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의 재발견]한 연쇄살인자의 초상

한 연쇄살인자의 초상 프리츠 랑 감독의 ‘(M, 1931)'
● 스릴러나 공포 영화의 서브 장르 중에서도 연쇄살인 영화는 가장 현대적인 장르 중 하나로 꼽힌다. 망상이나 타인에 대한 정복욕을 실현하기 위해 장난하듯 살인을 저지르는 시리얼 킬러들은 예전에도 있었으나, 그들이 의미 있는 영화의 캐릭터로 등장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멀게는 히치콕의 ‘싸이코'에서 ‘양들의 침묵' ‘헨리, 연쇄살인자의 초상' ‘카피캣' ‘아이덴티티', 한국영화로는 ‘살인의 추억' ‘혈의 누'에 이르기까지 살인자의 이상심리는 현대적 병리를 탐구하는 그릇 노릇을 했다. ‘양들의 침묵'의 프리퀼 시리즈 격인 ‘한니발 라이징' 역시 엽기적인 살인귀 '한니발 렉터'의 뿌리를 추적한다.
살육과 식인을 일삼는 그의 끔찍한 취향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이와 같이 이상심리를 지닌 극악한 살인자의 모습을 담은 연쇄살인 영화의 효시 격인 작품이 프리츠 랑 감독의 ‘M'이다(참고로 이명세 감독의 신작 ‘M'과는 무관한 영화다).
독일 표현주의의 걸작으로 거론되는 ‘M'은 연쇄살인 중에서도 악명 높은 유아 살해범을 쫓는 이야기다. 1920년대 말 특별한 이유 없이 어린이들을 살해한 뒤셀도르프의 유아 살해범 이야기에 기초한 영화는 독일 사회의 하수상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영화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누군가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이들만을 골라 살해하는 악질적 유아 살해범을 잡기 위해 경찰과 일종의 자경 단체인 지하세력이 나선다. 살인자에 대한 각종 설들이 난무하고 두 집단은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마다 동분서주한다. ‘M'에서 흥미로운 것은 살인자 베케르트의 존재다.
그는 공동의 선에 위협을 주는 존재다. 합법적 조직인 경찰과 불법 조직인 지하세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위협을 제거하려 한다. 베케르트는 동시에 분열된 독일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인물이다. 그림자나 거울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살인자가 처한 상황, 즉 천인공노할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지만 인간적으로는 한없이 나약한 기묘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결국 베케르트를 잡는 건 지하세계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사회악을 일소하기 위해 새로운 지도세력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여 ‘M'은 나치즘에 동조한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한 편의 잘 만든 연쇄살인 영화에 불과하다. 특히 지금까지 연쇄살인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상 성격 살인자 묘사가 등골이 서늘할 정도다. 베케르트를 연기한 피터 로르의 연기가 잊을 수 없는 감각의 인장을 새긴다.
최은영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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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뉴스]서울여성영화제, 출발 外

서울여성영화제, 출발 ●

여성영화의 즐겁고 신나는 축제, 서울여성영화제가 그 아홉 번째 문을 연다. 오는 4월 5일부터 8일간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펼쳐질 이번 행사는 여성 안에 존재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여성 안에서의 소통과 연대를 모색한다. ‘이주여성 특별전:우리는 이곳에 살고있다!' ‘제국과 여성' ‘청소녀 특별전:걸즈 온 필름'까지 총4개의 섹션이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이 주제를 위해 달릴 예정. 물론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여성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및 헝가리의 거장 마르타 메자로스 감독 특별전, ‘아시아 단편경선'도 마련돼 있다. 이번 서울여성영화제가 준비한 화려한 29개국 100편의 상영작들에 앞장 선 개막작은 브라질의 주목받는 젊은 감독 타타 아마랄의 ‘안토니아(사진)'다.

생활 느와르 ‘우아한 세계' ●
박해일, 강혜정 커플의 신랄한 로맨스 ‘연애의 목적'을 연출했던 한재림 감독의 신작이자 국민배우 송강호 주연작인 ‘우아한 세계'가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우아한 세계'는 조직의 중간보스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40대 남성 인구라는 인물을 담았다. ‘생활 느와르'라는 장르 명칭이 붙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감독은 “직업으로서 조직을 담긴 했으나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며 “일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40대 남성의 삶 자체가 느와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활 느와르라는 장르를 선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밖에선 일로 생존 경쟁을 하고 가정에선 최선을 다하는 40대 초반 가장인 인구는 나와 많이 닮았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영화는 오는 4월 5일 개봉예정.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 ●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 특별전이 오는 1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펼쳐진다. 찰리 채플린에 버금가는 할리우드 스타들로 미국영화의 2, 30년대를 주름잡았던 배우들을 볼 수 있는 이번 행사를 통해 5명의 배우와 그들이 출연한 15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개구쟁이 이미지의 해리 랭턴, 많은 감독, 배우들이 오마주를 아끼지 않았던 아크로바틱 개그의 버스터 키튼, 속도와 서스펜스를 주특기로 현대 미국인 상을 그렸던 해롤드 로이드, 마지막으로 두 빅스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와 릴리언 기쉬까지를 만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cinematheque.seoul.kr을 참고. 사진은 버스터 키튼 주연의 ‘손님 접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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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해석이 되나요]그녀의 창가 앞에서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의 뉴랜드와 엘렌

