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파라다이스

Cidade Baixa
감독 세르지오 마카도브라질
출연 알리스 브라가, 와그너 모라,
라자로 라모스
장르 드라마
시간 98 분
개봉 11월 10일
‘중앙역’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월터 살레스 감독이 제작에 나선 열정적인 브라질 영화가 또 한편 개봉한다. 삶을 찾아, 자유를 찾아 길을 나선 여자 까리나와 형제 같은 친구 날디노, 데코의 삼각관계를 다룬 ‘파라다이스’는 다수의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리고 ‘중앙역’의 조감독을 맡았던 세르지오 마카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러나 감독은 월터 살레스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여자는 몸을 팔고, 남자는 강도질을 해야만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이들은 오랜 방황과 고통,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듯 사랑에 매달리고, 파국이 보이는데도 미련을 키워나간다. 어찌해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타버릴 것 같은 남녀의 눈빛을 쫓다보면, 결국엔 그들의 몸 아닌 영화에도 관심을 쏟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사랑에 빠져버린, 아니 서로의 몸에 매혹된 남녀의 정사를 역동적이고 강렬하게 잡아내는 데 집중한다. 관객의 눈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 가운데 보이는 드라마는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긴 하지만 그냥 드라마가 아닌 ‘에로 드라마’로서의 정체성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에로’라는 말의 어감 때문에 근거 없이 평가절하 되는 일도 없어야겠지만, 영화의 성격을 예상치 못하고 영화관에 들어가 후회하는 일도 없어야겠다. 브라질 특유의 감성을 지녀 스타일리시한, 또 나름의 진정성을 가진 에로물을 보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겠지만 이쪽으로 별 관심이 없거나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는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가차 없이 발길을 돌릴 것.
극의 중심에 선 까리나 역의 배우 알리스 브라가가 유독 눈에 띄는데, 그녀는 브라질의 국민배우 쏘냐 브라가의 조카로 브라질 영화의 전환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시티 오브 갓’의 조연으로 출연했었다. 역설적인 제목을 가진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기도 했다.
B 그냥 드라마 아닌, 에로 드라마 (진아)
B 그러게 예쁜여자는 안 된다니까 (희연)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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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사일런트 힐

Silent Hill
감독 크리스토프 강스
출연 라다 미첼, 숀 빈, 조델 퍼랜드
장르 판타지, 미스터리, 공포
시간 127분
개봉 11월 9일
로즈(라다 미첼)의 딸 샤론(조델 퍼랜드)은 몽유병을 앓고 있다.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사일런트 힐을 외치는 딸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로즈는 30년 전 화재로 폐허가 된 마을 사일런트 힐을 찾아간다. 사일런트 힐에서 딸을 잃어버린 그녀는 재가 눈처럼 내리는 스산한 분위기의 마을에 발을 내딛는다.
‘레지던트 이블’ ‘스트리트 파이터’ ‘툼 레이더’ ‘D.O.A’ 그리고 ‘사일런트 힐’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게임을 영화화 했다는 것이다. 일본 코나미사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사일런트 힐’은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고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제작됐다. ‘사일런트 힐’의 제작에서 중요시 된 점은 원작의 분위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는 일단 성공한 듯 보인다. 100개가 넘는 세트를 설치해 공간적 이미지를 재현함으로써 초현실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세트는 암흑의 시체들, 괴물들의 끔찍한 모습과 만나 더욱 그로테스크한 영상이 된다. 이 게임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 크리스토퍼 강스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을 남자에서 여자로 바꾸고, 딸을 찾는 엄마의 모성애를 영화의 중심에 둔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 모성애, 신앙에 대한 비뚤어진 믿음, 복수 등의 코드는 철학적으로 맞물리지 않고, 비밀이 밝혀질수록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니 괴물들이 형성해 놓은 공포감이 무색해진다.
