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Special]환경과 영화의 만남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
영화는 그 자체로 목적일수도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사에는 분명 영화가 저항과 계몽의 방법으로 존재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자, 이번에는 환경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영화가 쓰였습니다. 영화를 통해 ‘왜 우리가 인문, 자연 환경을 보호해야하는가’ 메시지를 주기도 하고, ‘영화라는 거대한 물질 혹은 반환경적 산업이 환경을 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영화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지도 모르는 그 현장 속으로 함께 가시죠.
1. 서울에서
포럼 forum
기억-공간 : 현대 한국 대중영화와 서울
서울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라
서울환경영화제는 올해 회고전으로 ‘서울 스펙트럼 : 1950~2000’을 마련하고, 50년에 걸친 서울의 변화를 ‘자유부인(1950)’ ‘영자의 전성시대(1975)’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소름(2001)’을 통해 보여줬다. 더불어 2부에 걸친 포럼을 열었는데, 영화에서 보이는 서울의 환경, 이미지를 문제적으로 접근한 1부 ‘현대 한국 대중영화와 서울’, 환경 전문가들이 밝히는 지역불균형 및 한강의 문제를 다룬 2부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향하여’가 그것이다. 이 중 1부를 요약한다.

발제1. 박진형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품행제로’ ‘해적, 디스코왕 되다’ ‘사랑해 말순씨’는 모두 80년대 초중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이전에 제작된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로덕션 디자인의 정교함을 특징으로 한다. 과잉된 묘사, 강박증적 심리는 코리안 뉴웨이브라고 불리는 80년대 영화에서 서울을 묘사했던 방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영화는 정치적 책임의식, 공적기억에 반하는 성장담, 즉 사적기억을 서사로 택하면서 80년대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을 지워내려 한다. 영화가 ‘지워버리고자’ 하는 외상적 과거는 사적 공간으로서의 80년대 서울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세밀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탄생되는 ‘웰메이드’는 자본과 규모로 승부하는 블록버스터와 다를 것 없는 개념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은 영화와 매스미디어, 자본의 흐름과 글로벌 시장, 기술, 노동 분업이라는 겹쳐진 사회적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상상과 협상을 통해 재현된다.

발제2. 조혜영 평택대 강사●

‘달콤한 인생’에 등장하는 서울은 무국적적이고 초국적적이다. 실체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영화와 도시의 관계를 살펴보면, 도시가 거대해지고 복잡해질수록 묘사 불가능하고 막연한 어떤 것이 돼버려 부유하는 이미지들만이 남게 된다. 이 영화도 그러하다. 필름느와르라는 장르의 형식적 특성과 그 형식이 포괄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은 실제적인 문제는 모두 날아가 버리거나 뭉개져버린 이미지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는, 정치적인 의미의 이미지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빛을 통과시킴과 동시에 반사시키는 통유리 건물들, 검은 바탕에 각종 불빛들이 빼곡이 박힌 야경의 강조는 구체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토론. 주유신 중앙대학교 겸임교수●

현재 한국영화를 특징지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테크노적 상상력, 더 유혹적인 스펙타클의 창조이기 때문에 프로덕션 디자인 및 공간에 대한 분석은 흥미롭다. 한가지, 실제적 차원의 공간, 구조, 권력의 배치는 영화의 재현적 차원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영화의 공간이 가지는 독자성과 자율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주변부적 공간에서 착취자와 피착취자를 그린 ‘고양이를 부탁해’나 분단이라는 폭력적인 현실을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그린 ‘쉬리’의 서울은 과거의 시간을 지워내지 않고 이전의 잔재와 흔적을 남겨둔 사례라 할 수 있다.

