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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배신감은 안 그래도 가진 것 없는 초라한 삶을 더욱더 서글프게 만든다. 왜냐하면 인생이 홀로 와서 홀로 가는 외로운 여정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견디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괜찮아, 어차피 처음도 끝도 혼자, 인거, 자나’라는 본질적 인정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가족, 연인, 친한 친구, 어느 하나 내 맘 같지 않다. 어차피 세상은 너는 너, 나는 나. 우리 모두는 타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과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 사랑은 비현실을 현실이라고 믿게 하고, 불가능을 가능이라고 믿게 한다. 이 얼마나 잔인한 장난인가. 모든 것이 사랑의 허울을 쓴 달콤한 유혹이다. 형수를 사랑했던 옥타비오도 불가능을 꿈꿨다. 돈만 있으면 함께 떠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미 그의 이성을 잠식한 비이성적인 감정은 현실의 모든 것을 덮어버린 후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고 불가능은 불가능이다. 수잔나에게 자신과 떠날 것을 제안하는 옥타비오, 시간이 흐르면서 떠날 것처럼 말하던 수잔나, 서로가 서로를 기만했다. 옥타비오는 은행을 털다가 죽은 형 라미노의 장례식장에서 조차 수잔나에게 떠나자고 채근한다. 하지만 애초에 옥타비오와 사랑에 빠진 게 아니었던 수잔나는 거절한다. 불안 반 희망 반으로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에서 형수가 나오지 않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는 옥타비오. 실낱같은 희망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측은하지만 그래도 옥타비오는 ‘괜찮을 거다’. 왜냐하면 형수와의 사랑은 처음부터 무리였음을 그도 알고 있었으니까. 오기와 집착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끝나가는 사랑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타비오는 ‘괜찮을 거다’. 삶은 혼자만의 여정이란 것을 깨닫고,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갈테니. 그럼 불가능을 가능케 보이게 했던 ‘사랑에 속아 뜨거운 열정을 바친 젊음’은 어떡하나? 그런데, 이것도 ‘괜찮다’. 그런 게 바로 사랑이니까. 불가능하든 가능하든 사랑에 속아 뜨거운 열정을 바치는 것. 그런 게 바로 사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