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안소니 짐머

Anthony Zimmer
감독 제롬 살레
출연 이방 아탈, 소피 마르소
장르 스릴러
시간 90분
개봉 5월 11일

오후의 햇살이 따사로운 기차 안, 매혹적인 여성이 앞자리에 앉는다. 녹녹치 않는 눈매,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그녀에게 넘어가지 않는 남자는 없으리라. 하지만 유혹은 위험을 내포하기 마련. 천재적인 범죄자이자 미지의 인물 안소니 짐머의 연인인 키이라(소피 마르소)와 함께 있기 때문에 프랑수아(이방 아탈)는 오인받아 모두의 타겟이 된다. 하지만 정작 그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낯선 여자 키이라를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세계 각국을 넘나드는 액션신은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프랑수아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듯 ‘라붐’ ‘유콜잇러브’등을 본 사람은 역시 소피 마르소의 감탄할 만한 아름다움을 벗어날 수 없다. 시간은 흘러 앳된 얼굴의 부드러움 대신 단단한 턱선이 자리잡았건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포로가 될 만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시나리오 구상단계부터 내정자로 염두 해 둘만큼 감독의 애정을 듬뿍 받고서도, 만들어진 키이라의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도하고 지적이던 초반부를 지나 후반부로 갈수록 남성캐릭터에 의존적인 ‘짐머의 연인’ 타이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키이라보다 소피 마르소를 보고자 하는 관객의 욕심과 끝까지 추진력을 갖지 못한 시나리오 탓이기도 하다.
영화도 후반부로 갈수록 안소니 짐머라는 인물에 종속되어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다. 얼굴 한번 보여주지 않는 미지의 인물을 통해 스토리를 주도해가고 싶었다면 전반 이후부터 관객이 알아챌만한 추론의 단서를 남겼어야 했다. 철저히 숨겨온 반전이건만 그리 탐탁치 못하다. 반전은 단순한 직감으로 예상가능한 것이 아닌, 단서를 통한 추론가능함을 전제로 할 때 완성되는 것이다. 충분히 짐작 가능하나 타당한 발판이 없기에 어설픈 탐정이 얼떨결에 해결한 첫 사건을 보듯 설득력이 없다. 뒤이어 서둘러 맺는 결말 역시 완벽한 짜임새를 위해 1년여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감독이나, 적지 않은 배우들이 탐냈다는 시나리오는 별개의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다만 유럽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미장센은 그럴싸하고 지속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속도감 있는 연출은 지루하지 않다.
B 영화를 조종하는 실속없는 코드, 안소니 짐머 (수빈)
B 지나친 상상은 금물! (영엽)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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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공필두

감독 공정식 출연 이문식, 김유미, 이광호 장르 코미디 시간 106분 개봉 5월 11일
‘형사타입이 아닌’형사 공필두(이문식)는 왕년에 레슬링 동메달리스트였다. 사실 특채로 형사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그러나 나이 40이 다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빚에 쪼들리고, 급기야 함정에 걸려서 ‘비리형사’의 오명까지 썼다. 일생일대의 위기에 빠진 공필두는 이제야 실력을 보인다.
‘투갑스’를 필두로 비리형사이야기는 한국영화의 단골 웃음코드가 됐고 얼떨결에 비리형사의 영역에 들어선 공필두도 명시화된 코미디공식에 힘을 보탠다. 도주하는 동안 평범한 속옷모델 용배(이광호)나 민주(김유미)가 얽혀드는 것은 과장돼 보이지 않고, 사채업자, 조폭들, 경찰의 삼중추적은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또한 레슬링 장면이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패러디도 볼만하다. 하지만 거기까지. 겉도는 웃음코드와 간간이 비치는 김뢰하, 김갑수, 변희봉의 맛깔스러움에 비해 그리 막강하지 못한 ‘이문식의 힘’은 아쉬움을 남긴다.