마지막으로 ‘사일런트 힐’의 관람을 희망하는 관객이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사일런트 힐에는 각각 시간과 공간이 다른 4개의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유독가스와 먼지로 가득 찬,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현실에서의 마을이며, 둘째는 안개와 재로 뒤덮인 삶과 죽음의 중간계이다. 셋째는 암흑의 사일런트 힐로, 한마디로 공포의 원류이며 어느 순간 사이렌이 울리면 암흑으로 뒤덮이고 지옥을 연상케 하는 끔찍한 크리쳐들이 습격해 온다. 넷째는 사일런트 힐과 샤론에 대한 비밀이 숨겨진 과거의 공간이다. 비밀을 품고 있는 딸 샤론역의 조델 퍼랜드는 1인 3역을 맡아 열연했다.
B 사이렌을 울리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재은)
C+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희연)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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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할리우드의 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In A Lonely Place, 1950)’
흔히 할리우드를 가리켜 꿈의 공장이라는 말을 한다. 미국 상업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는 관객들의 구미를 맞춰주고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장르라는 카테고리는 다양한 관객층의 수요와 시대의 흐름에 맞춘 소재 발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와 꿈 같은 로맨스, 달콤한 해피엔딩으로 치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풍요로운 스튜디오 시스템은 세계 영화의 수많은 조류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계층의 재능 있는 인재를 받아들였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외피를 둘러쓴 작가들의 걸작이 탄생했다. 할리우드가 탄생시킨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필름 누아르는 그 특별한 속성으로 인해 다른 장르와 비교해 독특한 위치를 점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름 누아르는 밝고 화려한 다른 장르 영화들과는 달리 지극히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주로 보여주었으며, 그 결말 또한 대개 모호하거나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필름 누아르를 가리켜 ‘할리우드의 밤’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화들이 찬란한 낮의 시간에 비유될 수 있다면, 그 화려함이 감추고 있었던 온갖 어둠의 본성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필름 누아르 영화들은 빛의 이면을 따라다니는 참혹하고 어두운 인간 본성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고독한 영혼’은 그러한 필름 누아르 영화의 본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 작가 딕스 스틸은 예술가적 기질과 함께 툭하면 주먹질을 일삼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남자다. 우연한 계기로 살인 용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준 이웃집 처녀 로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의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은 로렐에게 의심과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마침내 딕스는 살인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되지만, 이는 로렐이 딕스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의 폭력성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다. 딕스를 의심했던 경찰서장이 전화로 로렐에게 거듭 사죄하자, 로렐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만약 내가 어제 이 소식을 들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로렐은 결국 딕스의 곁을 떠나고, 딕스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고독한 영혼’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코 아름답게 포장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그것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두 연인의 가슴 아픈 각성을 그린다. 할리우드 영화의 달콤함이 미치지 못하는 쓰디쓴 인생의 진리는 필름 누아르라는 어두운 장르 속에서 빛을 발했던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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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옛 사랑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성우와 인희

세월이 지나 옛 사랑과 재회하는 것은 특별한 기분을 동반합니다. 변해버린 모습과 여전히 변치 않은 모습이 동시에 녹아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볼 때 기쁨도 슬픔도 아닌 '어떠한' 감정이 일기 때문일 거예요.
십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 충주에서 성우는 옛 동창들을 만납니다. ‘세상만사’를 부르면서 네 명의 친구들은 어느새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갑니다. 그 시절 성우의 기억의 대부분은 짝사랑했던 인희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차가웠고, 물론 성우는 거절 당했습니다. 그녀를 위해 틈틈이 공들여 작곡한 악보도 빗물에 젖어버리고 말지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성우는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삼십 줄의 인희를 만납니다. 교복 입은 가시 같던 모습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이제 그녀는 억척스러운 야채팔이 아줌마가 다 됐습니다. 인희는 성우가 자신을 좋아했었노라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성우는 그 웃음에 편치 않은 미소로 응수하고요. 이 둘의 우연한 만남은 우연하지 않은 만남으로 이어지고, 그녀와 술집에 마주앉은 성우는 “연락 한번 하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말꼬리를 내립니다. “너도 남자라고 데이트 하는 기분 괜찮은데?”하며 웃는 인희. 이제는 조금 그녀가 편해졌는지 개울가에 앉아서 성우는 궁금했던 것을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물론 사랑에 대한 질문이지요. 남편과 사별하고 외동아들과도 떨어져 사는 인희. 그녀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습니다. 그 후 둘의 만남은 점차 주기가 짧아집니다. 예전 같은 당돌함은 사라지고 세월에 부서진 곡조를 세상을 버텨내려는 듯이 열심히 따라부르는 인희의 모습에서 성우는 ‘어떠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면 충주에 내려온 후 성우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의 곁을 떠났습니다. 떠나보내는 것이 이젠 버거웠던지 성우는 인희를 불러내어 충주를 떠나겠노라고 말합니다. 꽃단장을 하고 온 인희는 대답합니다. “난 또, 나한테 프로포즈하려고 나온 건 줄 알았지.” 그에 성우는 “프로포즈는. 내 주제에…”라고 힘없는 말을 던지지요. 곧바로 “살다보니 바다 본 지도 오래됐다.”라고 인희가 말하자 두 사람 모두 창 밖의 바다를 바라봅니다.
