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 슬로북 Slow Book 1
백민석 글.사진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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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국과 남아메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한 나라.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우리는 그곳에 가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아바나라고 하면 낯설수도 있겠다. 하바나라고 약간만 억양을 바꿔보면 감탄사를 짧게 내뱉으며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바로 그 하바나이다.

 

사회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시민들은 그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도 자유롭다. 그것은 이 책이 아닌 그 곳을 다녀온 누군가의 사진을 보아도 그렇다. 사람들의 표정은 저마다 자유롭게 느슨함에 취해있다. 더운 나라에서 느낄 수 있는 특수함이라고도 볼수 있겠지만 그곳의 느슨함은 동남아시아나 여타 다른 더운 나라의 것들과는 또 다른 자유로움이다.

 

책을 펼치자 마자 한 커플의 모습이 보인다. 약간은 수줍어 하는, 약간은 한발짝 물러서 있는 듯한, 그러면서도 약간의 당당함이 엿보이는 커플. 그들의 사랑은 숨김이 없고 누가 보아도 느낄 수 있을만큼 아름답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길 원했다. 이제부터 책속에 등장하는 '당신'은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 이다.

 

당신은 카메라를 하나 덜렁메고 쿠바 아바나를 다니고 있다. 짧게 왔다 가는 그러한 여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여행이다. 그렇다고 머물러 사는 것과는 또 다르다. 여행자라는 신분으로 거리 곳곳을 누비며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거주민들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사람이 어느 한 장소에 안착을 하고 오래동안 살아갈 때 눈여겨 보는 것과 여행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철저히 당신 여행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는 방법이다.

 

작가는 분명 쿠바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글을 썼다. 그러나 여타의 에세이와는 전혀 다르다. 물론 여행지를 소개해주지도 않는다.(자시닝 다녔던 곳의 지도를 뒤쪽에 첨부해두기는 했다.) 그저 어느 장소를 갔고 그곳에서 본 사람은 누구고 자연은 어땠고 어떤 것을 느꼈고 그것을 당신이라는 제3자에 투영시켜서 글을 쓴 셈이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방법이 살짝 낯설게 느껴지지만 직접 작가 자신이 되어 곳곳을 누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보다 더 색다르게 쿠바를 여행하는 법은 없는 법이다.

 

시간 순대로 배열되어 있지도 않다. 장소 순대로 배열되어 있지도 않다. 그저 모든 사진을 섞어 놓고 제비뽑기를 하듯이 하나씩 뽑아내어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들을 널어두는 방식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왠지 모르게 쿠바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그곳에서 살아간다면 평범한 사람들이고 평범한 하루일 뿐이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신기하고 재미나고 독특해보인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질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작가의 사진에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등장을 한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인식라고 하듯이 말이다.

 

당신은 가이드북에도 없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결코 알 수 없는 이 지역을 벌써 여러 차례 탐사했다. 차도 들어올 수  없는 길을 2킬로미터쯤 걸어서, 선창이 있는 비좁은 하구 위에 설치된 도개교를 건너면 열대우림과 아파트촌을 버무려 놓은 듯한 풍광의 마을이 나온다.

(256p)

어느 책에서도 볼 수 없는 장소. 단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는 장소. 작가는 그런 곳을 수십번 반복해서 다니면서 그곳에 대한 감성을 사진과 함께 잘 버무려 놓았다. 제일 앞장이 살짝 덜익은 사각거리는 형태의 깍두기 같은 느낌이라면 뒤로 갈수록 그 익음은 진해져서 마지막 장에 이를때쯤이면 진하게 익은 무우김치의 맛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시간이 날때마다 어딘가에 가는 것을 좋아하해서 주위의 나라들은 가 본 곳이 많다. 몇번씩 도시만 바꿔가면서 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쿠바는 그렇게 한번 갔다오자 하고 금세 떠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거리상으로 멀고 시간상으로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시간이 생긴다면 그들의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다녀오고 싶은 곳이다. 왠지 모르게 이 책을 가지고 떠난다면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단 쿠바 아바나의 자유로움을 좀 더 자세히 느끼게 되지 않을까. 당신, 바로 '당신'이 말이다.

