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음악처럼]왕빈대 알렉터, 니르바나를 흥얼대다

밀리언즈(Millions)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돈가방을 소재로 스스로의 속물 근성을 자가진단하게 해주는 영화 ‘밀리언즈’. 무소유의 삶서부터, 이웃을 나와 같이 사랑하라는 세상의 수많은 종교와 도덕교과서를 본디 담고 태어난 자칭 가난한 영화지만 그러나 음악만큼은 욕심을 부렸단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크래시(The Clash)부터 뮤즈(Muse)에 이르기까지 완소 브리티시 밴드로 사운드트랙을 배불리 채우다니! 이런 대규모 역설적 행각을 저지른 ‘밀리언즈’에게 그 속물성을 따지고도 싶지만 그랬다간 이 완벽한 사운드트랙에 시시껄렁한 잡소리 끼어들까봐 내가 참는다. 배춧잎 깨나 손에 쥔 데미안의 형이 건방진 꼬마로 변해서 보디가드를 이끌고 등교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이 바로 영국의 전설적 펑크 밴드 크래시(The Clash)의 정규 앨범에도 수록되었던 곡 ‘히츠빌 유케이(Hitsville U.K)’ 되겠다. 사뭇 귀엽게 들리는 곡이긴 하나, 펑크가 다 죽어가던 70년대 말 등장해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펑크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사운드를 고수해온 그들의 기, 있을 때 팍팍 받아놓으시라. 아리땁게 돈가방 기차 밖으로 날려지는 그 순간에 중독성있는 목소리로 유명한 모던 록 밴드 뮤즈(Muse)의 ‘블랙아웃(Blackout)’이다. 사운드트랙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같은 장면에 뮤즈의 ‘히스테리아(histeria)’도 들린다. 많이 유명하진 않지만 한 번 들으면 심상찮게 귀가 반응할 피더(Feeder)의 ‘텀블 앤드 폴 (Tumble And Fall)’은 점잖게 엔딩크레디트를 감상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 이 외에도 이사하는 장면이나 다른 장면들에 툭하면 나오는 상큼한 존 머피의 음악부터 일렉트릭 느낌 팍팍 나는 곡들까지, 찾으면 계속 나오는 광맥 같구려. 이런 속물적인 사운드트랙은 정말이지, “내 스타일이야!”
따지고 보면 나는 귀차니즘이나 자기중심성향으로 치면 왕빈대 수준이고, 속물근성으로 보면 우주라도 삼켜버릴 알렉터에 비견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쬐끔은 뜨끔했더랬다. 영화 끝 무렵 엘 보스코(El Bosco) 합창단의 ‘니르바나(Nirvana)'가 흘러나온다. 마지막 테마이자 하이라이트 트랙이라 하겠다. 영화 막판에 나에게 마지막으로 반성할 기회라도 주겠다는 건지 뭔지, 우간다에 물을 펑펑 나오게 한 꼬마 데미안의 생글생글한 미소와 함께 열반과 해탈을 의미하는 ‘니르바나’는 숭고히 흐르건만,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그저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가 익숙한 것이 ‘아하 언젠가 들었던 CM송’이로구나 하며 대강 흥얼대던 왕빈대 알렉터.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뜨끔했던 건 벌써 새까맣게 잊은 채 이제 아예 몹쓸 기도까지 하는구나. 오 신이시여, 왜 사람 차별하시나이까. 부탁이건대 저에게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가벼운(!) 돈벼락 한 번 내려 주소서.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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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딜레마 Dilemma