2. 멕시코에서
관객과의 대화 Guest Visit
‘마킬라폴리스’의 세르지오 델 라 토레 감독과
배우 마리아 루데스 후안 아귀레
환경을 바라보는 제 3의 눈, 영화
국제환경영화경선’ 섹션은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된 14개국 209편의 장, 단편으로 구성돼 환경오염과 파괴, 그 속의 위협받는 인간에 대한 고찰을 시도했다. 그 중 멕시코 티우아나 지역의 거대 공업단지 마킬라 폴리스의 실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마킬라폴리스’의 배우 마리아 루데스 후안 아귀레와 세르지오 델 라 토레 감독은 영화제를 방문하여 이들의 실상을 마음 아파하는 한국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Q 어려운 주제며 6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처음 이런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마리아 마킬라폴리스의 인력 대부분은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들이다. 그들 중에는 계속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지체 장애아도 많다. 이렇게 힘들고 열악한 우리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르지오 문제의식을 갖고 무작정 시작했지만 돈과 시간이 정말 많이 들었다. 비키 푸나리 감독과 함께 만들었는데 대본도 같이 쓰고 여성노동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여기까지 왔다. 그들과 함께 했기에 완성할 수 있었다.

Q 다큐멘터리지만 유니폼, 작업복의 의도적인 배치와 같은 독특한 연출 장면들이 많아서 인상 깊다

처음에는 티후아나의 여성노동자들에게 간단한 카메라 조작법을 가르쳐주고 다큐멘터리 화법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제작하면서 작품에 대해 많은 의논을 하게 됐다. 거대공업단지의 실상과 그들의 삶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언어적 표현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Q 인위성이 어느 정도 가미됐단 말인데, 사실 영화도 때로는 산업이라 불리는 인공적 산물이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를 빌어 하는 것은 모순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문제에서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허구를 바탕으로 하지만 현실에 가장 가깝고자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진실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원래 영화를 하던 사람이기에 다큐멘터리를 환경문제의식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했지만, 영화를 통해 한번쯤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느끼고 상상하고 해결하려는 자극이 되는 영화가 된다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

Q 작품이 만들어진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앞으로의 계획은

멕시코의 남부 구아달라하라에서 상영되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상영 예정 중인데 아직 큰 변화는 없다. 여전히 다국적 거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납중독 문제, 노동문제 등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조직을 만든 여성노동자들의 다양한 노력도 계속 될 것이다. 환경청과 협약도 진행 중이고 관련된 후속작업도 계속될 예정이다. 관객들이 이런 테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자리에서 상영되고 관객을 만나보고 싶다.

3. 인도에서
인터뷰 interview
알카 토마
바타바란 환경영화제 집행위원장
국제환경영화경선 심사위원
다큐멘터리로 시간과 장소 뛰어넘는 환경운동을

여름이 살짝 고개를 들어 푸른빛을 더하고 있는 정동극장 앞길은 아침에 내린 비로, 환경 영화제의 기운으로, 더 상쾌했다. 그 길을 따라 게스트 숙소로 직진, 인도 바타바란 환경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자 환경공학 박사이자 환경연구소 소장인 알카 토마를 만났다. 환경을 위한 실천으로 영화를 선택한 사람. 그녀에게 환경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바타바란 환경영화제 소개를 부탁한다

환경 혹은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바타바란 환경영화제에서 다뤄질 수 있다. 환경이 영화라는 장르를 통하면서 만들어지는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1년 동안 경쟁부문 지원작을 모집하는데 2만 5000 달러가 투입된다. 모집과 별로도 주목할 만한 감독에게 제작지원을 하는데 프로듀싱을 하지는 않는다. 제작비를 지원할 뿐 영화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초청작까지 합쳐서 지난해에는 254편의 영화가 모였고, 큰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이 다 모이면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254편의 영화는 16지역을 돌았다. 각 지역에는 지역 파트너가 있어서 그들과 함께 지역에 맞는 이슈를 끄집어낸다. 지역에 따라 새로운 이슈를 가지고 캠페인을 이끌어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여성문제, 교육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을 발견 할 수 있다.

Q 진행방식을 들어보니 쉴 틈이 없을 것 같다

(웃음) 올해에는 어린이 바타바란 환경영화제를 개최할 것이다. 1만 5000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서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출연하기도 한다. 물론, 어린이들을 주제로 한 영화도 대상이 된다.

Q 개최한지는 얼마나 됐고, 특별한 추억이 있나

2002년에 처음 시작했다. 그때는 돈도 없었고, 관객도 적었다. 영화는 100여편 정도 모였는데 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대로 그만해야 하나, 2003년에 열어야 하나, 생각이 많았는데 2003년에는 정말 좋았다. 영화제가 성장했고, 그것이 자랑스러웠다.