<사진-작가정신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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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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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연일 내리고 있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일기 좋은 책이 등장했다. 프랑스 장르소설인 [눈의 살인]이다. 데뷔작으로 추리소설대상을 받을만큼 뛰어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배경마저도 추운 살을 에이는 날씨의 겨울이어서 더욱더 여름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여름에 하얀 눈과 시린 겨울바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돈 들지 않는 피서가 따로 없지 않은가.

 

목차프롤로그제1부 말을 사랑한 남자, 제2부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두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에서도 보듯이 1부에서는 말을 중심으로 한 사건이 펼쳐지고 2부에서는 치료감호소의 사건이 전개된다. 단 두 가지의 사건이지만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양다리를 걸친것 마냥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이 흥미롭게 볼 수 밖에 없는 두개의 사건.

 

누구도 쉽게 접근할수 없는 곳. 케이블카로만 출입할 수 있는 승강장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시체는 사람이 아닌 말이다. 천사처럼 보이게 만들어 두고 말의 머리를 자른 형태의 시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한 것일까. 말의 주인은 수력발전소의 주인이자 세계적인 기업가인 에릭이다. 그는 자신이 아끼던 말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분개하며 어떤 수단을 강행해서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진들을 조여온다.

 

2부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시건이 생긴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러 갔다가 만나게 된 시체 한구. 이번에는 말이 아닌 사람이다. 신원을 조사해보니 약사인 그는 전날밤 친구들과 함께 카드 놀이를 한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감은 한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약사를 비롯해서 친하게 지내던 다른 세명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말과 약사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친하게 지내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할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말을 죽이고 목을 자르고 전혀 눈에 띄지 않게 차에 싣고 떠날 수 있었을까? 무슨 방법을 동원했기에 경보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직원들의 잠을 깨우지 않고, 경비견들을 침묵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150p) 

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히어로 스타일은 아닌 셈이다. 모든 증거들이 다 갖추어져 있고 자신들만이 알수 있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짠 하고 해결된다며 풀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왜 이렇게 된거지? 누가 이렇게 만든거지?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하면서 말이다.

 

"크레도 쿠이아 압수르둠."

"라틴어군요. 무슨 뜻이죠?"

"나는 그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믿는다."

(214p) 

툭하면 내뱉는 라틴어 문장들은 왠지 모르게 크리스티 여사의 주인공 포와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번씩 프랑스 문장을 말하던 그의 시니컬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형사의 이미지에 덧붙여서 보여지는 듯한 모습이 든달까. 그러므로 인해서 너무 무기력한 형사의 모습을 보완하려는 면이 엿보인다.

 

사건 현장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유전자가 검출된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감호소라는 곳에 수감된 한 사람. 그의 유전자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요새에서 그는 정말로 빠져 나와서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르고 다시 돌아간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그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일까. 말과 약사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사건 모두 같은 사람이 저지른 것일까. 하나의 사건에 숨겨진 배후, 그 모든 사건들이 연이어 맞물림으로써 읽어가는 재미를 더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반드시 읽어주어야 할 단 하나의 소설임에 틀림없다.

-추리소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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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비밀 - 건강한 음식이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케빈 지아니 지음, 전미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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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맞는 운동은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는 단순한 움직임, 곧 걷기, 달리기, 점프다.

(138p)  

사람은 유한한 존재다. 언젠가는 끝이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그런 끝을 조금이라도 지연시켜 보려고 많은 노력들을 한다. 한번뿐이라는 그 인생이 너무 아쉽기 때문일까. 그 옛날 진시황도 절대 늙지 않고살아보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다지 않은가. 사람의 욕심은 자고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바다.

 

오래 살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건강'이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의 몸이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유기물로 구성된 인간의 몸은 무언가를 먹어주어야만 활동을 할 수가 있다. 물과 음식물이 없다면 사람은 저마다의 차이는 있겠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후 죽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차도 일반 휘발유와 고급휘발유로 나누어서 급유를 하는 마당에 사람이라고 아무거나 먹을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은 유기농에 쏠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것을 먹어보고자 조금 더 비용이 드는 것은 아까와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기농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것을 알고 그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시중에는 여전히 유기농 제품이 존재하고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고는 하나 맛이 없다면 그것을 먹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다. 꾸준히 계속해서 먹을수가 없다는 것이다. 맛있는 것은 몸에 좋지 않고 몸에 좋은 것은 맛이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바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편차는 직접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일단 자신이 직접 체험해 본 것이기에 믿을수는 있다. 어떻게 하면 안되겠다, 되겠다 하는 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도 알 수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는 우리가 평상시에 알고 있는 것들을 뒤집으면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 고기를 먹지 않는 비건식을 해왔지만 그것 또한 몸에 좋지 않았고 사람은 어느 정도를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을 했으며 채식만을 먹어보았지만 그것 또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너무 많이 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법이다.

