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해석이 되나요]그녀의 창가 앞에서
| 순수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의 뉴랜드와 엘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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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 일을 어쩔까요. 뉴랜드가 결국은 엘렌의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벤치에 앉아 그녀의 창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나요. 어쩌자고 아직도 열정을 지우지 못한 눈빛인가요. 뉴욕 상류층 아처가의 젊은이었던 그는, 약혼녀인 밍코트가의 메이와 함께 예정된 미래를 살고 있었습니다. 메이의 사촌이자 그의 소꿉친구였던 엘렌이 이혼 후 돌아오기 전까지 말이에요. 때가 1870년. 이혼이란 것이 타인에 의해 지금보다 더 큰 멍에가 됐던 시절이지요. 엘렌은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거침이 없었어요. 타인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웠지요. 가만히, 가만히 세상을 살던 아처는 그녀를 향한 어린 시절의 설렘이 다시 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설렘이 강한 열정으로 뒤바뀌는 것도요. 뉴랜드는 자신의 열정을 그냥 내버려둡니다. 이 좁디 좁은 사회의 무지하고 무식한 시선들, 가문을 둘러싼 무성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들 따위는 그를 막을 수 없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끝까지 달릴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비극에는 ‘하지만'이 있습니다. 그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열정만큼 강했던 자신의 타성과 관성을 버리지 못합니다. ‘어쩌면, 나의 열정은 한 낮 달콤한 꿈일지도 몰라. 이 잠이 길어지면 내 정신은 몽롱해지고, 깨어나고 싶어도 깨지 못할지 몰라. 어쩌면, 이 반대편 길에도 행복이 있을지 몰라. 그녀와 이별을 해도 나는 괜찮을지 몰라.' 그는 눈물 흘리며 수없이 자위를 했겠지요.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 안락한 생활에 등 돌리는 것,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없는 자신을 자괴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을 테니까요.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던가요? 차라리 가능했다면, 용기 없는 자에게도 행복이 허락될 수 있다면, 비극이 아니겠지요.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하물며 완벽하게 행복했다고 착각했던 어느 날도, 이루지 못한 사랑은 지독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미련보다 더한 것이 되어 그를 지켜봤을 겁니다. 차라리 그녀와 불행하지 그랬어요. 그녀의 손 놓는 대신 차라리 손가락질 받고, 그녀를 버리는 대신 차라리 가족에게 버림받지 그랬어요. 아직도 ‘어떤 삶이 더 고난했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때는 몰랐다'고 발뺌할 생각이세요. 사랑하는 것에 비하면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크디 큰 슬픔이자 비극이지요.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사랑할 수 있었는데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당신이 당신에게 부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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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진아 기자 yook@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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