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 상투스 상투스 상투스

갈매기의 꿈 Jonathan Livingston Seagull

우리는 매순간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람시의 말처럼,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동시에 머뭇거립니다. 근거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것이 나를 긍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 맘대로 하는 것’만큼 어려워 진 듯합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료 코엘류는 ‘연금술사’를 비롯한 그의 책들에서 이 근거 없음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신, 세상 모든 것과 당신은 하나이기에 진정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진심이 서서히 세상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 결국엔 이뤄질 것이라고요.


조나단 리빙스턴을 기억하세요? 높이 날아서 멀리보기를 소망했던 갈매기 말입니다. 고도에 대한 열망이 깊어 지친 날개를 끊임없이 움직였던 조나단도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모두들 부정하고 포기했던 것을 조나단은 계속 시도합니다. 비행사였던 원작자의 우화에 영감을 받은 ‘산체스의 아이들’의 할 바렛 감독은 바닷가로 나가 갈매기를 찍기 시작하고 우여곡절 끝에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1973)’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조나단의 이야기는 음악으로 재탄생 하지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광활한 자연을 아우르는 연주곡은 자연이라는 현상을 감동적인 스토리로 만듭니다. 클래식 풍의 ‘앤떰(Anthem)’은 미스터리한 꼬리를 남기고 발랄한 ‘스카이 버드(Skybird)’와 애잔한 ‘디어 파더(Dear Father)’는 언어화 혹은 인간화 되기 이전의 감정들을 전합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흘렀던 ‘beyond the sea’는 푸른 바다 저 너머를 향했지만 ‘갈매기의 꿈’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드넓고도 위험한 바로 이곳을 노래합니다. 미국 팝계에서 오랜 인기를 자랑하는 신뢰로운 목소리, 이 영화음악으로 골든 글로브와 그래미를 수상한 닐 다이아몬드가 낮고 깊게 ‘론리 룩킹 스카이(Lonely Looking Sky)’를 읊조리면 구름 위로 홀로 나선 외로운 비행의 황홀감을 맛볼 수 있고, 영화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비(Be)’가 조나단의 수직상승과 맞물리면 드디어 눈물이 흐릅니다.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고는 말이죠. 근거 없음의 좌절로 더 간절했던 바로 그것을. “you may know it, if you may know it … sactus, sactus, sactus.” 당신이 찾으려고 한다면, 당신은 찾을 것입니다. 거룩하고 경이로운 것이 이 세계이니까요. 그리고, 이 세계의 일부인 당신이니까요. 복잡한 당신의 마음과 도시를 떠나 바닷가 갈매기 조나단에게서 발견한 것, 그것을 잊지 마세요.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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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모노폴리

감독 이항배
출연 양동근, 김성수, 윤지민
장르 스릴러
시간 91분
개봉 6월 1일
검찰 취조실의 남과 여, 그들은 각각 존(김성수)이란 남자에 대해 추궁 받는다. 사건의 중심인물인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경호(양동근)와 앨리(윤지민)의 회상은 범죄의 순간을 향한다. 모호한 어투의 경호와 앨리의 회상이 느리지만 다각적인 경찰수사와 교차편집 됨으로 장르에 적합한 속도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질주하는 스토리라인은 매끄럽지 못하고 치밀함은 떨어진다. 감독혼자 알고 있다가 ‘못참겠다’는 듯 폭로하는 반전도 달갑지만은 않다.

B 시나리오가 독점하니, 나머지는 부재 중 (수빈)
B 예상 가능한 결말. 하지만 무난하다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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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크립

Creep
감독 크리스토퍼 스미스
출연 프란카 포텐테, 바스 블랙우드
장르 공포, 스릴러
시간 85분
개봉 6월 15일
즐겁게 파티를 즐기다 조지 클루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향한 케이트(프란카 포텐테)는 살짝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기척 하나 없고, 모든 입구는 닫힌 후다. 케이트는 자신의 뒤를 쫓은 친구를 만나지만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고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등장시켜 약간의 긴장감을 유발하던 영화는 중반에 백년 묵은 병원 수술실과 생체실험 부작용으로 탄생한 듯한 괴물을 공개한다. 사람을 토막내고, 찌르고, 후비고 하는 등의 하드 고어를 제대로 펼치려다 그만 두는 영화는 대신,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일상성을 전복시키며 싸한 공포를 유발한다.

