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살인 1
베르나르 미니에 지음, 윤진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폭염경보가 연일 내리고 있는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일기 좋은 책이 등장했다. 프랑스 장르소설인 [눈의 살인]이다. 데뷔작으로 추리소설대상을 받을만큼 뛰어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배경마저도 추운 살을 에이는 날씨의 겨울이어서 더욱더 여름에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여름에 하얀 눈과 시린 겨울바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야말로 돈 들지 않는 피서가 따로 없지 않은가.

 

목차프롤로그제1부 말을 사랑한 남자, 제2부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두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에서도 보듯이 1부에서는 말을 중심으로 한 사건이 펼쳐지고 2부에서는 치료감호소의 사건이 전개된다. 단 두 가지의 사건이지만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양다리를 걸친것 마냥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이 흥미롭게 볼 수 밖에 없는 두개의 사건.

 

누구도 쉽게 접근할수 없는 곳. 케이블카로만 출입할 수 있는 승강장에서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시체는 사람이 아닌 말이다. 천사처럼 보이게 만들어 두고 말의 머리를 자른 형태의 시체.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한 것일까. 말의 주인은 수력발전소의 주인이자 세계적인 기업가인 에릭이다. 그는 자신이 아끼던 말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해 분개하며 어떤 수단을 강행해서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진들을 조여온다.

 

2부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시건이 생긴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러 갔다가 만나게 된 시체 한구. 이번에는 말이 아닌 사람이다. 신원을 조사해보니 약사인 그는 전날밤 친구들과 함께 카드 놀이를 한 후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감은 한장의 사진을 발견하고 약사를 비롯해서 친하게 지내던 다른 세명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비슷한 수법으로 저질러진 말과 약사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친하게 지내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할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수로 말을 죽이고 목을 자르고 전혀 눈에 띄지 않게 차에 싣고 떠날 수 있었을까? 무슨 방법을 동원했기에 경보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직원들의 잠을 깨우지 않고, 경비견들을 침묵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150p) 

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히어로 스타일은 아닌 셈이다. 모든 증거들이 다 갖추어져 있고 자신들만이 알수 있는 방법으로 이렇게 하면 짠 하고 해결된다며 풀어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왜 이렇게 된거지? 누가 이렇게 만든거지?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하면서 말이다.

 

"크레도 쿠이아 압수르둠."

"라틴어군요. 무슨 뜻이죠?"

"나는 그것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믿는다."

(214p) 

툭하면 내뱉는 라틴어 문장들은 왠지 모르게 크리스티 여사의 주인공 포와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번씩 프랑스 문장을 말하던 그의 시니컬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형사의 이미지에 덧붙여서 보여지는 듯한 모습이 든달까. 그러므로 인해서 너무 무기력한 형사의 모습을 보완하려는 면이 엿보인다.

 

사건 현장에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유전자가 검출된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제정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감호소라는 곳에 수감된 한 사람. 그의 유전자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요새에서 그는 정말로 빠져 나와서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르고 다시 돌아간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과연 어떤 방법으로 그는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일까. 말과 약사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사건 모두 같은 사람이 저지른 것일까. 하나의 사건에 숨겨진 배후, 그 모든 사건들이 연이어 맞물림으로써 읽어가는 재미를 더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반드시 읽어주어야 할 단 하나의 소설임에 틀림없다.

-추리소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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