Q 인도에서의 환경운동은 어떤가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얘기되고 있긴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물고기들이 죽어나가고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생태파괴라든가 댐건설의 문제 등에 대한 움직임들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Q 환경을 위해 특별히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환경 교육을 전공하고 졸업하던 해에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의 이슈로 추상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영화를 가지고 세계의 모두가 모여서 실제적인 문제들을 공론화시키는 것이 필요했다. 인도의 영화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다. 예술영화에 가까운 것들 중에서 다큐멘터리를 지향하는데 어떤 시대, 장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고, 또 필름을 남겨서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다.

Q 영화가 가진 물질적이고 소비적인 측면이 반환경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차피 생활을 하면서 환경적인 것만을 할 수는 없다. 영화가 할 수 있는 정신적인 기능이 있고 이것이 물질적이고 반환경적인 측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좀 더 큰 것을 볼 필요가 있다.

Q 국제환경영화경선 심사를 하면서, 또 서울환경영화제에 대해 느낀점이 있다면

환경이라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나에겐 교육과 정보가 될 수 있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영화제가 되면 좋겠다.

대학내일 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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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무수한 우연에 근거한, 그토록 운명적인 사랑

‘온리유’의 헤이스와 ‘프라하의 봄’의 테레사

사랑하고픈 이의 가장 강력한 로망 중 한 가지는 ‘운명적 상대’입니다. “그와 나는 운명이었어.” 떨리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의 로망은 꽤 견고한 것 같습니다. ‘온리유’의 헤이스도 그러했지요. 멀쩡한 약혼자를 두고 오직 이름밖에 모르는, 운명적 상대라 정의 내려진, 데이먼을 찾아 나서니 말이에요. 그녀에게는 ‘이름’이 운명을 알아보는 키워드였어요. 운명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제각각의 키워드가 있기 마련인데 ‘프라하의 봄’에서 테레사의 운명키워드는 숫자 6입니다. 토마스가 계산서를 달아달라고 한 방 번호가 6번이었고, 그녀가 전에 살았던 프라하의 집 번호도 6번이었죠.
하지만 말이에요, 그들이 필연적 낭만을 즐기는 동안 심술이 돋습니다. 사랑 외의 영역에 상주하는 사람의 제일가는 로망은 사랑에 눈먼 이들이 현실을 깨닫는 것이거든요. “운명 따윈 착각 일뿐야”라고 그녀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습니다. 들은 체도 않으니 그들이 운명적 사랑이 진행 중인 ‘프라하의 봄’의 원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인용해 반박한다면 조금은 귀 기울여 줄까요. 바람둥이 토마스조차도 운명적인 사랑이라 믿었던 테레사, 그는 7년이 흐른 뒤에 깨닫습니다. 그들 사이에 여섯 번의 우연이 필요했음을. ‘우연히’ 테레사가 사는 도시에서 특이한 뇌질환이 발견됐고, ‘우연히’ 과장선생이 신경통을 앓았으며, ‘우연히’ 테레사가 일하는 호텔에 묵었고, ‘우연히’ 기차 출발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는데, ‘우연히’ 그녀가 일하는 시간이었고, ‘우연히’ 그가 앉은 테이블담당을 테레사가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토록 우연에 바탕을 둔 사랑’을 했던거죠. 하지만 반박하고 나니 논거가 조금 빈약해보입니다. 아마도 밀란 쿤데라가 말했듯 ‘마술처럼 신비스런 것은 필연이 아니고 우연’이기 때문이겠죠. “그 수많은 우연을 거쳐 서로를 만난 것이 결국 운명의 증거가 아니냐”고 친구가, 테레사가, 헤이스가 따지는군요.
에효, 이토록 집요하게 맑은 날씨는 그로테스크한 반운명론자가 살기에는 너무도 잔인합니다. 그 날씨 속에 로망을 이룬 무수한 커플들이 비수를 꽂는군요. 아마도 하나 아닌 반쪽이야말로 정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인가봅니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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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북경에 간 한국독립영화

