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살결

살결 Texture Of Skin
감독 이성강
출연 김윤태, 최보영,
김주령, 김의동
장르 드라마
시간 100분
개봉 5월 10일
어느 조용한 새벽, 집으로 돌아가던 민우(김윤태)는 한 여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한다. 다음 날, 민우는 그가 대학시절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재희(김주령)와 우연히 마주치고,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재희와 격렬한 사랑을 나누던 민우에게 이름 모를 소녀의 환영이 보인다.
‘마리이야기’ ‘천년여우 여우비’의 이성강 감독의 첫 실사영화로 모스크바 영화제와 밴쿠버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한 여인은 육체로, 다른 여인은 영혼으로 한 남자를 사로잡는 이 신비로운 영화는 그러나, 불확실한 상징으로 숨겨져 있는 함의가 관객에게 모호함을 안겨줄 소지가 다분하다.

C+ 새롭지만 낯선 (희연)
C+ 느낄 수 없는 살결 (수진)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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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못말리는 결혼

못말리는 결혼
감독 김성욱
출연 김수미, 임채무, 유진, 하석진
장르 코미디
시간 115분 개봉 5월 10일
돈 많고, 인물 좋고, 학벌 좋고, 싸가지 대충 없는 성형외과 의사 기백(하석진)은 닥종이 공방을 운영하는 참하고 발랄한 아가씨 은호(유진)와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 경제적 지위에 결부시킨 사돈 맺기 코미디는 닳고 닳은, 그럼에도 꽤 웃기는 소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설픈 코미디와 화나게 유치한 스토리로 초장부터 관객의 웃음을 철저히 봉쇄한다. 김수미의 잉글리시 욕도, 임채무의 몸 바친 코미디도, 조연들의 지루한 개그도, 이쁜 유진의 얼굴도, 해피엔딩의 급수습도 모두 다 부질없다.

D 진지해. 나 지금 베리 씨리어스해 (호영)
C 김수미 아줌마 욕하느라 욕보셨어요 (희연)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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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용호문

용호문 Dragon Tiger Gate
감독 엽위신
출연 견자단, 사정봉, 여문락
장르 액션
시간 89분
개봉 5월 10일
범죄로 물든 대륙을 지키기 위해 정의의 이름으로 용호문이 설립되고, 창시자이자 무림고수인 두 아들, 왕소룡(견자단)과 왕소호(사정봉)는 제대로 된 무예를 익힌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이별한 형제는 적이 되어 마주하고 음모 앞에 갈등한다. 액션계의 히어로 엽위신 감독과 견자단의 만남만으로 ‘용호문’은 마니아의 극찬을 받을 만하다. 이들은 무협의 기술 스펙타클, 스케일과 만화적 연출이 가미된 무협적 사운드, 시각적 연출 등의 무드는 일반인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스토리 및 설정에서 선명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이 분명하다. 진정성의 발견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웃음 없이 몰입할 수 있는가, 의 문제가 남는다.

