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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심각함도 가볍게 만드는 도쿄 싱글녀의 유쾌한 사생활
오미야 에리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7월
평점 :
또래라는 말을 아는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 나이가 완전히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나이대의 연령의 사람들이라면 또래로 친해지기가 훨씬 더 쉽다. 에세이의 경우 작가가 여자고 나이대가 비슷하면 내 친구같은 또래같은 느낌이 들어서 훨씬 더 마음을 쉽게 열고 읽게 되는 듯 하다. 오미야 에리도 그러하고 마스다 미리도 그러하다.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는 싱글의, 일을 하고 있은 여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작가와 독자인 셈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또래 친구가 된다.
오미야 에리. 그녀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딱 정해서 묘사하기란 불가능 하다. 워낙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작가이며 연출가이며 감독이기까지 한 그녀는 종횡무진 자신의 영역을 한정짓지 않고 날아다닌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팔방미인이라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아래 완벽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모든 것을 다 잘하기는 불가능한 법이다. 그녀는 일 외에 자신의 삶이라는 분야에서는 영 칠칠치 못한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지갑없이 택시를 타는 것은 당연지사요 술에 취해서 자신이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만큼 지극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보여주기도 여러번이다. 이만하면 이해되지 않는가? 그녀의 캐릭터가 말이다. 완벽녀와 칠칠녀의 이중성을 모두 다 겸비하고 있는 여자, 그녀가 바로 에리짱이다.
첫번째 에피소드 '기억이 없다'를 읽는 순간 예전에 읽었던 카툰이 생각났다. [알콜중독 원더랜드]. 만슈기쓰코라는 작가의 에피소드를 그린 이야기였는데 그 작가 또한 술버릇이 굉장했다지. 알콜의존도도 높아서 중독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결국 경악할만한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그녀에 비해서 우리의 에리짱은 그정도까지는 아닌 걸로 짐작할 수 있겠다.
그저 눈을 떠보니 자신이 여기에 어떻게 와 았는지 모르는 정도랄까. 또는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이 현관에 있는 자신의 신발이랄까. 때로는 와인 한 잔에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그녀가 술을 마시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그녀가 하는 주사라는 게 사뭇 귀엽기까지 하다.
담배도 못 피우는 그녀가 담배를 물고는 코에다 불을 붙이면서 '뜨거워,뜨거워!'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작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수는 없으나 조금 체구가 작고 오종종하게 생겼다면 틀림없이 그 모습은 귀엽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등치가 산만한 여자가 그런다면야 주위에서도 그렇게 봐주지 못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를 외쳐도 일은 잘만하지 않는가. 물론 술에 취하지 않은 모습도 주위에서 좋아해주니 이제는 조금은 자제할 필요성이 있기는 할테지만.
그녀가 매번 그렇게 술만 마셔대는 이야기만 나오지는 않는다. 친구들과 함께 단식을 하게 되는 체험이라던지 자신이 운전면허를 따는 것을 기록한 글이라던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가감없이 날 것 그대로 떡하니 내어 놓았다. 누가 보면 조금은 창피할까 싶은 이야기도 그럴듯 하게 포장하기보다는 '난 이런 사람이야!' 하면서 드러내어 놓기에 오히려 더 그녀답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
왠지 모르게 '나 에리짱하고 친구하고 싶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친구 하나 있으면 재미날 것 같지 않은가. 술 마시고 취하면 데려다 주어야 하고 돈 없으면 지갑 들고 달려나가야 하고 이런 일이 많아지면 피곤하할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활력소가 되어 주는 그녀에게 그정도 쯤이야 하고 이해해줄수 있을지도 모른다.
*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http://post.naver.com/isamt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