓰기에 진심이었던 나님은 이제 그만 지쳐버렸다. 이번 책을 끝으로, 아니다 싶은 책은 리뷰고 뭐고 그냥 덮어버릴 것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전투력이 솟질 않는 데다 한번 다운되면 그 여파가 너무나도 오래간다. 그러니 앞으로는 재미난 독서와 즐거운 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더 이상은 에너지 낭비에 시간을 뺏기지 않겠다.
<위대한 집> 이후 7년 뒤에 나온 <어두운 숲>은, 같은 저자가 맞나 싶을 만큼 낯선 분위기와 감성을 보여준다. 두 남녀의 이야기가 교차하는데, 이 둘이 나중 가서 만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냥 중편 두 개가 번갈아가며 나온다고 보면 된다. 물질적인 삶에 지친 은퇴한 변호사 노인과, 글쓰기의 한계를 만난 소설가의 내용인데, 소재는 좋았으나 전개며 서술이며 참 대략난감이었다. 썩 필요해 보이지 않는 장면들이 많은 데다 딥&다크한 저자의 철학들이 순서 없이 날아든다. 아따메, <위대한 집>도 여러모로 읽기 힘들었었는데 말입죠.
<어두운 숲>은 니콜 크라우스가 이혼하면서 생긴 감정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사랑의 역사>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는, 이혼의 아픔을 치유해 주지 못하는 부와 명예에 회의감을 느꼈을 것이고, 그 심정을 담아 변호사 노인의 이야기를 썼을 테다. 또한 내 작품이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부담과, 유대인과 미국인 사이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으로 내내 가시방석이었겠지. 소설가의 내용 곳곳에서 작가의 고통이 묻어 나온다. 니콜 크라우스는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글쓰기로 눈앞에 벽들을 넘어섰다. 누가 뭐라 하든 이제는 자신을 위한 글쓰기로 마이웨이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중반까지는 나름 괜찮았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은, 작가와 독자 서로에게 꼭 필요한 화두니까. 그런데 후반에 들어서도 계속 헤매고 있는 게 아닌가. 어쩌면 작가 자신도 인생에 어떤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이 작품을 완성한 걸 수도 있다. 그저 오랫동안 막혀있던 벽을 허물은, 기념비적인 작품일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는 좋았다만 작품성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못미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