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대학내일 문화팀 주점 전격 오픈 !

엘레강스 가면 인테리어

공포
여름도 다가오는데, 우리 추억의 공포영화들이나 떠올려볼까요. ‘스크림’이나 ‘마스크’가면이 지겨우시면, 짐캐리 아저씨의 또다른 가면 ‘배트맨 포에버’의 리들러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13일의 금요일: 프레디 대 제이슨’도 있으니 얼마든지 골라보세요. 어떻게, 프레디를 하시겠어요, 제이슨을 하시겠어요?

낭만
아아, 그만, 그만. 그러실 줄들 알았어요들. 짓궂게 노는 건 싫다 이거죠? 로맨틱한 가면을 원하는 당신을 위해 린제이 로한, 커스틴 던스트 스타일도 준비해두었습니다. ‘행운을 돌려줘’의 애슐리가 된 듯,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가 된 듯 즐겨보아요.


게임과~ 상품이~ 왔어요오

‘마미야 형제’ 게임
손님의 즐거움이 어떻게 나의 기쁨인가. 주점이 평생 장사도 아닌 것을, 단골 만들 필요 없고 일단 우려낼 대로(?) 다 우려내야 비로소 나의 기쁨이 완성되지 않겠는가. ‘나의 매출은 손님의 재미에 항상 선행한다’는 불변의 진리에 딱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일념 하에 탄생한 게임이 있으니 바로 절대미각 경연대회. “그냥 홍시 맛이 느껴져서 홍시라 한 것이온데 왜 홍시 맛이 났느냐고 물으시면 그냥 홍시가, 홍시 맛이, 홍시여서, 홍시가···” 아, 이 한줄 대사에 무한 감동을 받아 오나라 가나라 목소리 뒤집으며 따라한 이 얼마나 많았던가. 스크린 속에 이보다 더 심한 ‘홍시논란’이 있다. ‘마미야 형제’에서 맥주 개발 연구원인 형 아키노부를 본받아, 아주 심각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맥주 알아맞히기 게임을 해본다. 물론 마신 맥주 값은 손님이 부담한다. “기왕 돈 주고 먹을 맥주, 게임이나 한판 하시는 거 어때요.” 라고 꼬드기면 의외로 쉽게 ‘오호라!’를 외칠 것. 이 놀랍고 혁신적인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다. ‘이 참에 안주도 팔 수 있겠어!’

‘올드보이’ 게임
갖가지 안주 있겠지만 명색이 ‘영화 주점’인 우리 분위기에 딱 맞는 안주는 뭐니 뭐니해도 군만두 아니겠는가.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15년 동안 연마한 군만두 달인에 도전하는 초고난이도 게임을 긴장감 약 231퍼센트 정도로, 더욱 더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한다. 그까이꺼 군만두, 메뉴로 내놓으면 안 팔릴 아이템이니,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덤 앤 더머’ 상품!
기분이야 누군들 내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상품을 막 퍼주다 보면 죽어라 만두 굽느라 주방에 처박혀 흘린 수억 만개 나의 옥 같은 땀방울은 매출전표 만드는 순간 소리 없는 통곡이 되어버릴 터. 이럴 때일수록 손님들의 성향을 파악하여 최적의 핸드메이드 상품 리스트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주점을 찾는 손님들은 세상에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 그런 분들을 고려하여, 아는 사람은 잘 안다는, ‘덤 앤 더머’ 에 나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목 없는 새 선물해 드리면 제대로 지적 대화가 가능해지실 것이다.


‘킬빌’ 상품!
무료한 일상에 지치신 분들을 위해서는 입기만 하면 우마 서먼이 저절로 된다는 ‘킬빌’ 의 원색적 트레이닝복을 준비하자.