성우는 충주를 떠나고 여수에서 노래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에서는 짙은 화장에 드레스를 입고 흐느적거리며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는 인희가 비춰집니다. 삽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우의 곁에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습니다. 하지만 인희가, 어린 시절 소주를 부르게 했던 옛 사랑 인희가, 이젠 그의 곁에 있습니다. 이제서야 성우는 편안한 웃음으로 인희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곁에 머물러주며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 거야” 라는 가사의 노래를 하는 인희와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은 조금이나마 더 행복 할 수 있을 겁니다.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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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전통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Fiddler On The Roof

1971년 만들어진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사실 ‘사운드 오브 뮤직’만큼 인정받고 유명세를 탄 작품입니다. 하지만, 1905년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고 외압에 밀려 또 다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유태인의 모습을 그려서 일까요, 영화는 아카데미 음악상, 촬영상, 녹음상을 거머줬음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찾아오는 뮤지컬 영화들과는 달리 고전영화 프로그램에서나 가끔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 세션 및 코러스, 영화의 화자 역할을 맡아 ‘프롤로그’‘메인 타이틀’‘피날레’를 연주하는 지붕 위의 바이올리니스트 덕분에 뮤지컬보다는 오페라에 가까운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우유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 호탕한 성격의 아버지 테비에는 영화의 시작을 알리며 ‘트레디션(Tradition)’을 열창하는데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아들과 딸의 교육방식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분류함으로써 시대를 가늠하게 합니다. 또 마을 곳곳의 풍경을 담으며 유태인들의 오랜 생활방식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 영화가 ‘유태인 연구를 위한 교과서’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전통과 사랑이 끊임없이 대립관계에 놓인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신랑감을 고르는 전통에 위배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은 세 딸은 이 강인한 가장을 갈등하게 만듭니다. 제발 멋진 청년을 보내달라고 기원하며 딸들이 합창하는 ‘중매쟁이(Matchmaker)’, 아버지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낸 첫째 딸과 가난한 재봉사인 그의 연인이 부르는 기쁨의 노래 ‘기적 중의 기적(Miracle Of Miracles)’에 사랑의 낭만이 가득 담겼다면, 아내에게 그녀가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첫째 사윗감을 설득시키기 위해 테비에가 꾸며내는 귀여운 꿈 얘기 ‘테비에의 꿈(Tevye's Dream)’ 시퀀스는 팀 버튼의 영화 못지않은 기괴한 매력과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과격한 혁명가와 사랑에 빠져 지멋대로 약혼을 하더니 먼 길 떠나는 둘째 딸과, 적대관계에 있는 러시아 청년과 몰래 결혼식을 올려 끝끝내 눈물 흘려야 했던 셋째 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이어지지만, 매번 “하지만, 내 딸의 눈을 보세요. 저 아이는 그를 사랑해요”라고 읊조리는 아버지의 마음 때문에, 또 최고의 축제인 결혼식장에 울려 퍼지는 ‘결혼식의 노래(Wedding Celebration And The Bottle Dance)’ 때문에, 이 영화가 비극 아닌 희극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들이 자신의 터전을 떠나며 부르는 구슬픈 노래 ‘아나테프카(Anatevka)’에 가슴 여며도, 결혼 25년 후에도 “Do you love me?”를 서로에게 묻는 부부와 아직 어린 두 딸은 분명 건강하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겁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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