C+ 구슬은 꿰어야 보배고, 코믹요소는 결합돼야 웃긴다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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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버블

Bubble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더스틴 제임스 애슐리, 데비 도버레이너 장르 범죄, 미스터리 시간 73분 개봉 5월 11일
인형공장에서 일하는 중년의 마샤(데비 도버레이너)와 조용한 청년 카일(더스틴 제임스 애슐리)은 서로를 친한 친구 삼아 하루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소한 부탁과 선의를 주고받는다. 어느 날, 타지에서 온 새 직원 로즈(미스티 돈 윌킨스)는 카일과 데이트에 나섰다가 살해되고, 3명의 용의자가 등장한다.
기타 솔로가 따뜻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노부를 능숙하게 돌보는 마샤의 등장은 미국 독립영화에서 보이는 드라마의 미덕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장조인지 단조인지 모를 기타 선율처럼 일상적이면서도 문득문득 섬뜩해지는 영화는 이 독특한 분위기가 암시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짧고 가녀린 망상(Bubble)이 전부다. 예상 가능한 질투, 예상 가능한 실수, 예상 가능한 결말이다. 단 하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작품인 것은 예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

C 놀람의 감탄사 “어머!”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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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보이지 않는 물결

Invisible Waves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
출연 아사노 타다노부, 강혜정, 툰 히라냐숲
장르 드라마
시간 115분
개봉 5월 11일

문득 정신차려보면 전혀 알 수 없는 행로에 들어서있는 것이 인생이다. 난파된 배처럼 보이지 않는 조류가 이끄는 대로 외딴 섬에 당도하고 나면 그제야 인생을 되새김질 하게 된다. 타의에 의해 이끌려간 쿄지(아사노 타다노부)가 회상해낸 옛 기억은 평탄하다. 홍콩의 식당의 요리사였던 그가 불안한 조류에 휩싸인 것은 보스의 아내와 내연을 들킨 후 명령에 따라 그녀를 살해하면서부터다. 잠시 태국으로 도피여행 가 있으라던 보스의 말을 따라 낡은 배에 오른 쿄지는 안주할 곳 없는 위태로운 삶을 살게 된다.

세계 각국을 넘나드는 액션신은 역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적을 두지 않은, 혹은 두지 못한 인물들은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이 표현하는 세계의 상징적인 인물특성이다.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에서 태국에 살던 일본인 켄지나, 태국에 살지만 일본여행을 꿈꾸는 노이는 그것을 고스란히 나타낸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떠돌기도 하던 그들처럼 ‘보이지 않는 물결’의 쿄지도 죽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가 죽인 여인의 환상이 그를 쫓고 실체 없는 유령의 흔적을 느끼기도 하며 스스로가 유령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중국으로 반환됐으나 영국의 잔상을 벗지 못한 홍콩은 떠도는 쿄지의 현실과 닮았으며 영어, 중국어, 일어가 등장하는 통일되지 못한 상황은 혼란스럽다. 크리스토퍼 도일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엷은 그린톤의 영상은 홍콩, 배, 태국의 장소이동과는 상관없이 일관된 정적을 유지한다.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이미지를 통해 가장 간소한 표현만을 즐기던 감독의 버릇은 그 모든 것은 무기력하게 방관한다. 간헐적으로 울리는 몽환적 사운드를 제외하고는 두드러지는 사운드조차 없다. 간간이 등장하는 쿄지의 구토장면이나 배위에서 만난 낯선 여자 노이는 강렬함을 지니고 있지만 제목처럼 ‘보이지 않은 것’이나 ‘표현되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봐야 할 영화다. 죽이는 자와 죽는 자, 죄의식과 무심함 속에서 정적인 고찰을 하던 영화는 ‘타의로 당도한 곳에 자의로 남는’ 쿄지의 모습을 보이며 끝을 맺는다. 아사노 타다노부의 묘한 매력은 감독의 미학적 연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므로 안타깝다. 스타일과 감성은 더욱 탄탄히 구축되었으나 그것을 능가하는 진심은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B+ 불필요한 것은 비워냈으나 필요한 것을 채우진 못한다 (수빈)
B+ 아사노의 강력한 포스가 보이지 않는 물결을 이룬다 (영엽)
C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어느 자살자의 진실 (진아)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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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룸 투 렌트

Room To Rent
감독 칼레드 알-하가르
출연 세이드 타그마오우이
줄리엣 루이스
장르 코미디
시간 95분
개봉 5월 11일

Synopsis
알리(세이드 타그마오우이)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무작정 런던으로 향한다. 주방보조, 밸리 댄스 강사, 사진모델, 웨이터 등을 전전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그에게 ‘비자 만기일’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만료일은 다가오고, 위장 결혼비로 보탠 돈은 친구 녀석에게 속아 다 털렸다. 망연자실한 알리에게 친구 마크(루퍼트 그레이브즈)는 위장 결혼을 구실로 쇼걸 린다(줄리엣 루이스)를 소개하고, 알리는 그녀에게 첫 눈에 반한다.