B 돋보이는 공간 활용 (진아)
C+ 대책없는 잔혹함은 이제 그만~ (영엽)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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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헷지

Over The Hedge
감독 팀 존슨, 캐리 커크 패트릭
목소리 출연 브루스 윌리스, 게리 샌들링, 에이브릴 라빈
장르 애니메이션
시간 76분
개봉 5월 31일

Synopsis

알제이(브루스 윌리스)는 떠돌이 너구리다. 그는 배고픔을 못 참고 겨울잠 자는 곰 빈센트의 식량을 훔치다 걸려 일주일 내로 식량을 원상복귀 시켜놓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큰 ‘한 탕’을 위해 알제이는 인간 마을을 털 계획을 꾸미고, 이에 마을 근처 숲에서 만난 거북이 번(게리 샌들링)과 다람쥐 해미, 고슴도치 가족 등이 합세한다.

Viewpoint

‘헷지’와 ‘슈렉’의 공통점은? 첫째, 드림웍스의 야심작이다. 둘째, 캐릭터가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셋째, 유머가 좀 된다. 넷째, 흥행에 이미 성공했거나(슈렉) 혹은 성공할 것 같다. 2001년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슈렉’은 웬만한 영화 뺨치는 시나리오로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넘어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그로부터 5년 후 등장한 이 작품은 ‘슈렉’ 만큼 참신한 스토리는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진보를 보여준다는 점은 확실하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극대화다. 너구리, 거북이, 스컹크, 고슴도치 등 여러 동물들의 움직임을 실사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냈음은 물론이요, 울타리를 중심으로 동물들이 사는 숲이나 울타리 너머의 알록달록한 인간 마을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했다. 이처럼 생생하게 전해지는 시각적 효과의 진보는 리얼리티를 극대화시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를 본다는 느낌을 준다.

줄거리 전개도 인상적이다. 겨울잠 자는 사이 숲은 사라져가고, 먹을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은 남 일 같지가 않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풍자하는 양, 인간 때문에 식량을 잃게 된 동물들이 도리어 인간 마을을 급습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우면서도 날카롭다. 여기에 개성 강한 동물 캐릭터들의 배우 못지않은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강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때로는 약삭빠르지만 마음 약한 너구리 알제이, 가끔 어리버리한 실수도 하지만 신중한 거북이 번, 다람쥐답게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는 해미, 천적이 나타났을 때나 위급 상황 발생 시엔 어김없이 죽은 척을 하는 주머니쥐 오지와 그의 딸 헤더(에이브릴 라빈) 등은 누가 주인공이랄 것 없이 종 특유의 매력을 자랑하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동물 수가 많은 만큼 적들도 다양하다. 너구리 알제이에게 식량을 빼앗겨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곰 빈센트와 동네 땅 값 떨어질까 걱정돼 동물들을 마을에서 내쫓으려 하는 부녀회장 글래디스, 그녀가 고용한 동물 사냥꾼 드웨인은 사방에서 알제이 일행을 공격해온다. 이처럼 주요 등장인물만 열 명이 넘으니, 영화는 시종일관 들썩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사건이 터지고, 한 바탕 소란스러운 후 잠잠해졌다 싶으면 또다시 말썽이다. 이러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잘 짜인 시나리오 덕분이다. 각 캐릭터들은 상황에 알맞게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뛰어난 콤비 플레이를 자랑한다. 이 콤비 플레이는 알제이 일행이 글래디스 여사의 집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다다르는데, 먹을거리와 주인공들, 그리고 흩어졌던 적들까지 한데 모이는 이 장면부터 ‘헷지’는 본격적인 코믹 액션물로 전환한다. 동물들을 잡기 위해 온갖 보호 장치로 둘러싸인 집과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하는 알제이의 전략은 웬만한 액션물 저리가라다. 동물들이 ‘스티브’라고 이름 지어준 문제의 울타리는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 역할을 하므로 눈여겨봐야 할 대상이다. 정신없이 주인공을 좇으며 정신없이 웃다보면 깔끔하게 끝나버리는 이 대 소동극은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된 화려한 출연진은 친숙하고도 노련한 목소리로 캐릭터의 색깔을 입히는 데 한 몫 하니, 이 영화 벌써 ‘over the hedge(울타리를 넘다)’하지 않았나 싶다.