● 이런, 이 일을 어쩔까요. 뉴랜드가 결국은 엘렌의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그녀의 창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나요. 어쩌자고 아직도 열정을 지우지 못한 눈빛인가요.
뉴욕 상류층 아처가의 젊은이었던 그는, 약혼녀인 밍코트가의 메이와 함께 예정된 미래를 살고 있었습니다. 메이의 사촌이자 그의 소꿉친구였던 엘렌이 이혼 후 돌아오기 전까지 말이에요. 때가 1870년. 이혼이란 것이 타인에 의해 지금보다 더 큰 멍에가 됐던 시절이지요. 엘렌은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거침이 없었어요. 타인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웠지요. 가만히, 가만히 세상을 살던 아처는 그녀를 향한 어린 시절의 설렘이 다시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설렘이 강한 열정으로 뒤바뀌는 것도요. 뉴랜드는 자신의 열정을 그냥 내버려둡니다. 이 좁디 좁은 사회의 무지하고 무식한 시선들, 가문을 둘러싼 무성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들 따위는 그를 막을 수 없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끝까지 달릴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극에는 ‘하지만'이 있습니다. 그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열정만큼 강했던 자신의 타성과 관성을 버리지 못합니다. ‘어쩌면, 나의 열정은 한 낮 달콤한 꿈일지도 몰라. 이 잠이 길어지면 내 정신은 몽롱해지고, 깨어나고 싶어도 깨지 못할지 몰라. 어쩌면, 이 반대편 길에도 행복이 있을지 몰라. 그녀와 이별을 해도 나는 괜찮을지 몰라.' 그는 눈물 흘리며 수없이 자위를 했겠지요.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 안락한 생활에 등 돌리는 것,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없는 자신을 자괴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을 테니까요.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던가요? 차라리 가능했다면, 용기 없는 자에게도 행복이 허락될 수 있다면, 비극이 아니겠지요.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하물며 완벽하게 행복했다고 착각했던 어느 날도, 이루지 못한 사랑은 지독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미련보다 더한 것이 되어 그를 지켜봤을 겁니다. 차라리 그녀와 불행하지 그랬어요. 그녀의 손 놓는 대신 차라리 손가락질 받고, 그녀를 버리는 대신 차라리 가족에게 버림받지 그랬어요. 아직도 ‘어떤 삶이 더 고난했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때는 몰랐다'고 발뺌할 생각이세요.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크디 큰 슬픔이자 비극이지요.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사랑할 수 있었는데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당신이 당신에게 부여한.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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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음악처럼]러브 송 포 바비 롱

러브 송 포 바비 롱 A Love Song For Bobby Long

● 사람 사이의 유대, 사랑과 희망을 은은한 빛깔로 채색하는 영화 ‘러브 송 포 바비 롱'에는 뉴올리언스의 황홀한 풍경과 영국, 아일랜드의 정통포크, 미국 블루스와 컨트리송이 조화롭게 녹아들어있습니다. 로스 로보스의 투박한 컨트리송 ‘섬데이(someday)'가 흐르는 가운데 한쪽 발은 구두, 한쪽 발은 슬리퍼 차림으로 마을을 거니는 이 수상한 남자의 이름은 바비 롱. 전직 영문학과 교수였기에 말은 청산유수지만 하루하루를 술기운으로 버티는 그는 마치 소설이라는 환상 속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한편 퍼슬레인은 엄마 로레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듣고 엄마의 고향에 찾아갔다가 바비 롱과 마주칩니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아왔던 두 사람은 바비 롱이 사랑했던 여인이자, 퍼슬레인의 엄마이자, 꽤 유명한 포크싱어였던 로레인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가까워지지요. 퍼슬레인이 기차역에서 엄마의 유품인 책 한 권을 단숨에 읽고 뭔가에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을 지을 때 로니 피치포드의 ‘론섬 블루스(Lonesome Blues)'가 잔잔하게 깔립니다. 극중에서 바비 롱으로 분한 존 트라볼타가 직접 통기타를 치며 연주하는 영국의 전통적인 포크 곡 ‘바바라 알렌(Barbara Allen)'은 그의 사랑을 차분하게 읊조리는 한 편의 시와 같죠. 살아서 사랑할 수 없었던 연인이 죽은 후 나란히 묻힌 교회묘지, 남자의 묘에선 붉은 장미가 피어나고 여자의 묘에선 찔레 넝쿨이 자라나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연인처럼 함께 어우러져 교회 담장을 큰 키로 휘감고 있었다는 ,그 노래 가사는 바비 롱과 로레인의 사랑과도 같았으니까요. 또한 두 사람이 함께 로레인을 회상할 때는 트레스패서스 윌리엄의 몽롱하면서도 아늑한 ‘디퍼런트 스타스(Different Stars)'가 가슴 한 편을 저릿하게 만들고, 점점 깊어지는 두 사람의 유대는 그레이슨 캡스의 곡 ‘워시보드 리사(Washboard Lisa)'로 인해 크고 맑은 울림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사실 퍼슬레인이 읽던 그 책은 젊은 시절 바비 롱이 로레인에게 선물한 ‘내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The Heart is a Lonely Hunter)'이라는 소설이었어요. 세월이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았기에 그동안 퍼슬레인과 바비 롱은 외로운 사냥꾼처럼 묵묵히 살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로레인이 직접 작곡해 두 사람을 위해 남긴 노래 ‘Lorraine's Song(My Heart Was A Lonely Hunter)'는 그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흐르는 ‘Love Song For Bobby Long'도 마찬가지고요. 이제야 비로소 두 손을 다정하게 마주잡은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이 영화는 우리 모두를 위한 사랑의 노래가 아니었을까.'

