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페셜]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 ‘엘 토포' ‘홀리 마운틴'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 내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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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관객들에게는 쉬이 접해지지 않았던, 해서 그의 마니아들은 늘 해적판으로 그의 작품을 접해야만 했던 문제적 감독, 컬트계의 대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HD복원 필름을 들고 한국에 찾아왔다. 단 한 차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성스러운 피'의 10년 전 충격을 간직한 이들은 그의 귀환을 반기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이른바 새로운 ‘광기의 세계'를 연다는 궁금증으로 두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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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흐름을 거스르는 연어와 같은 존재
Q 한국에 온 소감은. A 한국영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영화 홍보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영화에 대한 좋은 인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은 굉장히 오래된 것이지만 리마스터링을 거쳤기 때문에 새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나는 변했지만, 이 자리에는 예전 영화들의 감독으로서 와있는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Q 작년 말에 프랑스에서 개봉하는 등 이제야 세계적으로 소개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이 영화들의 제작자와 문제가 있어 개봉까지 30년이 걸렸다. 싸우기 질릴 정도가 되어서야 영화가 개봉됐고, 제작자와 나는 이제 친한 친구가 되었다. 적과 친구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어떤 적도 가장 좋은 친구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엘 토포'의 미국 개봉 당시, 심야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올린 것으로 안다. 당신의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했을 때의 반응은 어땠나. A 나는 연어와 같은 존재다. 나는 강의 모든 흐름을 거스른다. 당시 나의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정식적인 데뷔작인 ‘판도와 리'가 처음 멕시코에서 개봉했을 때, 사람들이 거의 날 죽이려 했었다. 나는 아직까지 그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웃음) 아마 소녀가 돼지를 낳는 장면이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Q 당신의 영화에는 그 표현만큼이나 독특한 소재가 많이 삽입되었다. A 처음 이 영화들을 만들어서 선보였을 때, 대부분의 관객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의 관객보다 미래의 관객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 영화들을 만들었다. 키높이 구두같은 소재나 남성의 성형수술, 검은 색으로 치장하는 고딕(gothic) 화장법 등은 30년 전엔 없던 것들이다. 나는 상상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영화에 집어넣었고 오늘날에는 현실이 되었다.
Q 존 레논, 마릴린 맨슨 등이 당신 영화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한 바 있다. A 존 레논이 ‘엘 토포'의 판권을 구입해 배급했으며, 차기작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제의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홀리 마운틴'이다. 마릴린 맨슨은 ‘홀리 마운틴'의 한 장면을 따서 비디오 클립을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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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화는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첫 발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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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스로의 영화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A 나는 예술은 예술가 자신을 보여주는데 쓰여서는 안 되고,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앞으로는 치유 목적의 영화를 만들어, 내 영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물론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바꾸기 시작할 수는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치기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지구를 더 이상 해치지 않도록 의식을 일깨워주고 싶고, 마리오네뜨(꼭두각시 인형)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과 돈벌이만을 위한 인생에 대한 각성을 알리고 싶다. Q 당신 영화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종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엘 토포'는 동양적인 것을 가미한 첫 서부영화다. 동양적이라는 것은 물론 종교적인 것을 뜻한다. ‘엘 토포'제작 당시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홍콩영화를 많이 봤고, 다른 동양 국가 영화들도 접했다. 그 때 큰 인상을 받아 영화에 ‘도'의 개념을 삽입했다. 그 이후로도 동양적인 상징에 관심이 많아 ‘홀리 마운틴'에서는 불교, ‘도', 연금술 등의 요소가 혼재하게 되었다. 내 영화는 종교뿐 아니라 정치, 섹스처럼 인생에서 반드시 지고 가야할 동세대의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Q 복합적인 아티스트로 칭해지곤 한다. A 미술, 음악, 만화, 시 등 모든 것이 내 창작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듄프로젝트' 영화작업이 무산된 대신 그 프로젝트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만화로 만들 수 있었다. 유명작가인 뫼비우스 등 많은 만화가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출판한 것이다. 그 중 일부인 ‘잉칼' ‘라마블랑'은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다. 같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영화인들은 내가 SF영화 각본에 참여할 당시 함께 일했다. 정식적인 데뷔작인 ‘판도와 리(Fando y Lis)' 역시 원래는 친구인 페르난도 아르반이 쓴 연극각본에서 출발한 것이다. 연극을 보고 생각난 것들을 영화로 재창조한 것이 내 ‘판도와 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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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존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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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은. A 미국영화는 열세살짜리 어린 아이들이나 소비할 법한 것들이다. 미국영화는 지금 하향단계에 있으며, 매번 같은 장면과 철학과 기법을 반복한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은 한국에 있다. 한국인들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한국영화의 기법과 기술, 배우들의 연기와 주제 등 모든 영역에 관심이 있다. 그 중에서도 기술적인 면에 관심이 많아, 나중에 한국 작가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기존의 (미국)영화들과는 굉장히 다르고, 이미 일본과 홍콩의 스타일을 초월했다고 본다. 한국에 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Q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를 꼽는다면. A 매일 영화를 한 편씩 보는데, 영어로 번역된 작품들은 대부분 접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왕의 남자'다. 그 외에도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음란서생' ‘섬' ‘괴물'을 재미있게 봤는데, 한국영화의 테마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이 놀랍다. 특히 ‘JSA'와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요소들을 상업화와 잘 결부시켜 만든 것이 한국영화의 장점이다. Q 지금 세대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지. A 나는 영화를 만들 뿐, 관객의 이해를 의도하지는 않는다. 관객의 연령대는 물론 개의치 않으며, 짐승들이 와서 내 영화를 봐도 좋을 것 같다. Q 이후의 일정은. A 관객과의 대화와 리셉션 등이 있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도 약속이 잡혀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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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 수 없는 감독의 다이내믹한 행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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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에 입단, 마임으로 예술활동을 시작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파리에 정착했던 당시 판토마임의 대가 에티엔 두크레에게서 마임을 배웠다. 이후 페인트공, 극단 창단, 멕시코 초현실주의 문학잡지 편찬 등 스펙타클한 길을 걸어왔다. 여전히 “나의 예술근원은 판토마임”이라고 말하는 그지만, 다양한 작품활동은 그의 존재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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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본! |
| 미래를 향하는 그의 상상력이 SF와 맞닿아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가 컬트계의 지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84년작 ‘사구'와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각본에 참여했다는 것,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메가 맥스' 시나리오를 집필하였단 사실은 한마디로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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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
| 1980년, 감독은 여러 경전을 섭렵하며 구상한 ‘사립탐정 존 디풀의 모험담 앙칼'로 만화계의 거장 타이틀을 얻는다. 세계적인 만화 시나리오 작가 뫼비우스와 공동집필한 이 작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작'이란 찬사를 받는다. 밀교적인 신비주의와 판타지는 이후의 작품 ‘디오자망트의 열정' ‘라마블랑' ‘테크노 사제'에서도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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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 2002년 샘터사에서 펴낸 감독의 책 ‘행복한 바보상자 물라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는 수세기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세계 73개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자유로운 성자 물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익살스럽기 그지없지만, 단단하고 단순한 지혜를 품고 있다. 일반 스테디셀러나 잠언집과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니 한번 읽어보시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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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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