‘캐리비안의 해적’ 상품!
우승자의 유머수준이 딱 안타까운 정도다, 싶으면 그냥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망자의 함을 드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말 그대로 ‘함’ 만 받아도 좋아 죽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매치 포인트’ 상품!
이렇게 고급스러운 상품 아이템에도 불구, 아직 구색이 안 맞다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비장의 카드를 새침하게 꺼내자. ‘매치포인트’의 명장면, 보기만 해도 울렁대는 스칼렛 요한슨 언니와의 핑퐁 대결은 생각만 해도 정말 꿈만 같은, 평생에 잊지 못할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올지 모를 그 순간을 빛내줄 ‘최고급 탁구채 한 짝’을 상품으로 드리는 것이다! ‘서브 백 번’의 충만한 기까지 불어 넣어주면, 요한슨 앞에 당당할 수 있을 최고의 상품이 될 것. (그래도 부끄럽다면 ‘핑퐁’의 코치님처럼, 경우에 따라 혼자 탁구를 치기에도 훌륭하다고 격려한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언제 또 이리로 왔어? 그 바로 옆에 마련된 백색 테이블에서 외쳐주세요. “이모~ 여기 소주 일병 추가요~”

연애의 목적
어두운 붉은 조명 아래, 늘어가는 소주병들. 이런 건 어떠세요? 심도 깊은 대화 속에 남녀상열지사는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괴물
1번부터 10번까지 돗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 5번 돗자리는 특석이니 알아두시길. 찾아가는 서비스는 기본입니다.


당신을 위한 뮤직 박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
(매우 느끼하게) 뮤직, 스타트~ 자, 오늘 파티에 와주신 여러분들께 DJ 대학내일 인사드립니다. 제일 처음 띄워드릴 곡은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Sound Of Silence)’입니다. 더스틴 호프만의 데뷔작인 ‘졸업’의 주제곡으로, 추억의 올드팝 목록에선 절대 빠지지 않는 명곡이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광고에서 패러디됐던 ‘졸업’의 마지막 장면, 신부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벤자민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군요.

‘팝 고즈 마이 하트(Pop goes my heart)’
다음 곡은 최근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OST에서 골라봤습니다. 특별히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씨가 빽바지에 송곳머리를 하고는 엉덩이 씰룩대며 확실한 팬서비스를 해줬는데요, 흥겨운 리듬의 ‘팝 고즈 마이 하트(Pop goes my heart)’ 나갑니다. 분위기 완전 업 되는군요.

‘몬도 77(Mondo '77)’
올드한 이미지 상큼하게 반전시키기기 위해서 루퍼(Looper)의 ‘몬도 77(Mondo '77)’ 갑니다. ‘바닐라 스카이’와 ‘에쥬케이터’에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몸을 움직이지 않고선 못 배길걸요! 자, 다함께 댄스 댄스 댄스~

‘어 퓨어 펄슨(A Pure Person)’
이 여세를 몰아 ‘밀레니엄 맘보’의 테크노 곡 들려드립니다. 담배를 피워 물고 몽롱하게 몸을 흔들어대던 여주인공 비키가 생각나는군요. 대만의 대표적인 음악감독 림 지옹(Lim Giong)의 ‘어 퓨어 펄슨(A Pure Person)’입니다.

‘컴 히어(Come Hear)’
자, 광란의 밤도 점점 끝나갑니다. 장내를 정리하면서 아쉬운 마지막 곡 나갑니다. ‘비포 선라이즈’의 제시와 셀린느가 비엔나의 어느 레코드 숍 음악 감상실에서 서로를 흘끔흘끔 바라볼 때 흐르던 곡, 케이티 블룸(Kath bloom)의 ‘컴 히어(Come Hear)’입니다. 동이 틀 때까지 편안하게 블루스 한 판 땡기십시오. 오~ 예.


일단 한 번 잡숴봐 메뉴

‘식신’ 잡탕면 set
드디어 식신이 강림하셨습니다. 도룡도법과 타구공법으로 제조한 최고의 잡탕면을 맛보세요. 오줌싸개완자는 서비스고요, 돼지바베큐 덮밥은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거예요. 우흥흥.

‘마미야 형제’ 카레 set
저희 주점에서는 축제를 기념해 이른바 초이스카레를 선보입니다. 씨푸드카레, 비프카레, 치킨카레 중 하나 선택 가능하십니다~ 덤으로 숙취해소용 커피우유도 드려요~

‘날아라 허동구’ 치킨 set
맥주하면 치킨이죠. 동구아빠가 직접 요리한 양념치킨은 반친구들(?) 뇌물용으로 그만!

‘집으로’ 백숙 set
꼬꼬댁 꼬꼬꼬꼬. 맥주에 치킨이라면 소주에 백숙은 어떠세요? ‘외할머니표 물에 빠뜨린 닭’ 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괴물’ 오징어 땅콩 set
전형적인 매점형 안주세트입니다. 최대한 예쁘게 구워드려요.

