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그 해 여름

감독 조근식
출연 이병헌, 수애
장르 멜로
시간 120분
개봉 11월 30일
바야흐로 멜로 영화의 시기가 돌아온 것인가. 올 가을 멜로 영화를 되짚어보자. 지난 9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필두로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장식한 ‘가을로’를 거쳐 11월에 ‘사랑따윈 필요없어’가 개봉했다. 그리고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과 ‘그 해 여름’이 개봉예정에 있다. ‘미열(微熱)’이라는 다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공감과 현실성에 중점을 두고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영화가 가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평범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이끌어내는 드라마에 가까운 반면, ‘그 해 여름’은 정통 멜로에 가깝다. 1969년,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석영(이병헌)은 연애에도 시국정세에도 관심이 없다. 석영은 농촌봉사활동을 온 시골마을 수내리에서 정인(수애)을 만나게 되면서 가까워진다. 정통 멜로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제 아무리 신선한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하여도 결국은 멜로라는 장르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해피엔딩이던 새드엔딩이건 결국은 눈물짜내는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멜로영화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리고 멜로영화를 보는 이유는, 진정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작년 개봉했던 ‘너는 내 운명’을 전도연과 황정민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와도 같다. ‘그 해 여름’ 또한 이병헌과 수애라는 믿음직한 배우들의 연기로 힘을 얻는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정과 절제된 표현을 흐트러짐 없이 끌고나가기 때문에 영화가 오로지 둘만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다. 수애는 ‘가족’ ‘나의 결혼원정기’를 통해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 있지만 누구보다 멜로적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이병헌은 석영이란 인물을 통해 지금까지 연기했던 어떤 캐릭터보다 자신의 실제모습과 가장 닮았다는 인물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그들을 보며 순수했던 지난 날 첫사랑을 떠올리지 않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겨울이 시작되는 길목에서 이글거리는 여름을 맛본다 할지라도 현기증이 일지 않는 이유와도 같다. 그리하여, 아련한 추억과 함께 눈물 몇 방울 떨구어 준다면 영화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될 것이다.
B+ 순수한 사랑이 가능했던 그 때 그 시절 (재은)
B+ 시대착오적 로맨스를 가능케 하는 두 배우의 힘 (진아)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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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쏘우 3

Saw III
감독 대런 린 보우즈만
출연 토빈 벨,
앵거스 맥파디언, 바하 수멕
장르 스릴러
시간 107분
개봉 11월 30일
뇌 전문 박사 린(바하 수멕)은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다. 정체 불명의 밀실에서 눈 뜬 린이 마주친 것은 죽기 직전의 직쏘(토빈 벨). 직쏘는 또 다른 인질이 미션을 마칠 동안 자신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시각, 나무 상자 안에서 깨어난 제프(앵거스 맥파디언)는 자신의 아들을 교통사고로 죽인 사람에 대한 복수에만 골몰해 있는 남자. 그는 아들의 사고와 관련된 사람을 차례로 만나 직쏘의 규칙대로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시리즈 1,2편의 좋은 흥행 성적에 힘입어 ‘쏘우 3’가 왔다. 눈에 띄는 변화라면 전편보다 더욱 잔인하게 표현되는 피가학적인 장면들. 염산에 손 집어넣기부터 시작해 머리 가죽 벗겨내기, 썩은 돼지 갈아서 쏟아 붓기 등 차마 보기 괴로울 정도의 잔인함은 불편함을 안겨준다. 문제는 잔인함 외엔 이 영화가 미덕으로 삼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무작정 뒤섞은 듯한 화면들은 어지럽고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효과음들은 시끄럽기만 할 따름. 관객들이 기대하는 (그 놈의) 반전도 영화만 잘 따라가다 보면 쉽게 가닥이 잡히고, 혹 나중에 반전을 알게 될지라도 크게 놀랄 일은 없을 듯하다.

C 참고 보느라 욕‘봤다’ (동명)
C 너무 힘들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쏘우를 참고 보는 것도 (재은)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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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감독 변승욱
출연 한석규, 김지수, 이한위
장르 드라마
시간 113분
개봉 11월 30일
친절한 동네 약사 인구(한석규)는 직업도 좋고 성격도 좋은 남자다. 하지만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형 인섭(이한위) 뒤치다꺼리 하느라 결혼은 늘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다. 동대문에서 명품 이미테이션을 만들어 파는 혜란(김지수)이 이사 온다. 그녀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빚 5억때문에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한 동네에 사는 연으로 자주 만나게 되는 인구와 혜란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소한 일상을 담은 장면들은 우리들이 흔히 경험하는 세상살이 같아 공감을 만들어낸다. 그 공감은 굵직한 사건 없이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이끄는 힘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가 비중 있게 ‘이야기하는 것’은 ‘가족’이다. 지지고 볶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과의 사연들은 마음 한 구석을 따뜻하게 한다. 하지만 ‘가족’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사랑(혹은 연애)’의 그것과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아 어느 장단에 마음을 맡겨야 할지 헷갈린다. 다른 제목을 달고 나왔다면 그런 느낌이 조금 적었을 수도.

