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발견]크리스마스 로맨스

울루 그로스바드 감독의 ‘폴링 인 러브 (Falling In Love, 1984)’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 산업계의 거물이자 악마 같은 상사 역을 맡아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메릴 스트립은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역할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온 기본기 탄탄한 배우다. 여배우로서는 핸디캡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기력이 빚어내는 캐릭터들은 특별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80년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메릴 스트립과 마찬가지로 역시 80년대에 연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든 배우들이 한 번쯤은 경외심을 가졌을 법한 배우라면 단연 로버트 드 니로를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화려한 필모그래피에서 자주 언급되진 않지만,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정평이 난 두 사람이 평범하고 연약한 불륜의 연인을 연기하는 소품에 가까운 작은 사랑 영화가 있으니, 바로 1984년 작 ‘폴링 인 러브’다.
때는 크리스마스 이브, 건축가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와 가정 주부 몰리(메릴 스트립)는 뉴욕의 한 서점에서 서로의 배우자를 위해 산 크리스마스 선물이 우연히 뒤바뀌는 바람에 인연을 맺는다. 이렇다 할 가정 불화도 없는 평범한 중년의 남녀이지만, 두 사람은 뜻밖에도 서로에게서 운명적인 사랑을 예감한다. 가정에 대한 죄책감과 낯선 감정의 폭풍 속에서 두 사람은 갈피를 잡지 못하지만 몰리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끝내 선을 넘지 못한 채 헤어진다. 그러나 한 때의 바람이 아닌 진실한 감정의 파고로 인해 둘은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다. 그들의 사랑은 마침내 서로의 배우자에게 사실을 고백하게 만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끝내 서로 만날 기회를 놓친 채 시간이 흘러간다. 여기까지 보자면 숱한 남녀의 맺어지지 못한 불륜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데이비드 린의 ‘밀회’와 같은 영화들은 결국 맺어지지 못할 운명의 두 연인을 등장시켜 그들의 사랑에 불멸성을 더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사랑스런 로맨스 영화는 이듬해 크리스마스에 두 연인을 재회하게 만든다. 감독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정겹게 포착해낸다. 두 번의 우연이 두 사람의 해피 엔딩을 만들어냈지만, 이 영화는 결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같은 판타스틱한 느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평범한 연인들의 가장 평범한 로맨스는 두 배우의 로맨틱한 연기로 인해 비범한 것이 된다. 사랑이 어떤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폴링 인 러브’는 화려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로맨스 영화로 손색이 없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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