+기본안주
‘미스터퀴즈주부왕’ 참치샐러드 (조진만 주부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짝짝짝)
+보너스
‘칵테일’ 칵테일 톰아저씨가 준비한 칵테일 여기 있습니다! 남달리 청순한 주량이 걱정되는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무아지경 댄스 스테이지 고! 고!

동갑내기 과외하기
한 구석에 마련된 축제 스테이지에서 마음껏 내지르고 춤춰봅시다. 그래도 필이 안산다면…?

박물관이 살아있다
축제라면 요정도 분위기는 타야죠? 훈족, 사카쥬웨아, 티라노, 그 외 각종 동물친구들과 우리 함께 어울려보아요.

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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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밀양 Secret Sunshine

밀양 Secret Sunshine

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
장르 드라마
시간 142분
개봉 5월 24일

Synopsis
신애(전도연)는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살러 가는 중이다. 도중에 차가 고장 나자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카센터 직원을 기다린다. 곧 도착한 카센터 직원 종찬(송강호)은 신애와 신애의 아들을 차에 태우고 밀양으로 향한다. 신애가 종찬에게 묻는다. “밀양이 무슨 뜻인 줄 알아요?” “뭐 뜻보고 삽니꺼? 그냥 사는 거지예.” “비밀 ‘밀’에 볕 ‘양’, ‘비밀스러운 햇볕’이라는 뜻이에요.”

Viewpoint

프랑스의 소설가 장 그르니에는 말했다.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오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고. 우리는 흔히 ‘새롭게 시작되는 삶’을 밝게 떠오르는 태양에 비유하곤 한다. 어둠이 걷히고, 눈물 가득한 두 눈에 ‘비밀스러운 햇빛’이 비치면, 그 서러웠던 눈물도 밝은 빛을 머금고 반짝이며 빛난다. 영화 ‘밀양’도 신애의 잘려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다가, 곧 검푸른 물웅덩이에 ‘비밀스러운 햇빛’이 비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가 이것을, 감히 시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익히 잘 알고 있겠지만 이창동 감독은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무척이나 즐긴다. 그리고 그의 영화를 놓지 못하는 관객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감정의 마조히스트’임이 틀림없다.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인물들이 힘들게 걸음을 떼고, 애벌레처럼 등을 웅크린 채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쏟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 시퍼런 멍이 생겨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신작 ‘밀양’을 통해 더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네가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이쯤에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한다. ‘이런 사랑도 있다’며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 남녀의 아주 특별한 사랑이야기’라던 홍보카피문구는 100% 거짓말이다. 이 영화는 남편을 잃고, 심지어 아이마저 잃고, 혼자서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삶을 살아내야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 온갖 거짓과 상처와 불행에 맞서기 위해 때론 오열하고 때론 자해하고 때론 광기를 부리거나 악랄한 척 하는 한 여자가 있을 뿐이다.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 다가왔고, 그 사람이 그녀를 어떻게 사랑했고, 그녀가 어떤 종교를 가졌고, 어떤 신을 믿었는지 따위는 하나도 중요치 않다. 우리는 신애의 남편이 정말 바람을 피웠는지, 신애의 남편이 왜 죽었는지, 신애가 어떤 연유로 밀양이라는 마을에 오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사람을 그저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 영화는 섣부른 희망과 용서를 언급하지도 않는다. 세상 모든 일에는 면역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이제는 관객들도 어지간한 고통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예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배우 전도연이 연기한 신애라는 인물의 날 선 감정과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중추적인 힘이다. 또한 이것은 짙은 페이소스를 유발시키며 우리의 심장을 고통으로 마취시킨다. ‘더’ 힘들고 ‘덜’ 힘든 장면이 없다. 눈물조차 말라버린다.
지난 5월 16일부터 열린 제 60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국제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이성적인 분석이 불가능(혹은 불필요)한 영화다. ‘어떤 영화’라고 규정짓기가 힘들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지 모른다. 그러니 그저 ‘비밀스러운 햇빛’을 맞으러 가라.