B 끄덕과 갸우뚱 사이 (동명)
B 웃음과 한숨이 뒤섞인 우리의 삶 이야기 (재은)
B 깊이 있고 연기도 좋은데 뒷심이 너무 딸렸어 (희연)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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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이상한 정열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Subida Al Cielo, 1952)’
멕시코 출신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다. 개봉과 더불어 마치 ‘해리 포터’ 류의 판타지로 포장되긴 했지만 '판의 미로'는 꿈과 모험을 좇는 대신 냉혹한 현실에 대한 대항 기제로서의 판타지를 그려낸다. 프랑코 독재정권이 승리를 거둔 후 레지스탕스 대원들을 찾기에 혈안이 된 파시스트 비달 대위는 어린 소녀 오필리아가 결코 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악의 현신이다.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오필리아가 목도하는 판타지 세계는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오필리아가 은밀하게 꿀 수 있는 유일한 꿈이자, 파시즘에 저항하는 유일한 방패이기도 하다. 이러한 판타지에 관한 그의 취향은 그의 국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농락당해 온 제3세계 국가들의 슬픈 운명은 그들의 문화 속에 대항이나 풍자로서의 판타지에 대한 유구한 전통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판의 미로'는 멕시코 출신의 감독이 스페인 내전에 관해 다루고 있는 영화다. 과거 식민지와 피식민지 관계에 놓여있었던 탓에 같은 언어권에 속해 있는 스페인과 멕시코를 오가며 활동하는 영화인들 또한 적지 않은데, 루이스 부뉴엘은 스페인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절반이 넘는 필모그래피를 채운 위대한 감독이다. 부뉴엘은 특유의 반골 기질로 인해 스페인 정부와 불화를 겪은 후 멕시코 영화계의 제의를 받아 멕시코로 이주해 약 스무 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멕시코 시절 그의 영화들은 스페인 시절의 영화들과 온갖 세계영화제를 섭렵한 그의 말년의 영화들에 비하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부뉴엘의 개성이 가장 자유로운 형식으로 드러나는 매력적인 영화들이다. 1952년 작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에서 부뉴엘은 임종 직전의 어머니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낡은 버스를 타고 변호사를 모셔오려는 청년 올리베리오의 기이한 모험을 다루고 있다. 약혼녀가 있는 올리베리오는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뇌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을 처녀 라켈의 유혹으로 인해 갈등한다. 그녀의 노골적인 유혹은 올리베리오에게 죄의식에 찬 욕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러한 그의 복잡한 심경은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올리베리오가 꾸는 백일몽에 가까운 판타지를 통해 드러난다. 그의 백일몽 속에서 어느 순간 버스 안은 나무들로 가득 한 정글로 변하고 라켈과 그 단 둘 만이 버스에 있다. 그 정글 속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지만, 비참한 표정의 신부드레스를 입은 약혼녀가 곧바로 등장한다. 이러한 코믹한 판타지는 위선과 욕망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한 부뉴엘의 코멘트이자, 그의 이후 영화들의 주제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초이기도 하다. ‘멕시코에서 버스 타기'는 초저예산과 엉성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부뉴엘의 초현실주의 세계는 현실과 맞닿은 꿈을 보여주는 성숙한 거장의 면모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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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상처를 위로하는 주문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의 옥타비오와 수잔나

사소한 배신감은 안 그래도 가진 것 없는 초라한 삶을 더욱더 서글프게 만든다. 왜냐하면 인생이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외로운 여정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괜찮아, 어차피 처음도 끝도 혼자, 인거, 자나’라는 본질적 인정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가족, 연인, 친한 친구, 어느 하나 내 맘 같지 않다. 어차피 세상은 너는 너, 나는 나. 우리 모두는 타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과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사랑은 비현실을 현실이라고 믿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이라고 믿게 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장난인가. 모든 것이 사랑의 허울을 쓴 달콤한 유혹이다. 형수를 사랑했던 옥타비오도 불가능을 꿈꿨다. 돈만 있으면 함께 떠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미 그의 이성을 잠식한 비이성적인 감정은 현실의 모든 것을 덮어버린 후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불가능은 불가능이다.
수잔나에게 자신과 떠날 것을 제안하는 옥타비오, 시간이 흐르면서 떠날 것처럼 말하던 수잔나, 서로가 서로를 기만했다. 옥타비오는 은행을 털다가 죽은 형 라미노의 장례식장에서 조차 수잔나에게 떠나자고 채근한다. 하지만 애초에 옥타비오와 사랑에 빠진 게 아니었던 수잔나는 거절한다.
불안 반 희망 반으로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에서 형수가 나오지 않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옥타비오. 실낱같은 희망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측은하지만 그래도 옥타비오는 ‘괜찮을 거다’. 왜냐하면 형수와의 사랑은 처음부터 무리였음을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오기와 집착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끝나가는 사랑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타비오는 ‘괜찮을 거다’. 삶은 혼자만의 여정이란 것을 깨닫고,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갈테니.
그럼 불가능을 가능케 보이게 했던 ‘사랑에 속아 뜨거운 열정을 바친 젊음’은 어떡하나? 그런데, 이것도 ‘괜찮다’. 그런 게 바로 사랑이니까. 불가능하든 가능하든 사랑에 속아 뜨거운 열정을 바치는 것. 그런 게 바로 사랑이다.

정재은 학생리포터 jmandu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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