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해피 피트

Happy Feet
감독 조지 밀러
목소리 출연 일라이저 우드, 로빈 윌리엄스,
브리터니 머피, 휴 잭맨, 니콜 키드먼, 휴고 위빙
장르 애니메이션
시간 108분
개봉 12월 21일

펭귄들은 짝짓기를 위해 자신의 매력을 한껏 담아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하트송’을 불러야 한다. 뭇 수컷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고의 암컷 노마 진(니콜 키드먼)은 멋들어진 화음으로 다가온 신사 멤피스(휴 잭맨)에게 마음을 뺏기고 사랑의 결실인 아들 멈블(일라이저 우드)이 탄생한다. 그런데! 부모님을 닮아 타고난 목소리를 가져야 할 이 아이가 고음불가에, 저음도 불가요, 한마디로 음치니 가문의 걱정이요, 종족의 수치다. 결정적으로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발, 그 현란한 스텝은 신의 저주로까지 읽혀 앞날이 캄캄하다.
‘하얀 설원이 펼쳐진 가슴 뻥 뚫리는 배경에 귀여운 펭귄 캐릭터가 있고, 그 펭귄들의 짝짓기 수단이 노래인 탓에 팝, 펑크, 라틴, 소울, R&B가 난무하니, 이 애니메이션 시즌용이 아닌 4계절용으로 일품이구나!’ 일단 ‘해피 피트’의 첫 인상은 이렇다. 미운 펭귄 새끼로 태어나 자아를 찾아간다는 콘셉트와 남극 하늘의 신비한 우주현상을 입 딱 벌어지게 재현해내는 컴퓨터 그래픽도 근사하다. 1인 2역을 소화한 목소리의 마법사 로빈 윌리엄스의 활약과 ‘반지의 제왕’의 대표 호빗 일라이저 우드, 발랄한 신세대 스타 브리트니 머피, 호주 출신의 대배우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 ‘매트릭스’와 ‘브이 포 벤데타’를 거친 휴고 위빙의 목소리 연기도 두 말할 것 없는 반가움.
그러나, 한 가지 마음 상하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사회문제로의 영역확장’이다. 무분별한 해양개발 및 어획 등의 생태계 파괴를 말 그대로 비장하게 내보이고, 그 주범인 인간들의 반성을 촉구,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접근해 동일화는 물 건너간다. ‘이 겨울 펭귄 되어 사랑노래나 맘껏 불러볼까’하는 다분히 애니메이션적인 기대는 ‘앞으로 채식을 해볼까’하는 결심이 되어 흥은 떨어졌되 의미는 있는 뒷모습을 남기니 선택은 관객들의 몫. 남극의 펭귄 모습 그대로 담아 한편의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작년 여름의 ‘펭귄-위대한 모험’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B+ 제발,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은 빼주세요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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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저스틴

Masz Na Imie Justine
감독 프란코 드 페나
출연 안나 시에슬락,
아르노 프리스치
장르 드라마
시간 97분
개봉 상영중
폴란드 소녀 마리올라(안나 시에슬락)는 친구들과의 낙엽놀이, 남자친구 아더와 함께 세운 여행계획에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어린 손녀가 걱정스러운 할머니를 뒤로 하고 아더의 차에 올라타 그의 집이 있는 독일로 향하는데, 쉬어가자며 들른 곳이 조금 수상하다. 그곳에서 아더는 인신매매범으로 돌변하고, 마리올라는 ‘저스틴’이란 성매매여성으로서의 이름을 강제로 부여받는다.
영화의 기본설정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영화의 중심이 ‘나쁜 남자의 사랑’이 아닌 ‘한 여자의 비극적 인생’에 맞춰진 것이 큰 차이다. 동유럽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성매매를 리얼하게 드러내 유럽의 각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이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도 볼 만하다. 그러나 이 ‘나쁜 설정’의 존재이유인 ‘고통을 통한 깨달음’이 관객에게 얼마나 전달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C 고통을 느끼기에 겨울은 너무 추워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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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그들만의 러브매치

Amor Idiota
감독 벤트라 폰즈
출연 샌티 밀란,
켄타나 길런 쿠에보
장르 코미디
시간 104분
개봉 12월 22일
약간의 정신지체 증세를 보이는 페레(샌티 밀란)는 그의 대부의 생일 파티에서 소리를 지르다가 성기를 내보이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등 종종 알 수 없는 짓을 저지른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 취급하고, 페레는 사람들과 더욱 동떨어진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페레는 샌드라(켄타나 길런 쿠에보)를 만나고, 매력을 느껴 적극적으로 구애한다. 샌드라도 점점 그에게 끌린다.
‘그들만의 러브매치’는 성에 있어서 자유분방한 스페인 영화의 관능적인 감각들로 이루어진 상당히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곳곳에 코믹적인 요소가 배치되어 있어 단순히 자극적인 야한 영화에 그치지 않고, 계산적인 사랑을 풍자하는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다채로운 카메라 기법으로 질펀하게 진행되는 ‘전체 관람가’ 일색인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그들만의 러브매치’를 한번쯤 만나 독특한 페이소스를 즐겨 봐도 좋을 듯하다.