The Hardest State

‘가장 불행한 상태’란 언제일까. ‘가장 불행한 사람’을 꼽을 수 있을까. 아픔도 고통도 다 상대적인 것일 뿐, 절대적인 기준에 맞춰 우위를 가릴 순 없다. 영화도 마찬가지. ‘가장 힘겨운 영화’가 무엇인지, ‘가장 불행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독들이 있다. ‘21그램’ ‘바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어둠 속의 댄서’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 배우 중엔 제니퍼 제이슨 리(사진)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조지아’에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언니의 그늘에 가려 늘 실패자로 살아가야했던, 싸구려 술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버는 알콜중독자 새디를,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는 남자들에게 짓밟히는 가련한 창녀 트랄라를 연기했다. 물론 이런 영화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고통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큰 힘이 된다. 행복의 반대말이 꼭 불행은 아니듯이.
홈피 www.secretsunshine.co.kr

A+ 난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저 힘겹게 견뎌냈을 뿐이다 (희연)
A 치밀하고 교활한(영리한), 여우같은 화법 (호영)
A 구원은 없다 (수진)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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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1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샤랄라님, 밀양 소개 잘 보았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영화에요. 기다리고 있어요.

뿅뿅 2007-05-1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는 기대가 되더라구요^^ 저도 기다리고 있답니다^^
 

[프리뷰]거지의 오페라

거지의 오페라
The beggar's opera
감독 이리 멘젤, 메나헴 골란
출연 조제프 아브라함, 마리안 라부다, 바르보라 레이츠너로바, 루돌프 흐루쉰스키
장르 코미디
시간 94분
개봉 5월 24일

Viewpoint

중세의 영웅으로 존경받던 낭만적인 도둑들의 시대는 가고, 비열하게 변한 지하세계는 구세력인 피첨(마리안 라부다)과 신진세력인 매키스(조제프 아브라함)의 두 세력으로 양분되었다. 부하를 다루는 솜씨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여자를 홀리는 솜씨가 뛰어나 날로 그 세를 더하는 매키스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피첨은 딸 폴리(바르보라 레이츠너로바)를 이용해 매키스의 조직의 정보를 빼내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폴리는 피첨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매키스에게 반하게 되고, 희대의 사기꾼이자 바람둥이인 매키스와 앵벌이 재벌 피첨의 물고 물리는 암투가 시작된다. ‘거지의 오페라’는 ‘가까이서 본 기차’, ‘줄 위의 종달새’에 이어 이리 멘젤 기획전에서 마지막 순서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벨벳혁명의 주역으로 전 체코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했으며, 하벨의 희곡 역시 영국 극작가 존 게이의 18세기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와는 같은 원작의 다른 판본.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비꼬며 권력과 권력 간 부정한 거래가 끊임없이 오고 가는 이 극의 내용은 이리 멘젤과 메나헴 골란의 영화 ‘거지의 오페라’가 만들어진 91년의 체코의 현실에도 어김없이 투영되었다. 어느 세기에나 시대성을 획득할 수 있는 원작 텍스트에 어우러진 풍자의 기교는 언뜻 보기에도 상당히 통렬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어렵고 딱딱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튼튼한 원작이 가진 희곡적 요소에, 전작들에서 유감 없이 발휘된 이리 멘젤식 유머를 더해 녹슬지 않는 코미디를 구사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 급변하는 자본주의 사회 풍속도를 꼬집듯 수시로 엎어지는 상황들은 소극을 연상시키며, 서로 속이면서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영악하게 대처하는 능청스런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연극적으로 연출된 어느 정도 과장된 연기를 통해 더 코믹하게 그려졌다. 브레히트의 연극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관람은 더욱 흥미로운 기억으로 남을 것. ‘로리타’‘베니스의 상인’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헐리웃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가 깜짝 출연한 장면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B+ 유쾌하고 영특한 풍자의 힘! (수진)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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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전설의 고향