‘레스키브(L'esquive)'의 크리모와 리디아

그저 얼굴 한 번 보기 위해서, 나는 귀찮게도 먼 길을 돌려 간 적이 있다. 축축한 대기를 뚫고 내 씨디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곡은 넬리의 ‘딜레마’였다. 반복해서 듣다보면 묘하게 오롯해지는 그 멜로디를 들으며, 나는 비에 젖은 거리를 달리고 또 달렸다. 오로지 그의 퇴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어린 날의 짝사랑은 누구나 한번 겪어봤을 법한 애달픈 기억으로 남곤 한다. 하긴 짝사랑이 서로사랑보다 편한 것도 사실이다. 주는 만큼 기대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를 마음가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설렘과 긴장감을 누리는 특권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짝사랑을 과대포장해도 결국 그 기쁨과 희열은 고백의 순간에 와르르 내려앉을 수 있으며, 설렘과 긴장감을 적당하게 유지시키지 못해 늘 애를 먹어야 한다.
크리모는 친구 리디아 때문에 일생에 인연이라곤 없던 연극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능력 있는 남자배우를 뇌물로 공략해 주인공을 따내면서. 태어나 처음 하는 연기에, 감정까지 섞인 상대역이 크리모에게 녹록할 리 없다. ‘어쩌다가’ 해버린 키스에 ‘어설프게’ 튀어나온 고백. 당황한 기색의 리디아는 알쏭달쏭한 말만 뱉어낸다. “모르겠어, 좀 더 생각해보고. 어떻게 한번에 대답을 하냐?” 그리고 리디아는 가버렸다. 진짜 문제는 그 때부터였다. 예상할 수 없는 그 사람의 대답 때문에, 모든 일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끝없이 그 사람과 마주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그의 모든 말에 갖은 의미를 붙여 이해해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다 훗날 내 쪽팔림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한 꼴이었다.
연기에도, 친구에서 연인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에도 어설펐던 크리모는 결국 연극에서 제외된다. 리디아에게선 끝내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마음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면 리디아를 만나고 싶지 않았던 크리모를 뺀 연극은, 그제야 잘 돌아가 성공적으로 막이 올라가고, 내려갔다. 리디아와 크리모를 둘러싸고 갖은 추측과 비약을 생산해내던 친구들도 모두 아무 일 없던 듯 자연스레 화해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오직 크리모만 혼자 남았다.
한 때 나는 생각했었다. 진심은 언젠가는 통하는 법이라고.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사랑이란 종종 미수에 그치기도 하는 것이다. 아마 다른 누구의 곁에서 그 역시 그렇게 말했으리라. 진심은 반드시 통하는 법이라고. 어느 노랫말에서처럼,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끝내는 다르게 적힌다. 떨리는 마음으로 나를 걸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늘 내 예상과는 다른 말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기억이 누구에게나 같은 추억이 되지는 않기에, 크리모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돌이키기엔 쪽팔리지만 잊혀지기엔 아까운, 우리의 짝사랑은 그래서 당신의 이별보다 서글프다.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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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젊은 상상! BUDi2007 작품 및 자원봉사자 모집 外

젊은 상상! BUDi2007 작품 및 자원봉사자 모집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부산 경성대학교 콘서트홀 등에서 개최예정인 전 세계 젊은이들의 디지털콘텐츠 축제 부산디지털콘텐츠유니버시아드가 기발한 작품, 열정적인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작품모집은 경쟁부문인 픽션,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 총 네부문에 해당하며 총 6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자원봉사자 모집분야는 상영관 운영, 자원봉사자 지원, 사무국 업무보조, 게스트 서비스, 행사기록, 총 다섯부문이며 오는 3월 2일부터 24일까지 지원을 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budi.org를 참고.

박찬욱 감독, 베를린에서도 괜찮아

‘올드보이’로 제5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베를린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 8일부터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펼쳐진 제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8대본상 중 하나인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수상한 것. 그는 수상소감에서 아내에게 영광을 돌리며, “영화감독이지만 괜찮아”라는 재치있는 멘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한불 합작영화 '히야쯔가르'가 극영화 경쟁부문에,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가 파노라마 부문에,이윤기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손님'이 영포럼 부문에, '아이스케키'와 '천하장사 마돈나'는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최고영예인 금곰상은 왕지안 감독의 중국영화 ‘투야의 결혼’에게 돌아갔다.

일본 코미디 보러 가자!
독립예술영화관 필름포럼은 오는 28일부터 3월 7일까지 ‘일본 코미디 걸작선’을 마련, 9편의 작편을 상영한다. 요절한 천재감독 야마나카 사다오의 ‘백만냥의 항아리(1935)’ 난센스 코미디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오하요(1959)’부터, 근작 모리타 요시미츠 감독의 ‘가족게임(1983)’, 나카하라 슌 감독의 ‘12명의 마음약한 일본인(1991)까지 일본 코미디 영화 계보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filmforum.co.kr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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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훌라걸스

훌라걸스 (Hula Girls)