북경에 간 한국독립영화 ●

베이징 따샨즈 예술 특구에서 열리는 제 3회 따샨즈 국제 아트 페스티발에서 한국 독립영화제가 개최된다. ‘북경, 배경’이라는 주제로 전시, 퍼포먼스, 심포지엄, 영화제를 펼치는 이번 페스티발에서는 지난해 서울 독립영화제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작품을 비롯해 총 11편을 소개한다. 서울 독립영화제와 배급사 인디스토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북경 전영학원 한국학생회의 후원으로 열리는 영화제는 ‘서울독립영화제 2005 특별전’과 ‘NEXT’, 두 개의 섹션을 선보이며, ‘낙원(사진)’의 김종관,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의 박기완 감독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마련한다. 지난달 29일 개막과 맞물려 북경지역 영화관련 학생들과 감독과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던 한국 독립영화제에 대해 한국독립영화협회는 “한국 독립영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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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α]숨길 수 없어요

뒷모습
누군가가 말했다. 오른쪽 얼굴보다 왼쪽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단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의 오른편에 서겠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에게 뒷모습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고. 언제부턴가 뒷모습을 보이는 게 습관처럼 부끄러웠다. 잘 훈련된 안면근육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했지만, 뒷모습은 그렇지가 못했다. 얇아진 여름 옷마냥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운 그 느낌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고 보면 모르는 새 꽤 많은 방어막을 치고 사는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상대방이 멀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왕가위의 영화를 즐겨 본다. ‘화양연화’에서 리첸(장만옥)이 차우(양조위)의 앞을 걸을 때, 파르라니 떨리던 그녀의 등을 기억한다. ‘아비정전’에서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걸어가던 아비(장국영)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를 응시하던 여자를 그린 호퍼의 ‘룸 인 브루클린(사진)’과 함께 있으면서도 남자를 외면하던 ‘룸 인 뉴욕’의 그녀는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웠던 그들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쩌면 나의, 혹은 타인의 진실에 목말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는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할머니, 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커서 뭘 하고 싶은 줄 아세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랬다. 그들의 등으로부터 모르는 일을 알게 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보다 진실하기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뒷모습을 보여야 했건만, 한낱 마음 약한 인간인 나는 오늘도 미련과 부끄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뒷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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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rd League]유치찬란 강도씨의 다이아몬드 별 여행기

안녕 안녕 다이아몬드
감독 진솔 시간 2분 36초 장르 애니메이션 년도 2005
불조심 표어와 공상과학 그림 그리기 대회. 초등학교 6년을 지내다보면 이 두 가지에 프로가 된다. 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표현하기위해 그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만큼 가장 잔인해졌고, 공상과학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주 멋지게 그려진 우주그림을 모방하는 테크닉을 연마했다. 한 가지 불만족스러운 기억이 있는데, 우주정거장이 별로 ‘공상’스러운 것 같지 않아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자고 결심한 어느 때였다. 나는 인간의 좌뇌, 우뇌를 그린 후 그 안에 인간의 행동 및 느낌, 생각을 조절하는 소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도대체, 이 그림은 잘….” 선생님의 이 한마디로 운명을 다한 명작이었다.
“원! 투! 쓰리! 포!” 기합 뒤에 울려 퍼지는 ‘딩기리 딩기리’ 장난스러운 멜로디. 형광 분홍, 노랑, 파랑, 연두 크레용 터치로 칠해진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그림. ‘이 사람은 은행강도. 여기는 작은 마을. 아니, 은행’ 이라는 자막이 떠오르면서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면, 이 애니메이션이 어떤 코미디를 구사하려는지 알 수 있다. 강도는 은행을 털다 차에 치이고 하늘나라에 떨어지는데, 우주선과 함께 도착한 그곳은 다이아몬드 행성이니, 다이아몬드를 마구 마구 캐내며 얼씨구 절씨구 한다. 정신없이 그렇게 한참을 둥둥 떠서 놀다가 턱하니 나타나는 것은 ‘지붕 위의 하얀집’, 정신병원. 짧고, 신나고,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인디애니영화제 다락(多樂)’에서 발견한 작품 ‘안녕 안녕 다이아몬드’는 짓궂음과 찐따스러움이 진하게 가미된 진정한 공상의 행태를 보여준다. 5월 말까지 상영하니 들려볼 것. 미대에 재학 중인 감독의 인터뷰와 재기발랄한 리뷰들을 참고 할 수 있게 잘 꾸며져 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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