전설의 고향
감독 김지환
출연 박신혜, 양금석, 재희
장르 공포
시간 95분
개봉 5월 23일

Viewpoint

물에 빠졌다가 10년 만에 의식을 찾은 소연(박신혜)을 기다리는 것은, 같이 물에 빠진 동생 효진은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 그녀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 후 자꾸만 마을에 불길한 죽음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소연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본래 소연과 정혼했지만 효진을 더 좋아했던 선비 현식(재희)도, 왠지 모르게 자꾸만 차갑게 변해가는 소연의 어머니(양금석)도 소연을 점점 더 힘들게 한다.
올 여름 첫 공포영화가 다가왔다. 한국적 공포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찬(듯한) 출발로, 제목까지 ‘전설의 고향’이라 지은 영화이기에 기대감이 은근히 생긴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영화가 본래 생각과 같지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원한을 품고 이승을 떠도는 혼을 이야기하는 큰 흐름이야 살아있지만 세세하게 면모를 따질수록, 살이 붙고 극이 진행될수록 의아해진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기본적 줄거리가 하나의 훌륭한 한국적 공포 그 자체인 데 비해 영화가 이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 살짝 과한 느낌의 카메라 사용이 조악한 것은 개인적인 느낌이라치고 넘어가더라도, 공포와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서랍 밑에서, 문틈 사이로 발목이나 척척 잡아가며 ‘쿵! 놀랬지?’ 이런 식이라는 것은 적잖은 실망이다. 특히 삐거덕거리며 관절을 꺾어대는 귀신이 등장할 때는 이러려면 왜 굳이 소복 입고 머리 풀어헤쳤다고 수습 못할 자랑은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결국 이 영화에서 예전에 은근히 오싹했다고 추억했던 ‘전설의 고향’ 적 요소는 한복과 자욱한 물안개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고까움이 든다. 그러나 이 모든 텍스트적인 차원을 감수하고 단순히 재미를 얻기 위해 이 영화를 택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배우 대다수의 아직 영글지 않은 연기다. 도대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별 개성 없이 떠돌다가 흐지부지 존재감 남기지 않는 캐릭터 또한 모자란 연기력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극의 수준을 떨어뜨린다. 다행인 점은 갈수록 태산일 것 같던 영화가 끝자락에 가서는 정신을 차린다는 것. 또한 극중 몇몇 확실히 소름끼치고 징그러운 장면에 대해 보너스 점수를 살짝 얹어 줄 수 있다.

C+ 박빙의 연기대결 (호영)
C 연기의 하향평준화 (희연)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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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마이 제너레이션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

● 노동석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근본적으로 그의 전작 ‘마이 제너레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창 청춘의 설레임을 만끽해야 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물려준 유형, 무형의 빚에 시달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젊은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전투하듯 살아간다.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다시 한번 영화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김병석이 연기하는 기수라는 인물은 드러머가 꿈이지만 형이 버리다시피 남겨놓고 간 어린 조카를 돌보아야 하기에 대리운전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며, 그의 동생이나 다름없는 친한 이웃 청년 종대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홀어머니 밑에서 오로지 진짜 총을 갖고 싶다는 열망으로만 살아가는 다혈질 청년이다. 영화는 고단한 세상의 짐을 너무 일찍 지게 된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이 영화에서 가장 힘주어 말하고 있는 지점은 그들의 불행이 단순히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순된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서 펜 감독의 1967년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원제가 전혀 다르긴 하지만 노동석의 영화와 같은 제목을가지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두 영화는 많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1932년 미국대공황 시기에 은행강도 짓을 하다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실존 인물을 영화화한 이 영화에서 평범한 시골 웨이트리스 보니(페이 더너웨이)와한 좀도둑(클라이드)은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하여 은행강도 행각을 벌인다. 그러나 그들은 극악한 범죄자라기보다는 관객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해 은연 중 공감하게 되는 안티 히어로처럼 그려진다. 실업자가 넘쳐나던 미국 대공황기는 오로지 권력자와 부르주아 계층만이 돈줄을 틀어쥐고 있던 시절이었으며, 서민들의 숨통을 죄는 그들의 돈이 안전히 보관되어 있던 장소가 바로 은행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강도 행각은 서민들에게 커다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으며, 영화 속에서 서민들은 그들을 돕기도 한다.
그들과 같은 패거리에 있던 이의 밀고로 인해 둘은 차를 타고 은신처로 오던 도중 경찰의 무차별 총격으로 살해당하는데, 타고 있던 차와 도망치려던 그들의 몸을 무수히 난타하는 총알 세례를 보여주는 장면은 지금도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두 사람을 통해 바라본 일종의 시대정신이었다. 60년대 베트남전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미국인들의 내부에 자리잡은 깊은 공허와 분노는 이 영화를 비롯해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를 주름잡은 아메리칸 뉴웨이브 영화 속에서 드러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깨진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적 최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가장 명징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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