C+ 미쳐도 좋은 게 좋은 거지

문동명 학생리포터 playam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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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의 발견]크리스마스 로맨스

울루 그로스바드 감독의 ‘폴링 인 러브 (Falling In Love, 198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 산업계의 거물이자 악마 같은 상사 역을 맡아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메릴 스트립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기본기 탄탄한 배우다. 여배우로서는 핸디캡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력이 빚어내는 캐릭터들은 특별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80년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메릴 스트립과 마찬가지로 역시 80년대에 연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든 배우들이 한 번쯤은 경외심을 가졌을 법한 배우라면 단연 로버트 드 니로를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에서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정평이 난 두 사람이 평범하고 연약한 불륜의 연인을 연기하는 소품에 가까운 작은 사랑 영화가 있으니, 바로 1984년 작 ‘폴링 인 러브’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건축가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와 가정 주부 몰리(메릴 스트립)는 뉴욕의 한 서점에서 서로의 배우자를 위해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우연히 뒤바뀌는 바람에 인연을 맺는다. 이렇다 할 가정 불화도 없는 평범한 중년의 남녀이지만, 두 사람은 뜻밖에도 서로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가정에 대한 죄책감과 낯선 감정의 폭풍 속에서 두 사람은 갈피를 잡지 못하지만 몰리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끝내 선을 넘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러나 한 때의 바람이 아닌 진실한 감정의 파고로 인해 둘은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다. 그들의 사랑은 마침내 서로의 배우자에게 사실을 고백하게 만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끝내 서로 만날 기회를 놓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여기까지 보자면 숱한 남녀의 맺어지지 못한 불륜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데이비드 린의 ‘밀회’와 같은 영화들은 결국 맺어지지 못할 운명의 두 연인을 등장시켜 그들의 사랑에 불멸성을 더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사랑스런 로맨스 영화는 이듬해 크리스마스에 두 연인을 재회하게 만든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정겹게 포착해낸다. 두 번의 우연이 두 사람의 해피 엔딩을 만들어냈지만, 이 영화는 결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은 판타스틱한 느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평범한 연인들의 가장 평범한 로맨스는 두 배우의 로맨틱한 연기로 인해 비범한 것이 된다. 사랑이 어떤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폴링 인 러브’는 화려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로맨스 영화로 손색이 없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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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마치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패밀리 맨 (The Family Man)의 잭과 케이트

혹시, 어느 날 갑자기 눈물 흘려본 경험이 있으세요? 슬퍼서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 내 현실이 너무 행복하고, 다행스러워서요. 오랜동안 원망하고 후회하고 도망가고 싶어 했던 여기 이 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다행스러워질 때가 있더라고요, 신기하게. 그때 처음 삶이란 게 상대적인 것이란 걸 알았어요. 모든 삶엔 그 나름의 고통이 있고 행복이 있으니 절대적인 기준에 맞춰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요.

월스트리트에서 잘나가는 투자전문가 잭은 뉴욕 맨하탄의 펜트하우스에 페라리, 최고급 양복과 늘씬한 미녀를 곁에 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요.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알리는 캐롤에 눈을 떠보니 펜트하우스의 푹신한 침대는 어쩌고 푹 꺼진 시트에 성량이 상당한 두 아이와 강아지가 보이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케이트. 13년 전 잭은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그녀와의 ‘돌아오겠노라’ 는 약속을 저버렸었는데, 그랬던 그녀가 자신을 ‘허니’라고 부르네요. 그렇습니다. 잭은 지금 성공이 아닌 사랑을 택했을 때의 삶을 경험 중입니다.

잭은 부와 명예를 잃은 바뀐 삶에 한동안 울화통을 터뜨리지만,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아내와 딸, 평범한 삶이 주는 작은 행복들에 이 삶이 가상 경험이라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옛 버릇 못 버리고 백화점에서 명품 양복 만지작거리는 그를 보고 아내 케이트는 악착같이 돈을 모읍니다. 그리고는 그의 생일 아침. 명품은 아니지만 비슷한 제품이 싸게 나와 살 수 있었다며 자신이 마련한 깜짝 선물에 너무나 기뻐하는데, 잭은 바로 이때 눈물 흐를 것 같은 행복감을 맛봅니다. 그의 눈을 보고 케이트는 말합니다. “당신 왜 그래요? 마치 날 처음 봤을 때처럼 바라보고 있잖아요.”

그녀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던 그와 처음 눈 마주쳤을 때의 그 설레임,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하고 내심 체념했던 기다림의 끝, ‘세상이, 사랑이 정말 마법 같은 거구나’를 깨달았을 때의 황홀감, ‘어쩌면 앞으로 웃어도 행복하고, 울어도 행복할 수 있겠구나’는 희망. 이 모든 것이 그의 눈 안에 담겨있었으니까요.

오늘만큼은 누군가를 ‘마치 처음 봤을 때처럼’ 바라봐주세요. 홀리데이의 의미를 굳이 다른 데에서 찾지 마시고 몸과 마음의 힘이 달려 잠시 주머니 속에 넣어뒀던 마음을 꺼내보세요. 분명 참 다행스럽고, 눈물 날 만큼 행복한 각자의 선물이 그 안에 들어있을 겁니다.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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