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달콤 쌉싸름한 나의 유년이여

마이 걸 My Girl
바쁘게 집을 나서려는데 열쇠를 찾을 수 없었다. 매번 놓아두던 곳이 어쩐지 비어 있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찾아 헤매게 된다. 하지만 일목요연한 정리는 명확한 분류기준 속에 탄생할 수 있다. 책상 첫 번째 서랍은 각종 문구류, 두 번째 서랍은 영수증. 이처럼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사고는 기준이 모호하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옆집 아이와 뒹굴며 싸우던 일은 아팠지만 재미있었고 누군가를 멀리 떠나보낸 일은 슬펐지만 후련했다. 인생을 채운 수많은 사건들도 서랍속의 구획처럼 명확한 분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베이다는 그런 것은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열한 살 반의 그 시절처럼 달콤하고도 쌉싸름한 것이 인생 아니겠냐고 어른 같은 소리를 한다. 똑 부러지는 표정과 함께 그녀의 유년과 나의 유년이, 5월이면 유난히 그리워지는 사운드트랙이 귀를 맴돈다.
베이다가 단짝인 토마스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병원을 향할 때면 ‘굿 러빈(Good Lovin)’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몇 년 전에 목에 걸린 닭뼈를 꺼내달라고 심심하면 진찰받던 말괄량이의 고집만큼 통통 튀는 리듬이 발랄하다. 병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국어선생님을 만나는 날이면 집에 들어가자마자 ‘웨딩 벨 블루스(Wedding Bell Blues)’를 레코드에 걸었다. 그리고는 ‘당신을 보면 내 마음은 한없이 설레인다오’를 중얼거리며 선생님의 사진을 품은 채 나른한 보컬을 흉내 냈다.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노래 ‘두 와 디디 디디(Do Wah Diddy Diddy)’와 사랑을 시작하는 아빠의 설레는 노래 ‘아이 온리 해브 아이즈 포 유(I Only Have Eyes For You)’가 흐르기까지 달콤한 사운드트랙은 유년의 향수에 자꾸 빠져 들게 한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슬펐던 기억처럼 베이다도 토마스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못했지만 후에 언제나처럼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 위로 ‘마이 걸’의 노래, 더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의 ‘마이 걸(My Girl)’이 흐른다. ‘흐린 날에도 내게는 햇살이 비칩니다. 바깥이 아무리 추워도 내게는 따사로운 5월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는 베이다의 뒷모습 위로도 햇살이 비치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노래처럼 찬란한 5월이다. 달콤 쌉싸름한 유년은 흘렀고 매일매일도 그렇게 지나가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게 아닐까. 그런데 즐겁게도 ‘마이 걸'이 울려 퍼지는 오늘은 유독 달콤함이 더 짙구나.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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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호로비츠를 위하여

감독 권형진
출연 엄정화, 신의재, 박용우
장르 드라마
시간 108분
개봉 5월 25일

천재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처럼 되고 싶었던 소녀는 꿈을 잠시 접어둔 채 어른이 됐다. 아파트 상가에 작은 피아노 가게를 차린 그녀(엄정화)는 호로비츠를 꿈꾸는 제자를 기다린다.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아담하고 예쁜 영화다. ‘레이’ ‘샤인’ 등의 할리우드 음악 영화들과 스케일적인 측면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군더더기 내용 없는 깔끔한 진행이 돋보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울려 퍼지는 결말 부분에 이르면, 마음이 제법 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

B 특별한 스승과 제자 간의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 (영엽)
B 무난하게 잘만들어진, 그래서 식상한 드라마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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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히노키오

Hinokio
감독 야키야마 타카히코
출연 나카무라 마사토시, 혼고 카나타
장르 드라마, SF
시간 111분
개봉 5월 25일

선생님의 소개로 등장한 전학생 히노키오. 그는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토루(혼고 카나타)의 대리등교 로봇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시작한 히노키오는 준과 친구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리등교 로봇이라는 최첨단 기술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은 영화에 참 잘 어울린다. 또한 ‘게임과 현실세계가 연결되어있다’고 설정함으로써 기술과 감성,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그 불명확함 속에 ‘맑고 순수한 동화’ 이상의 에피소드는 없지만 그것들이 이뤄내는 파급력은 의외로 크다. 유치한 아이들 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상처를 딛고 마음을 열어가는 사토루의 소통과정이 절절하다.