C 너의 설정을 내가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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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마음의 초상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 1959)’
● 에릭 로메르가 유성영화 이래 최초의 현대적인 감독이라 칭했던 알랭 레네는 선형적인 이야기 구조가 현대인들의 삶에 맞지 않음을 주창했던 감독이다. 그의 2006년 작 ‘마음’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동명의 희곡을 각색한 연극적인 영화로 보여질 수 있으나, 알랭 레네는 여섯 사람의 심정적 추이를 현대적인 건축 공간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해내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집을 구하러 부동산 업자와 함께 빈 아파트에 들른 니콜은 이 아파트가 자신이 구하던 방 세 개짜리 아파트가 아닌, 방 하나를 두 개로 나뉘어 놓은, 말하자면 방 두 개 짜리 아파트나 다름없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그 아파트의 방 두 개는 실은 창문이 딸린 큰 방 하나였지만 창문의 정확히 중간 지점에 벽을 만들어 두 개로 나뉘어놓은 방이다. 니콜은 다음과 같이 불평한다. “만약 방 이쪽과 저쪽에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창문을 열고 싶어하는데 한 사람은 창문을 닫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누군가는 답답해 죽을 거고 누군가는 얼어죽겠죠?” 니콜의 이러한 대사는 영화 전반에 걸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끊임없이 어긋나는 인물들의 행동에 대한 매우 훌륭한 은유다.
영화는 시종일관 눈 내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모든 사건은 실내에서 진행된다. 시야를 희미하게 가리며 흩날리는 눈처럼,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유리문이나 격자창으로 인해 아주 가깝게 있으면서도 심정적으로 서로 격리되어 있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유리문이나 격자창 등을 통해 교묘하게 가려진 인물들을 포착한다. 현대인들은 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서로 부딪치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알랭 레네의 59년 작 ‘히로시마 내 사랑’에는 이와 유사한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정사를 나누는 프랑스 여배우와 일본인 건축가는 마치 독백처럼 대화를 나눈다. 여인은 시종일관 원폭이 떨어진 이후 히로시마의 끔찍한 이미지들을 보았노라고 속삭이지만, 남자는 그녀의 말에 시종일관 “아니야,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라고 부정한다. 그들의 독백 위로 흐르는 이미지는 원폭으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진 히로시마의 참혹한 풍경이다. 손발이 잘려나간 사람들, 뒤틀린 구조물들, 땅 위에서 우글거리는 벌레들의 풍경 이미지를 관객들은 보고 있고, 여인은 기억한다고 주장하지만, 남자는 부정한다. 각기 상처를 입고 있는 남녀의 기이한 대화는 씻을 수 없는 고통이라는 측면에서 하나로 겹치지만 결코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알랭 레네는 정돈된 이야기 대신 서로 겹치고 흩어지는 의식의 흐름을 이미지로 담아내면서,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인의 파편화된 삶을 누구보다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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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 그럼, 나는?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의 에린과 조지

● 줄리아 로버츠의 열연과 극성 아줌마의 감독적인 성공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에린 브로코비치’에는 ‘딱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롤모델 말고도 엄청난 사랑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자, 나 먹을 음식은 고사하고 얘들 먹일 음식도 없습니다. 통장에 잔고도, 직장도 없습니다. 겨우겨우 재워 논 세 아이들을 뒤로하고 고단한 하루 그나마 마무리 하나 싶은데, 시끄러운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귀를 건드립니다. 최고의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자유로운 라이더, 옆집 남자 조지의 만행이죠. ‘닥치고 자’라는 에린의 말에 그만 홀딱 반해버린 남자는 에린의 전화번호를 묻고, 바로 여기서 그 유명한 숫자 대사가 등장합니다. “10! 딸아이 개월 수, 6! 둘째 딸 나이, 8! 큰 아들 나이, 2! 이혼한 횟수, 16! 통장에 남은 돈 액수. 어때, 섹시하지? 0! 당신이 이 얘길 듣고 내게 전화 할 확률.” 사실 남자는 숫자놀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미 ‘홀딱’ 반해버렸으니까요. 에린은 어렵게 들어간 변호사 사무실, 돈벌이가 있는 건 좋지만 망할 놈의 유모가 아이들을 내팽게치고 사라졌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혈압은 올라가는데, 옆집에 들리는 웃음소리. “햄버거 구워서 우유랑 먹였어요.” 끝까지 도도한 척 하는 에린이지만, 한마디 거든다면 그녀도 조지에게 완전 넘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해고 위기에 처한 그녀의 대량 짜증과 그 후에 밀려드는 견디긴 힘든 뿌리 깊은 신세 한탄 앞에, 조지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무릎을 꿇고 안아주며,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야”라고 말했다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대규모 소송이 진행되고, 에린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면서 시작됩니다. 여자는 일을 통해 처음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위해서 무보수 식모살이를 합니다. 결국 조지는 “… 그럼, 나는?” 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죠. “너무 잘 해주지마. 내 존재의 이유가 되겠다고? 난 두려워”라고 말하던 그녀도 의심할 수 없었던 그런 남자, 조지가 결국엔 ‘내가 너에게 무엇이냐’는 돌이키기엔 너무 먹먹한 질문을 던지고 맙니다. 두 사람의 존재의 이유가 엇갈려버렸네요. 현명한 에린은 조지가 다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애쓰면서 그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비로소, 사랑에 빠지고 존재의 이유를 잃었다가 다시 되찾는 하나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때때로 ‘존재의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너무 소홀하지는 마세요. ‘존재’라는 것이 그렇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덧붙여,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이 남자, 조지도 실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조, 외조’라는 단어에는 ‘안과 밖’이라는 의미의 어폐가 있으니 사용 않더라도, 당당하게 “니 아(애)를 내가 돌봐줄께!” 하는 남자 말입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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