더 재미있는 뒷이야기

보는 사람이야 즐거우면 끝이지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완성되는 데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노력이 뒤따른다. 특히 ‘헷지’ 같은 정교한 3D 애니메이션에서는 더 그렇다. 사실적이고 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를 포함한 모든 것들에는 원래의 모델이 존재한다. 숲과 인간세계를 구분 짓는 거대한 울타리는 실제 드림웍스 스튜디오 앞에 있는 울타리를 모델로 한 것이고, 스컹크 스텔라의 모델은 변신 전에는 전투용 부츠를 신은 ‘미스 에이전트’의 산드라 블록, 변신 후에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제인 러셀이라고 한다. 그밖에 영화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 인스턴트 제품들에는 실제와 똑같은 영양 정보와 무게, 성분이 표시되어 있다고.
홈페이지 www.hedge2006.co.kr

A 호들갑스럽게 시작하여 깔끔하게 끝나는 대 소동극. 재밌다! (영엽) B 사랑스런 동물애니메이션의 절정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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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구타유발자들

감독 원신연
출연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장르 코미디, 범죄
시간 115분
개봉 5월 31일

오페라가 울려 퍼지는 차 안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느끼한 성악교수는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여제자의 다리와 입술을 번갈아 응시하고 급기야 ‘조금 쉬어가자’는 수작을 부리기에 이른다. 그들이 차를 세운 기찻길 아래 외진 공터. 교수와 제자, 이렇게 저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한판 삼겹살 파티를 벌이는데 왠지 즐겁지가 않다.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회색과 푸른색을 강조한 색감은 나른하면서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폐쇄된 영화의 공간을 현실과 괴리된 공간으로까지 만든다. 이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범상치가 않다. 귀머거리 백정인 오근(오달수), 무지와 무식을 두루 갖춰 위험한 콤비 불량배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은 은근한 섬뜩함을 전달하고, 수줍은 웃음 위로 서서히 잔혹함을 드러내는 봉연(이문식)은 그 정점을 찍는다. 영화는 거침없이 폭력을 행할 수 있는 소름끼치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장기자랑을 벌이는 듯하다. 여제자의 속옷을 벗기고 그녀의 처녀성에 흥분할대로 흥분한 교수나 유약한 고등학생 현재(김시후)를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는 불량배들, 친절인 듯 가장하며 권력자의 조소와 함께 생고기를 강요하는 봉연까지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작다운 기막힌 캐릭터와 스토리를 자랑한다. 전작 ‘가발’ 장소헌팅 때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감독은 자신이 설정한 공간과 공포의 요소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에도 능숙하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자와 최고급 외제차를 타는 교수의 대립, 폭력과 애국가, 경찰의 결합은 폭력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인 코드를 드러내기도 한다. 비루한 인생일 것만 같던 교통경찰 문재(한석규)의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광기어린 폭력의 한판 축제는 진한 여운과 함께 ‘관객이 이 소름끼치는 사람들, 소름끼치는 세상을 얼마나 기꺼이 즐길 수 있겠는가’라는 큰 의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B+ 보기 좋은 떡삼겹, 소화제가 필요할지도 (진아)
B+ 가학적 웃음과 피학적 혐오의 유혹 (수빈)
C+ 왠지 부담스러운 소화불량 종합세트 (영엽)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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