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α]성숙해지는 재패니즈 걸

일본영화의 소녀들
알고 지내던 한 일본인 친구가 한국 사람들이 ‘러브레터’ 촬영지인 홋카이도 오타루에 가면 왜 그렇게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웃음이 삐져나오면서도 ‘러브레터’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본의 낭만과 사랑을 생각하게 되면 교과서처럼 떠오르는 영화다. 정작 일본에서는 이처럼 뜨거운 반응이 아니었다고. 이것은 ‘러브레터’에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일본 사람들’의 이미지가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밀’, ‘연애사진’의 히로스에 료코, ‘돌스’의 주인공 등 사랑을 하는 일본 소녀들은 공통점이 있다.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자해도 마지않는다. 그들에게 생활은 흥미롭고 변화무쌍한 시간의 연속이다. 혹은 ‘러브레터’의 히로코나 ‘냉정과 열정 사이’의 메구미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의 주인공이다. 일명 ‘청순함’으로 중무장하여 하얀 설경이나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눈물 한 방울 똑똑 흘리며 하나뿐인 사랑을 지켜간다. 이건 어쩌면 우리가 여주인공을 그려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우리가 아니라 남자들이 보는 시선이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영화가 나왔던 것처럼 일본영화 속에서 일본의 ‘소녀’들이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메종 드 히미코’나 ‘하나와 앨리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조금 다르다. 전과 같은 맥락 위에 서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얘기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얘기한다. 그들이 어떻게 보이느냐가 핵심이 아니라 ‘나는 이런 모습이다’ 라고 설명한다. 삶이 흘러가듯 사랑을 하고 무언가를 깨닫는다. 오직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우정을 간직하고, 상처를 보듬는다. 진정한 성숙함이란 이런 게 아닐까. 다양한 감정을 익히고, 인정하고, 삶을 포용하고 배운다는 것. 누군가 성숙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흐뭇한 일이다. 벚꽃 만발한 봄이면 문득 성숙함이 느껴지는 재패니즈 걸들이 보고 싶어진다.
유희정 프리랜서 elegy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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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rd League]파우스트적 인간의 최후