 

설탕과 술, 커피, 소금 등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사항은 모조리 다 체험해본다. 그것이 이 저자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투브를 올리는 방법이다. 저자의 방법이 다 옳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읽을수록 더욱 공감되는 말들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또한 구태여 내가 직접 해보지 않아도 그가 해봤으니 인정을 하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아가야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저자 또한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을까.

 

커피에 관한 실험은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마시지 않았던 그였다.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마셔보기 시작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유투브에 올린다. 결론적으로 그는 커피에 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커피를 마신다고 해서 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결론을 내리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게 이것을 먹는 방법들도 제시하고 있다. 가령 인스턴트 커피와 디카페인 커피는 마시지 말고 습식가공원두를 쓰고 중앙아메리카산 커피를 마셔라와 같은 팁을 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현명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물단식에 관해서는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겠으나 그렇게 물만 먹으면서 평상시대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본문에서도 일을 많이 하지 말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을 휴가를 내어서 해보는 것이 좋겠다. 사람이 일상적으로 생활을 하는데는 영양소가 필요한 법이다.

 

저자는 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면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하라고 적어두었다. 아마도 실제로 행한 실험이나 기록같은 것을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실험해 봄으로 인해서 더욱 우리에게 가깝게 오는 식탁의 비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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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오미야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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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라는 말을 아는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 나이가 완전히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나이대의 연령의 사람들이라면 또래로 친해지기가 훨씬 더 쉽다. 에세이의 경우 작가가 여자고 나이대가 비슷하면 내 친구같은 또래같은 느낌이 들어서 훨씬 더 마음을 쉽게 열고 읽게 되는 듯 하다. 오미야 에리도 그러하고 마스다 미리도 그러하다.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싱글의, 일을 하고 있은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와 독자인 셈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또래 친구가 된다.

 

오미야 에리. 그녀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딱 정해서 묘사하기란 불가능 하다. 워낙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작가이며 연출가이며 감독이기까지 한 그녀는 종횡무진 자신의 영역을 한정짓지 않고 날아다닌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방미인이라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아래 완벽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불가능한 법이다. 그녀는 일 외에 자신의 삶이라는 분야에서는 영 칠칠치 못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지갑없이 택시를 타는 것은 당연지사요 술에 취해서 자신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만큼 지극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보여주기도 여러번이다. 이만하면 이해되지 않는가? 그녀의 캐릭터가 말이다. 완벽녀와 칠칠녀의 이중성을 모두 다 겸비하고 있는 여자, 그녀가 바로 에리짱이다.

 

첫번째 에피소드 '기억이 없다'를 읽는 순간 예전에 읽었던 카툰이 생각났다. [알콜중독 원더랜드]. 만슈기쓰코라는 작가의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였는데 그 작가 또한 술버릇이 굉장했다지. 알콜의존도도 높아서 중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결국 경악할만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그녀에 비해서 우리의 에리짱은 그정도까지는 아닌 걸로 짐작할 수 있겠다.

 

그저 눈을 떠보니 자신이 여기에 어떻게 와 았는지 모르는 정도랄까. 또는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이 현관에 있는 자신의 신발이랄까. 때로는 와인 한 잔에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그녀가 하는 주사라는 게 사뭇 귀엽기까지 하다.

 

담배도 못 피우는 그녀가 담배를 물고는 코에다 불을 붙이면서 '뜨거워,뜨거워!'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작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수는 없으나 조금 체구가 작고 오종종하게 생겼다면 틀림없이 그 모습은 귀엽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등치가 산만한 여자가 그런다면야 주위에서도 그렇게 봐주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를 외쳐도 일은 잘만하지 않는가. 물론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도 주위에서 좋아해주니 이제는 조금은 자제할 필요성이 있기는 할테지만.