안희연 학생리포터 elliott19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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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스페셜]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엘 토포' ‘홀리 마운틴'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 내한
국내 관객들에게는 쉬이 접해지지 않았던, 해서 그의 마니아들은 늘 해적판으로 그의 작품을 접해야만 했던 문제적 감독, 컬트계의 대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HD복원 필름을 들고 한국에 찾아왔다. 단 한 차례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 ‘성스러운 피'의 10년 전 충격을 간직한 이들은 그의 귀환을 반기고 있으며,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이른바 새로운 ‘광기의 세계'를 연다는 궁금증으로 두 영화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흐름을 거스르는 연어와 같은 존재

Q 한국에 온 소감은.
A 한국영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영화 홍보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영화에 대한 좋은 인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개봉하는 ‘엘 토포'와 ‘홀리 마운틴'은 굉장히 오래된 것이지만 리마스터링을 거쳤기 때문에 새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 나는 변했지만, 이 자리에는 예전 영화들의 감독으로서 와있는 것이다. 그래서 굉장히 만족스럽다.

Q 작년 말에 프랑스에서 개봉하는 등 이제야 세계적으로 소개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이 영화들의 제작자와 문제가 있어 개봉까지 30년이 걸렸다. 싸우기 질릴 정도가 되어서야 영화가 개봉됐고, 제작자와 나는 이제 친한 친구가 되었다. 적과 친구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어떤 적도 가장 좋은 친구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엘 토포'의 미국 개봉 당시, 심야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올린 것으로 안다. 당신의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했을 때의 반응은 어땠나.
A 나는 연어와 같은 존재다. 나는 강의 모든 흐름을 거스른다. 당시 나의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정식적인 데뷔작인 ‘판도와 리'가 처음 멕시코에서 개봉했을 때, 사람들이 거의 날 죽이려 했었다. 나는 아직까지 그들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웃음) 아마 소녀가 돼지를 낳는 장면이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Q 당신의 영화에는 그 표현만큼이나 독특한 소재가 많이 삽입되었다.
A 처음 이 영화들을 만들어서 선보였을 때, 대부분의 관객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당시의 관객보다 미래의 관객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 영화들을 만들었다. 키높이 구두같은 소재나 남성의 성형수술, 검은 색으로 치장하는 고딕(gothic) 화장법 등은 30년 전엔 없던 것들이다. 나는 상상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영화에 집어넣었고 오늘날에는 현실이 되었다.

Q 존 레논, 마릴린 맨슨 등이 당신 영화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한 바 있다.
A 존 레논이 ‘엘 토포'의 판권을 구입해 배급했으며, 차기작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제의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홀리 마운틴'이다. 마릴린 맨슨은 ‘홀리 마운틴'의 한 장면을 따서 비디오 클립을 만들었다.