리워드 Reward
감독 박성범 시간 8min 연출 35mm, 컬러 년도 2003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를 기억하시는지. 영화 ‘리워드’는 당장 돈이 필요한 한 남자와 파격적인 조건에 그 돈을 주겠다는 사채업자의 얘기로 시작한다. 성탄 캐럴이 흐르고 의미심장한 분위기 속에서 사채업자는 말한다. “농담이 아닙니다. 전 악마입니다.”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흔히 사채업자는 악마에 비유되지 않는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 하는데 그가 제시한 조건이 심상치가 않다. 돈을 갚을 필요 없단다. 그냥 주는 거란다. 대신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되는데, 서명하는 순간 남자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누군가가 죽는다고 한다. 남자는 잠시 망설인다. 그러나 돈이 수북이 쌓인 가방을 앞에 두고 관계없는 누군가를 생각하기에 유혹은 너무 달콤하고, 쉬워 보인다. 서명은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돈 가방은 기분 좋은 철커덕 소리를 내며 닫힌다.
악마와 거래한다는 설정은 파우스트와,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크루지가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8분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내에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알게 해주는 영화다. 거기에는 권오중, 손병호의 탄탄한 연기력이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특히 영화 ‘야수’ 등의 영화에서 악역을 맡아 호연했던 손병호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자’가 밝혀지는 대목은 반전 아닌 반전으로, 기대해도 좋을 만큼 스토리 구성이 참신하다. 순간의 욕심에 눈이 멀어 해서는 안 되는 계약을 하고야 만 남자의 최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첫 번째 힌트,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서 벗어나 나름의 행복한 결말을 맞지만, 이 영화의 악마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두 번째, ‘보수, 보상’이란 뜻과 ‘응보, 벌’이라는 상반된 뜻으로 해석 가능한 ‘리워드’란 단어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시길.
장영엽 학생리포터 schkola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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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우리는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유 콜 잇 러브 You Call It Love
미안한 말이지만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처음 들었을 때 가사가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You Call It Love’ 도 그런 곡입니다. 이곡을 들으면 무엇보다 소피 마르소의 굉장한 아름다움이 떠오르지만, 그에 못지않게 각인된 것이 에드워드와 발렌틴의 사랑에 빠진 유치한 모습이거든요. 스키장에서 발렌틴을 처음 봤을 때 ‘짠’ 흘러나오는 타이밍이나 자동차 안에서 키스를 하는 급박한 찰나에도 이 음악을 트는 에드워드의 센스는 닭살이 좀 돋았죠. 그런데, 그래서 더 ‘그대 내 품에’가, ‘유 콜 잇 러브’가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유치한 세계의 범주에 속해야만 하는 것이 이 세상의 법칙이거든요. 그들과 공존하기에 혹은 가끔 그 속에 속하기도 하기에 정정해서 말하자면, ‘유 콜 잇 러브’는 영화만큼이나 사운드트랙도 너무 로맨틱한 영화랍니다.
사랑에 빠진 우리의 주인공들은 너무 다른 사람이었어요. 흐지부지 말끝을 흐리는 에드워드와 달리 무엇이든 똑 부러지는 발렌틴. 그래서 부딪치는 것도 많고 위기를 맞을 때도 많지요. 그들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음악입니다. 캐롤라인 크루거의 여린 음성을 타고 흐르는 ‘유 콜 잇 러브’는 네 가지 테마로 나뉘어 영화의 대부분을 함께 합니다. 사이가 좋을 땐, 귀도 경쾌하게 ‘Coup De Coeur’가 연주되지요. 그들을 연결한 가장 큰 매개체는 ‘L’Etudiante’입니다. 에드워드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이 곡을 연주합니다. 발렌틴은 유심히 들은 후에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죠. 영화를 위해 만든 곡이라지만 제가 보기엔 철저히 그녀를 위한 곡이더군요.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당신만을 위한 음악’. 정말 로맨틱하지 않나요.
에드워드는 말합니다. “가끔 라디오에서 좋은 노래가 나올 때가 있어. 노래를 듣고 나선 들은 것만으로 행복해지기도 해. 만약 평생 동안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넌 그런 노래일거야.” 서로에게 노래가 되어주는 일, 좀 유치하긴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로의 노래를 찾지 못한 누군가는 반쪽짜리 ‘You Call It Love’나 계속 들어야겠군요.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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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도마뱀

감독 강지은
출연 조승우, 강혜정
장르 멜로
시간 117 분
개봉 4월 27일

노란색 우비를 입고 도마뱀을 키우는 소녀 아리(강혜정)에게 한눈에 반한 소년 조강(조승우)은 전학을 가고, 시간이 지나도 그녀를 잊지 못한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아리로부터 뜻밖의 편지를 받고 재회하는데 자꾸 도망가는 그녀와 다시 이별했다 만나기를 반복, 또 8년이 지나고 조강은 점점 더 지쳐간다. 내러티브와 스타일 모두 전형적인 신파멜로라 생각하면 쉽다. 다만 한가지, 조승우와 강혜정 두 배우가 지닌 신선함과 진실성이 약간의 예외적인 감성을 만들어내지만 역부족이다.

C 조승우와 강혜정도 길들이지 못한 도마뱀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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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천국의 책방-연화

天國の本屋 戀火
감독 시노하라 데츠오
출연 다케우치 유코,
타마야마 테츠지
장르 드라마
시간 111분
개봉 4월 27일
겐타(타마야마 테츠지)는 낯선 곳에서 눈뜬다. 오케스트라에서 쫓겨난 무능력한 피아니스트인 그를 천국의 책방주인이자 인간 삶을 관장하는 할아버지가 데리고 왔다나. 어리둥절한 그는 요절한 피아니스트 쇼코를 만나게 되고 천국에 오게 된 의미를 찾아간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단아한 미오를 기억한다면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다케우치 유코를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천국의 책방’은 반갑다. 주어진 수명 100년을 채우지 못한 사람은 천국에서 나머지를 채운다는 앙증맞은 상상과 바람 가득 부는 천국의 모습도 참 아름답다. 하지만 아픔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부자연스럽고 곳곳의 구태의연한 발상이 안타깝다.

B 일본표 낡은 감성 동화책, 개정증보 요망

이수빈 학생리포터 fantastic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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