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현대 철학 - 30개의 키워드로 현대 철학의 핵심을 읽는다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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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계보 중 현대 철학을 위주로 소개하면서도 그 핵심을 깊이 있게 정리한 책을 찾아보았는데, 독자의 요청에 따라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것처럼 안성맞춤이니 이보다 더 즐거운 독서가 있을까.

 

 이 책의 장점은 현대 주요 철학자의 사상을 30개의 키워드로 압축하고, 중심 사상을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내용을 쉽게 인식하도록 편집한 데 있다. 더구나 각각의 철학을 단순하게 정리하면서도 사상이 담고 있는 무게의 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대목은 에드문트 후설. 마네의 화풍과 현상학의 접점에 흥미를 가지고 읽은 까닭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코로나19가 보여주는 현 상황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될 수 있겠다 싶은 호기심도 몰입을 자극했다.

 

후설은 의식의 주체와 의식의 대상을 확연하게 구분하는 실증주의에 맞서 누구의 눈에든 똑같이 보이는 외부 대상은 없다고 보면서 외부의 대상은 언제나 본질의 일부만 의식에게 보여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외부의 대상을 열심히 관찰한다고 해서 객관적 진실을 얻는 것이 아니고 외부 대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관찰을 시도한 후 이를 의식안에서 종합하여 진실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가 의식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험을 경험이도록 하는 지향성을 인식하고, 의식에 의해 주어진 현상을 의식하며 주체와 대상을 파악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후설의 주장을 실체화하는 사례로 피카소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데, 2차원의 화폭에 3차원의 그림을 담기 위해서는 앞 모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에서의 관찰을 총체적으로 그려넣을 수 밖에 없고, 그러므로 기괴한 것 같지만, 그것이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라는 것이다.

 

후설의 틀로 현재 코로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비판하자면, 지나치게 의학적 관점에서의 대응이 두드러진다는 것. 바이러스는 실험실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도처에서 각자가 처한 환경과 맥락에서 마주하는 것인데, 의학적인 관찰과 판단으로만 코로나 현상을 진단할 수 있을까. 다양한 학문, 다양한 사람들이 관찰하고 경험한 코로나를 통해 하나의 총화된 그림을 그려나가고 다시 사회적 대안으로 투입하는 경로를 만들지 못하는 한계 속에서 후설은 포스트 코로나를 풀어갈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뮬레이션의 도입으로 가상 현실의 재현 체계를 비판한 보드리야르도 흥미롭다. 가상보다 더 실재같은 가상 현실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사용가치보다 기호가치를 선호하며 상징을 교환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은, 우리가 소비하는 정치, 경제에 대한 의식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한다. 민주주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재현 체계나 개념,  빠른 트렌드 변화 열풍의 민낯과 속살의 문제점을 엿보게 한다.

 

당연시되는 것을 의문시하라며 현대의 신화를 파헤친 바르트나 역사를 단층으로 나누어 구조적 변화를 개념화한 브로델, 물신화에 잠식된 이성의 한계와 출구를 고민한 아도르노도 눈길을 끈다.

 

쉽고 간단한 사례와 연결하여 각각의 개념을 정리하고, 철학과 사상의 한계와 시사점을 성실하게 정리해낸 저자에게 감사하다. 저저의 목적대로 현대 사상을 남김없이 파악할 수는 없어도 교통 안내서처럼 대강의 길눈을 얻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철학 혹은 사상을 사전식으로 공부하거나 핵심어로 요약해서 읽는다는 것은 사실 옳은 방법이 아니다. 어딘가 모르게 수험 공부를 다시 하는 것 같아 언짢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사상의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현대의 지적 흐름 속에서 각 사상의 좌표를 찾으려 한다는 점, 또한 이 얄팍한 책만으로는 현대사상의 총체를 온전히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독자는 아마 없으리라는 점으로 변명을 삼고자 한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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