내 영화는 세상을 치유하기 위한 첫 발걸음

Q 스스로의 영화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A 나는 예술은 예술가 자신을 보여주는데 쓰여서는 안 되고,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따라서 앞으로는 치유 목적의 영화를 만들어, 내 영화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물론 세상을 바꿀 순 없겠지만 바꾸기 시작할 수는 있다고 본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치기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지구를 더 이상 해치지 않도록 의식을 일깨워주고 싶고, 마리오네뜨(꼭두각시 인형)처럼 행동하는 정치인들과 돈벌이만을 위한 인생에 대한 각성을 알리고 싶다.
Q 당신 영화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종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A ‘엘 토포'는 동양적인 것을 가미한 첫 서부영화다. 동양적이라는 것은 물론 종교적인 것을 뜻한다. ‘엘 토포'제작 당시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홍콩영화를 많이 봤고, 다른 동양 국가 영화들도 접했다. 그 때 큰 인상을 받아 영화에 ‘도'의 개념을 삽입했다. 그 이후로도 동양적인 상징에 관심이 많아 ‘홀리 마운틴'에서는 불교, ‘도', 연금술 등의 요소가 혼재하게 되었다. 내 영화는 종교뿐 아니라 정치, 섹스처럼 인생에서 반드시 지고 가야할 동세대의 모든 것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Q 복합적인 아티스트로 칭해지곤 한다.
A 미술, 음악, 만화, 시 등 모든 것이 내 창작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듄프로젝트' 영화작업이 무산된 대신 그 프로젝트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을 만화로 만들 수 있었다. 유명작가인 뫼비우스 등 많은 만화가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출판한 것이다. 그 중 일부인 ‘잉칼' ‘라마블랑'은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다. 같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영화인들은 내가 SF영화 각본에 참여할 당시 함께 일했다. 정식적인 데뷔작인 ‘판도와 리(Fando y Lis)' 역시 원래는 친구인 페르난도 아르반이 쓴 연극각본에서 출발한 것이다. 연극을 보고 생각난 것들을 영화로 재창조한 것이 내 ‘판도와 리'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존중한다

Q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은.
A 미국영화는 열세살짜리 어린 아이들이나 소비할 법한 것들이다. 미국영화는 지금 하향단계에 있으며, 매번 같은 장면과 철학과 기법을 반복한다. 영화의 새로운 흐름은 한국에 있다. 한국인들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한국영화의 기법과 기술, 배우들의 연기와 주제 등 모든 영역에 관심이 있다. 그 중에서도 기술적인 면에 관심이 많아, 나중에 한국 작가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한국영화는 기존의 (미국)영화들과는 굉장히 다르고, 이미 일본과 홍콩의 스타일을 초월했다고 본다. 한국에 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이건 진심이다.(웃음)
Q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를 꼽는다면.
A 매일 영화를 한 편씩 보는데, 영어로 번역된 작품들은 대부분 접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왕의 남자'다. 그 외에도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음란서생' ‘섬' ‘괴물'을 재미있게 봤는데, 한국영화의 테마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이 놀랍다. 특히 ‘JSA'와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요소들을 상업화와 잘 결부시켜 만든 것이 한국영화의 장점이다.
Q 지금 세대의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지.
A 나는 영화를 만들 뿐, 관객의 이해를 의도하지는 않는다. 관객의 연령대는 물론 개의치 않으며, 짐승들이 와서 내 영화를 봐도 좋을 것 같다.
Q 이후의 일정은.
A 관객과의 대화와 리셉션 등이 있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도 약속이 잡혀 있다.

알 수 없는 감독의 다이내믹한 행보

서커스에 입단, 마임으로 예술활동을 시작한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파리에 정착했던 당시 판토마임의 대가 에티엔 두크레에게서 마임을 배웠다. 이후 페인트공, 극단 창단, 멕시코 초현실주의 문학잡지 편찬 등 스펙타클한 길을 걸어왔다. 여전히 “나의 예술근원은 판토마임”이라고 말하는 그지만, 다양한 작품활동은 그의 존재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준다.
♣ 각본!
미래를 향하는 그의 상상력이 SF와 맞닿아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가 컬트계의 지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84년작 ‘사구'와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각본에 참여했다는 것, 오토모 가츠히로 감독의 ‘메가 맥스' 시나리오를 집필하였단 사실은 한마디로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 만화!
1980년, 감독은 여러 경전을 섭렵하며 구상한 ‘사립탐정 존 디풀의 모험담 앙칼'로 만화계의 거장 타이틀을 얻는다. 세계적인 만화 시나리오 작가 뫼비우스와 공동집필한 이 작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대작'이란 찬사를 받는다. 밀교적인 신비주의와 판타지는 이후의 작품 ‘디오자망트의 열정' ‘라마블랑' ‘테크노 사제'에서도 흐른다.
♣ 책!
2002년 샘터사에서 펴낸 감독의 책 ‘행복한 바보상자 물라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는 수세기에 걸쳐 전해 내려오는 세계 73개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자유로운 성자 물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익살스럽기 그지없지만, 단단하고 단순한 지혜를 품고 있다. 일반 스테디셀러나 잠언집과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니 한번 읽어보시라.
박수진 학생리포터 treetalk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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