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구타유발자들

감독 원신연
출연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장르 코미디, 범죄
시간 115분
개봉 5월 31일

오페라가 울려 퍼지는 차 안에서 징그러울 정도로 느끼한 성악교수는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여제자의 다리와 입술을 번갈아 응시하고 급기야 ‘조금 쉬어가자’는 수작을 부리기에 이른다. 그들이 차를 세운 기찻길 아래 외진 공터. 교수와 제자, 이렇게 저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한판 삼겹살 파티를 벌이는데 왠지 즐겁지가 않다.

콘트라스트를 높이고 회색과 푸른색을 강조한 색감은 나른하면서도 이질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폐쇄된 영화의 공간을 현실과 괴리된 공간으로까지 만든다. 이 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범상치가 않다. 귀머거리 백정인 오근(오달수), 무지와 무식을 두루 갖춰 위험한 콤비 불량배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은 은근한 섬뜩함을 전달하고, 수줍은 웃음 위로 서서히 잔혹함을 드러내는 봉연(이문식)은 그 정점을 찍는다. 영화는 거침없이 폭력을 행할 수 있는 소름끼치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장기자랑을 벌이는 듯하다. 여제자의 속옷을 벗기고 그녀의 처녀성에 흥분할대로 흥분한 교수나 유약한 고등학생 현재(김시후)를 죽기 직전까지 괴롭히는 불량배들, 친절인 듯 가장하며 권력자의 조소와 함께 생고기를 강요하는 봉연까지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절감하게 한다.
이처럼 영화는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작다운 기막힌 캐릭터와 스토리를 자랑한다. 전작 ‘가발’ 장소헌팅 때 자신이 직접 겪은 사건을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감독은 자신이 설정한 공간과 공포의 요소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에도 능숙하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자와 최고급 외제차를 타는 교수의 대립, 폭력과 애국가, 경찰의 결합은 폭력 안에 존재하는 사회적인 코드를 드러내기도 한다. 비루한 인생일 것만 같던 교통경찰 문재(한석규)의 이중성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절정에 달하고 광기어린 폭력의 한판 축제는 진한 여운과 함께 ‘관객이 이 소름끼치는 사람들, 소름끼치는 세상을 얼마나 기꺼이 즐길 수 있겠는가’라는 큰 의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B+ 보기 좋은 떡삼겹, 소화제가 필요할지도 (진아)
B+ 가학적 웃음과 피학적 혐오의 유혹 (수빈)
C+ 왠지 부담스러운 소화불량 종합세트 (영엽)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