B 어른을 위한 아이영화 (수빈)
B 어린이 영화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어요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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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행운을 돌려줘

Just My Luck
감독 도날드 페트리
출연 린제이 로한, 크리스 핀
장르 로맨틱 코미디
시간 102분
개봉 5월 25일

원하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애쉴리(린제이 로한)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다. 그런데 같은 하늘 아래 세상에서 가장 운 나쁜 남자 제이크(크리스 핀)도 살고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사고를 일으키며 구제불능 취급을 받는다. 가장무도회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두 사람은 첫 눈에 끌리고, 진한 입맞춤을 한 뒤로 둘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 ‘운명’이라는 한 단어로 모든 스토리를 설명하려 하는 이 영화는 ‘데스티네이션’의 로맨틱 버전쯤 되는 것 같다. 작위적인 설정이 너무 억지스럽긴 하지만, 시기적절하게 등장하는 흥겨운 밴드연주와 로맨틱한 분위기는 한 번 보고 즐기기에 무난한 정도다.

B 예고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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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짝패

감독 류승완
출연 류승완, 정두홍, 이범수
장르 액션
시간 92분
개봉 5월 25일

한때는 큰 조직을 이끌었으나 손 털고 잘 산다던 왕재가 죽었단다. 형사 태수(정두홍)는 10년 지기의 죽음에 한이 맺혀 고향을 찾는다. 왕재를 은인삼아 건달 짓을 하며 생활을 꾸리던 석환(류승완)은 범인을 잡겠다고 혈안이 됐고, 왕재의 조직을 물려받아 이런저런 사업을 하고 있는 필호(이범수)는 뒤처리에 바쁘다. 필호가 고향에 카지노를 세우려는 계획과 살인사건이 하나 둘 맞물리면서 둘도 없는 친구들은 적이 되고, 액션은 시작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로 이어지는 류승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그의 영화철학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로 액션이다. 깔끔하게 테크닉이 강조된 액션이 아니라 ‘치고 박고’ 피터지고 이빨 깨지면서 싸우는 그런 라이브한 액션 말이다. ‘짝패’를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자면 좀 더 류승완답다. 제작, 감독, 배우, 각본을 맡아 진행했을 뿐 아니라 성룡이나 버스터 키튼의 영화적인 에너지를 이상향 삼아 버텨오던 젊은 날의 꿈을 실현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에는 감독이 가진 액션에 대한 열정, 자기만족적 에너지, 화자가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확신이 가득하고, 이로 인해 청자도 덩달아 즐거울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정두홍 무술감독을 짝패삼아 장소를 옮기고 상황을 설정해가며 반복하는 액션은 그야말로 오락용이다. ‘주먹이 운다’ 만큼 질펀한 진정성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활극임에는 틀림없다. 캐릭터 설정과 내러티브에는 리얼리티와 극적인 요소가 적당히 잘 섞여있고, 류승완 감독이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직접 선보이는 유머와 연기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빌어 표현했던 전작들 사이에서 돋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음악, 의상, 스토리 등 80년대 청춘영화의 유치함과 순수함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남자들의 우정이 가득한 가을소풍 회상 신은 진정한 액션활극을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던 감독의 로망, 그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아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다.

B+ 류승완이 꿈꿨던 모든 것. 적어도 지금까지는(진아)
B+ 딴건 모르겠고, 마음껏 액션을 뽐내랍신다 (수빈)
B+ 감각적이고 유쾌한 류승완 표 액션영화 (영엽)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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