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α]숨길 수 없어요

뒷모습
누군가가 말했다. 오른쪽 얼굴보다 왼쪽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단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의 오른편에 서겠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에게 뒷모습만은 보이고 싶지 않다고. 언제부턴가 뒷모습을 보이는 게 습관처럼 부끄러웠다. 잘 훈련된 안면근육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했지만, 뒷모습은 그렇지가 못했다. 얇아진 여름 옷마냥 한 꺼풀 벗겨진 느낌이 들어 당황스러운 그 느낌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고 보면 모르는 새 꽤 많은 방어막을 치고 사는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상대방이 멀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왕가위의 영화를 즐겨 본다. ‘화양연화’에서 리첸(장만옥)이 차우(양조위)의 앞을 걸을 때, 파르라니 떨리던 그녀의 등을 기억한다. ‘아비정전’에서 어머니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며 걸어가던 아비(장국영)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흔들의자에 앉아 창가를 응시하던 여자를 그린 호퍼의 ‘룸 인 브루클린(사진)’과 함께 있으면서도 남자를 외면하던 ‘룸 인 뉴욕’의 그녀는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웠던 그들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쩌면 나의, 혹은 타인의 진실에 목말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에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아이가 나온다. 그 아이는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할머니, 난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커서 뭘 하고 싶은 줄 아세요? 남이 모르는 일을 알려주고, 못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랬다. 그들의 등으로부터 모르는 일을 알게 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 보다 진실하기 위해 겸허한 마음으로 뒷모습을 보여야 했건만, 한낱 마음 약한 인간인 나는 오늘도 미련과 부끄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본다. 뒷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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