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 … 그럼, 나는?
|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의 에린과 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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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리아 로버츠의 열연과 극성 아줌마의 감독적인 성공스토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에린 브로코비치’에는 ‘딱 저렇게 늙었으면 좋겠다’는 롤모델 말고도 엄청난 사랑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자, 나 먹을 음식은 고사하고 얘들 먹일 음식도 없습니다. 통장에 잔고도, 직장도 없습니다. 겨우겨우 재워 논 세 아이들을 뒤로하고 고단한 하루 그나마 마무리 하나 싶은데, 시끄러운 오토바이 시동소리가 귀를 건드립니다. 최고의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모는 자유로운 라이더, 옆집 남자 조지의 만행이죠. ‘닥치고 자’라는 에린의 말에 그만 홀딱 반해버린 남자는 에린의 전화번호를 묻고, 바로 여기서 그 유명한 숫자 대사가 등장합니다. “10! 딸아이 개월 수, 6! 둘째 딸 나이, 8! 큰 아들 나이, 2! 이혼한 횟수, 16! 통장에 남은 돈 액수. 어때, 섹시하지? 0! 당신이 이 얘길 듣고 내게 전화 할 확률.” 사실 남자는 숫자놀이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미 ‘홀딱’ 반해버렸으니까요. 에린은 어렵게 들어간 변호사 사무실, 돈벌이가 있는 건 좋지만 망할 놈의 유모가 아이들을 내팽게치고 사라졌습니다. 하늘이 노랗고 혈압은 올라가는데, 옆집에 들리는 웃음소리. “햄버거 구워서 우유랑 먹였어요.” 끝까지 도도한 척 하는 에린이지만, 한마디 거든다면 그녀도 조지에게 완전 넘어간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해고 위기에 처한 그녀의 대량 짜증과 그 후에 밀려드는 견디긴 힘든 뿌리 깊은 신세 한탄 앞에, 조지가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무릎을 꿇고 안아주며, “당신은 내게 특별한 사람이야”라고 말했다니까요! 하지만 이들의 진짜 이야기는 대규모 소송이 진행되고, 에린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면서 시작됩니다. 여자는 일을 통해 처음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하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위해서 무보수 식모살이를 합니다. 결국 조지는 “… 그럼, 나는?” 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죠. “너무 잘 해주지마. 내 존재의 이유가 되겠다고? 난 두려워”라고 말하던 그녀도 의심할 수 없었던 그런 남자, 조지가 결국엔 ‘내가 너에게 무엇이냐’는 돌이키기엔 너무 먹먹한 질문을 던지고 맙니다. 두 사람의 존재의 이유가 엇갈려버렸네요. 현명한 에린은 조지가 다시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애쓰면서 그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비로소, 사랑에 빠지고 존재의 이유를 잃었다가 다시 되찾는 하나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때때로 ‘존재의 이유’를 상기시켜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너무 소홀하지는 마세요. ‘존재’라는 것이 그렇게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덧붙여,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이 남자, 조지도 실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내조, 외조’라는 단어에는 ‘안과 밖’이라는 의미의 어폐가 있으니 사용 않더라도, 당당하게 “니 아(애)를 내가 돌봐줄께!” 하는 남자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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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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