Viewpoint

이방인은 서럽다. 타지의 낯설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생활은 팍팍하고 정부는 어서 내 나라에서 나가라며 등을 떠민다. 이렇게 저렇게 축적되어 쌓인 불만은 제멋대로 분출구를 찾아버린다. 뉘앙스가 조금 다르지만, 이러한 문제를 전방에 제기하며 현실의 모순을 가감 없이 보여줬던 영화로 켄 로치의 ‘빵과 장미’가 있었다. 이주 노동자들과 그들을 압박하는 권력과의 투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러한 영화가 한 편에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룸 투 렌트’처럼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영화도 있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포스터만큼 자극적이거나 로맨틱한 신파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는다. ‘짝’ ‘장미와 콩나물’ ‘현정아 사랑해’ ‘아줌마’ 등의 드라마로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냈던 안판석 스토리만 놓고 본다면 ‘룸 투 렌트’는 참 슬픈 이야기다. 선한 눈망울의 꿈 많은 이집트 젊은이가 가졌던 ‘브리티시 드림’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시선에 의해 차례차례 깨진다. 시나리오는 보이는 족족 퇴짜 맞고, 운 좋게 맺었다 싶은 영화 계약은 알고 보니 3류 포르노 영화를 제작하는 조건이었다. 믿었던 친구는 사기꾼인데다가, 밸리 댄스를 배우는 중년의 여성은 탐욕스런 시선으로 청년의 몸을 훑는다. 그는 타자기와 금붕어가 든 어항을 허리에 끼고 돌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다가 마크의 소개로 만나게 된 린다는 그에게 여신 같은 존재다. 그녀는 술집에서 쇼걸로 일하며 남자들에게 윙크를 날리고, 마릴린 먼로스러운 복장으로 몸을 흔들며 콜 포터의 달콤한 노래 ‘마이 하트 비롱스 투 대디(My Heart Belongs to Daddy)’를 부르는 백치미 가득한 여자다. 하지만 순진한 알리는 위장결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이것마저 신통치가 않다. 린다의 비밀을 알게 된 그는 비자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고, 자포자기 상태의 알리는 린다의 충고대로 집을 옮긴다. 그러나 이쯤 되면 끝까지 왔겠다 싶은 추측을 뒤엎고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여기저기서 마주쳤던 하얗고 조그마한 몸집의 할머니 ‘사라’는 어릴 적 너무나 사랑했던 이집트 애인을 못 잊고 그와 헤어진 충격으로 눈까지 멀었다. 그녀는 알리가 죽은 애인의 환생한 모습이라 굳게 믿으며, 사랑을 고백한다. 비자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결혼을 약속하는 알리는 사라와 함께 살면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부자 할머니와의 결혼으로 출세 가도를 달리는, 신데렐라보다 더 한 이 젊은이의 성공 스토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결혼 제도의 비합리성을 절묘하게 꼬집는다. 자칫하면 극적으로 격하게 진행될 뻔했던 외국인 체류 문제는 감독의 유머러스한 연출로 훨씬 쉬워졌다. 비단 외국인 문제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근본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다. 삶에 찌들고,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람들이다. 삶을 따뜻하게 보는 감독의 가치관 때문인지 ‘룸 투 렌트’는 알리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해피엔딩이다. 이 얄밉지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배경이 런던임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영화인만큼 동양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줄리엣 루이스의 백치미 변신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찾아보니 많다, 위장결혼 커플!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 음지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위장결혼은 그 소재의 특이성으로 인해 많은 영화의 소재로 활용됐다. 게이인 남자친구를 부모님께 차마 소개할 수 없어 엉뚱한 여자와 위장 결혼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 법적으로는 결혼했지만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남편을 만나지 못하는 ‘파이란’의 중국 여인, 그린카드와 아파트를 얻기 위해 위장 결혼을 약속하는 ‘그린카드’, 잘생긴 수영선수의 위장결혼 프로포즈에도 날아갈 듯 기분 좋은 추녀 뮤리엘의 ‘뮤리엘의 웨딩(사진)’까지. 같이 살면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다고, 위장결혼이 로맨스 영화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사랑 없이 성립된 관계라 해도 그리 안전하지만은 않은 듯. 홈피 cinecube.net/cine/roomtorent

A 소외된 자들의 유쾌한 일탈! (영엽)
B+ 이집트식 유머로 보는 '인생지사 세옹지마' (수빈)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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