감독 이상일
출연 아오이 유우, 마츠유키 야스코, 토요카와 에츠시
장르 드라마
시간 110분
개봉 3월 1일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80년대 북부 영국의 탄광 마을에 사는 한 소년이 발레 댄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다. ‘식스티 나인’ ‘스크랩 헤븐’으로 이미 상당수의 골수팬을 확보한 재일교포 출신 이상일 감독은 일본판 ‘빌리 엘리어트’라고도 할 수 있는 새 영화 ‘훌라걸스’로 무미건조한 무채색 탄광을 화려한 무지갯빛으로 물들인다.
1965년, 후쿠시마의 어느 탄광마을. 에너지 혁명으로 탄광 산업이 점차 쇠퇴하자 마을 사람들은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당한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18살 소녀 사나에의 손톱에는 까만 석탄 때가 지워질 날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사나에는 우연히 ‘하와이언 댄서 모집’ 전단지를 발견한다. 이것이 이 지긋지긋한 탄광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굳게 믿게 된 그녀는 절친한 친구 기미코(아오이 유우)를 설득해 함께 훌라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다. ‘훌라걸스’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 초청, 일본 아카데미 영화상 11개 부문 석권,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부문 일본 대표작 선정 등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된 영화다. 이 영화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단연 흥미진진한 훌라춤이다. 전작 ‘하나와 앨리스’에서 이미 수준급의 발레 실력을 뽐냈던 아오이 유우는 이번 영화에서도 수많은 남성 팬들을 무기력하게 만들 만한 황홀한 훌라댄스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충분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영화의 배경이 일본의 작은 시골 도시이니만큼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사투리의 생소한 억양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한다(영화 초반, 예쁘장한 아오이 유우가 사용하는 이상스러운 사투리 때문에 극장 곳곳에서 연속적으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다만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탄광마을 사람들의 눈물겨운 사투’라는 치열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그들의 아픔과 감동의 깊이가 깊지 않아 아쉽다. 낙마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 못마땅해 하던 딸을 뒤에서 말없이 응원하는 어머니 등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신파조의 감동도 조금은 식상한 느낌이다. 멋지고 훌륭하다기보다는 그저 귀엽고 깜찍한 영화다.
B+ 오오, 훌라훌라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있어 (희연)
B+ 이 정도 열정은 본받아야 해요 (수진)
B+ 달달해진 빌리 엘리어트, 그래도 나름의 매력 (호영)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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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감독 가브리엘 무치노
출연 윌 스미스, 제이든 스미스
장르 드라마
시간 117분
개봉 3월 1일

1980년대 샌프란시스코, 한물 간 의료기기를 파는 세일즈맨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집세가 없어 아들크리스토퍼(제이든 스미스)와 함께 집에서 쫓겨난다. 그는 지하철 역 화장실,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며 생활하던 중 주식 중개인의 인턴쉽 기회를 얻는다.
큐브장난감을 맞추겠다고 헤매본 적 있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정육면체의 여섯 면을 다 맞춰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큐브는 느린 손놀림으로 어찌어찌해서 한 면을 다 맞췄다 싶으면 나머지 다섯 면은 엉망이 되어있다. 크리스의 행복은 마치 큐브와 같다. 돈이 없어도 화목한 가족과 사랑스러운 아들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새 그 모든 것들이 다 어긋나버린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의 생활을 관찰하듯 그의 삶의 일면을 따라간다. "this part of my life," 로 시작하곤 하는 크리스의 내레이션을 듣고 있자면 크리스가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우리에게 자기의 지난 삶을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든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크리스 가드너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우울하지도 우습지도 않게 그려내며, 결말에 다다라서는 섣불리 “그리하여 그들은 이만큼이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따위의 우스꽝스러운 실책도 저지르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위해 가장 힘든 순간에 도약하려 하는 맑은 정신의 한 인간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 살고자 발버둥치는 크리스의 눈물겨운 투쟁뿐만 아니라 부자간의 즐거운 대화와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을 간간이 섞어가면서 결말은 알지만 끝까지 보게 하는 소리 없이 강한 연출의 힘은 확실히 이 영화의 강점이다. 거짓말 같은 실화라지만 영화에서 실화의 힘은 여실히 드러난다. 일화들은 조잡한 설정이 아니라 모티프가 된 실제 인물 크리스 가드너가 직접 겪은 일들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진심을 울린다. 윌 스미스라는 배우가 이를 110퍼센트 가능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윌 스미스는 이 영화에서 호연을 펼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또한 그의 실제 아들인 제이든 스미스가 나이는 어리지만 아버지를 이해하는 귀여운 아들 크리스토퍼 역으로 출연하여 윌 스미스와의 찰떡같은 호흡으로 극에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B+ 충분히 보여줘서 고마워 (호영)
A 사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희연)
손호영 학생리포터 in_azurb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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