 

그녀가 매번 그렇게 술만 마셔대는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단식을 하게 되는 체험이라던지 자신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을 기록한 글이라던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가감없이 날 것 그대로 떡하니 내어 놓았다. 누가 보면 조금은 창피할까 싶은 이야기도 그럴듯 하게 포장하기보다는 '난 이런 사람이야!' 하면서 드러내어 놓기에 오히려 더 그녀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

 

왠지 모르게 '나 에리짱하고 친구하고 싶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재미날 것 같지 않은가. 술 마시고 취하면 데려다 주어야 하고 돈 없으면 지갑 들고 달려나가야 하고 이런 일이 많아지면 피곤하할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활력소가 되어 주는 그녀에게 그정도 쯤이야 하고 이해해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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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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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민항기가 격추되고 국민이 살해당했으면 앞뒤 돌아보지 말고 나가 싸워야지 국기만 태우고 있으면 되는 거요? (116p)

이 세상에 어떤 존재라도 '예언'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예언이 반드시 100% 정확하게 들어맞으리라고 장담은 할 수 없다. 예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조사와 수치에 의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예측은 빗나갈 때도 있고 과거의 수치가 딱 맞지 않을수도 있고 변수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이 신을 받아서 앞일을 알 수 있다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예언조차도 과거의 일은  비교적 정확하게 맞히는 반면 미래의 일은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런 것이 예언일진대 이 책의 제목을 [예언]이라고 굳이 정해놓은 것은 아마도 작가가 우리의 통일에 대한 자신의 예언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형이 조금 더 살면 바로 통일이 오는데 불행히도.....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하게 됐어!"  

"네?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네까?"

"2025년!" (376p) 

작가가 언급한대로 김일성이 살아 있었다면 우리의 통일은 좀더 빨랐을까? 그가 죽었기 때문에 그의 독재는 아들을 타고 전해 내려왔고 그랬기 때문에 통일이 더 늦어지고 있는 것일까. 2025년에는 통일이 이루어질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통일을 직접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테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현실이다. 예전에 비해서 테러는 빈도수가 잦아졌고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정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 같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테러의 현장속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는 비행기테러가 가끔 나온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하나의 공간. 테러리스트들은 비행기 하나를 통째로 인질로 잡아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고 조른다. 그런 유형의 테러일줄로만 알았다. 이 이야기의 흐름이. 테러보다는 미국과 소련 즉 지금의 러시아간의 정치와 이해와 경쟁이 팽팽하게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가가 희생된 것을 알 수가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었던가. 허구의 상황이라 생각해도, 현실의 상황이라 생각해도 어지간히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국적기가 소련의 땅에 들어갔다 해서 적국기로 오인을 받아서 격추당하다니 민간인들만 타고 있는 민항기가 전시상황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허무하게 공격을 받아서 추락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작은 비행기도 아니고 승객들이 수백명 타고 있는 그런 비행기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처방안은 어떠했는가. 그렇게 많은 자국민들의 희생을 내고도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고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아니 그보다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속에서 작가는 '지민'이라는 단 한명의 개인을 이 상황에 투입시켜서 그가 모든것을 해결하게 만들었다. 어렸을 때 헤어져야만 했던 동생. 입양 보내야만 했던 동생. 그 동생을 만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디고 참고 살아왔건만 남매가 이제 막 상봉을 하려는 찰나에 동생은 허무하게 비행기 격추로 목숨을 잃고 만다.

 

오빠는 동생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지만 대체 누구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말일까. 시위대에 참여도 하고 직접 나서도 보지만 이 사회에서 개인의 존재는 미미할 뿐이다. 단지 동생을 보고 싶어했던 한 오빠의 처절한 사투가 담긴 이 [예언]은 강대국간의 권력대결과 힘의 다툼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 사이에 끼인 약소국들의 운명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지민을 도와주는 인물로 중반부에서 처음 등장하는 '문'의 존재는 실제로 존재했던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의 지도자이면서 할 말을 제대로 하는 그. 이름도 제대로 언급이 되지 않고 단지 '문'이라는 '성'으로 불리고 있는 그지만 묘하게 딱 누구다 라는 느낌이 든다. 나는 과연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

 

소련에서는 모든 국민들이 부품에 불과해요.

어떤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더군요.(2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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