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할리우드의 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In A Lonely Place, 1950)’
흔히 할리우드를 가리켜 꿈의 공장이라는 말을 한다. 미국 상업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는 관객들의 구미를 맞춰주고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장르라는 카테고리는 다양한 관객층의 수요와 시대의 흐름에 맞춘 소재 발굴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장르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와 꿈 같은 로맨스, 달콤한 해피엔딩으로 치장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풍요로운 스튜디오 시스템은 세계 영화의 수많은 조류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전세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계층의 재능 있는 인재를 받아들였던 할리우드 영화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외피를 둘러쓴 작가들의 걸작이 탄생했다. 할리우드가 탄생시킨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필름 누아르는 그 특별한 속성으로 인해 다른 장르와 비교해 독특한 위치를 점유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름 누아르는 밝고 화려한 다른 장르 영화들과는 달리 지극히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와 캐릭터를 주로 보여주었으며, 그 결말 또한 대개 모호하거나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필름 누아르를 가리켜 ‘할리우드의 밤’이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영화들이 찬란한 낮의 시간에 비유될 수 있다면, 그 화려함이 감추고 있었던 온갖 어둠의 본성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필름 누아르 영화들은 빛의 이면을 따라다니는 참혹하고 어두운 인간 본성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고독한 영혼’은 그러한 필름 누아르 영화의 본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영화다. 시나리오 작가 딕스 스틸은 예술가적 기질과 함께 툭하면 주먹질을 일삼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남자다. 우연한 계기로 살인 용의자가 된 그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준 이웃집 처녀 로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의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은 로렐에게 의심과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마침내 딕스는 살인 혐의를 완전히 벗게 되지만, 이는 로렐이 딕스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의 폭력성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후다. 딕스를 의심했던 경찰서장이 전화로 로렐에게 거듭 사죄하자, 로렐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만약 내가 어제 이 소식을 들었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로렐은 결국 딕스의 곁을 떠나고, 딕스는 그녀를 잡지 않는다. ‘고독한 영혼’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코 아름답게 포장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랑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그것을 극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두 연인의 가슴 아픈 각성을 그린다. 할리우드 영화의 달콤함이 미치지 못하는 쓰디쓴 인생의 진리는 필름 누아르라는 어두운 장르 속에서 빛을 발했던 것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출처 : http://www.naeilshot.co.kr/news/view.asp?num=2146&Sfield=&Sstr=&page=1&cate_news=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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