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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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연쇄살인범들은 스스로 비정상적인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 속에서 사람은 비인격화되어 하나의 사물로 바뀌게 된다. 사람이 사물로 바뀌는 시점, 바로 그것이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인 것이다.(210p)

헤드헌터들은 머리, 즉 사람 인재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반해 '마인드헌터'란 사람의 마음을 찾으려는 사람쯤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본문에서는 프로파일러를 칭하는 명사로 대신되기도 한다.

한때 <CSI>가 유행이었을 때 증거지상주의가 휩쓸었었다. 물론 드라마대로 모든것이 한번에 딱 맞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든 범죄에는 증거가 남기 마련이고 그 증거를 잡아서 범인에게 가져다대면 그야말로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사건종결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도 완벽한 증거였다. 범인이또는 그 하수인들이  마음먹고 제대로 된 증거를 심어 놓으면 증거원칙주의에 의해서 정말 하등 상관없는 이노센트한 사람이 아무 죄도 없이 잡혀가게 되는 것이다. 잘못하면 옥살이요 그보다 심하면 엄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다.

또 하나의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있다. 과학수사와는 다르게 프로파일에 집중해서 범인을 잡아들이는 것이다. 약간 박진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팀으로 이루어져서 프로파일에 의해서 머리로 생각하고 범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 인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의 재미는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그 드라마의 가장 수장인 기디언의 모델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존 더글러스이다. 저자는 실제로 FBI행동요원을 지냈으며 프로파일러로 근무를 했었고 여러 강연을 했었다. 프로파일러들의 가장 초창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더욱 힘도 들었을 것이고 오류가 생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프로파일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위로를 삼아본다.

등산중이던 여성들을 10명이상 무차별적으로 살인한 데이비드 카펜터, 어린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었던 웨인 윌리엄스, 매춘부들을 17명 이상 사냥하듯 쏘아죽인 로버트 핸슨 등 주로 연쇄살인사건에서 프로파일러들은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벌어지고 증거를 중심으로 용의자를 선별해 가려고 하지만 종내는 아무런 적확한 증거가 드러나서 범인으로 규결할 수 없는 경우 그들이 등장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슨 점쟁이거나 마술사는 아니다. 사건현장을 보고 또는 그들이 가져온 케이스나 사진을 보고 범인은 어느 나이대의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떤 인종일 것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을 보면 이런 점쟁이가 따로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철저히 사건을 보고 그것을 심리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그런 말을 할수 있는 것이다. 범죄의 성격에서 범인의 성격을 파악해 내는 것이다.

훌륭한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폭넓은 증거와 자료를 섭렵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창의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263p)

순전히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보는 것도 안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 양쪽에 다 서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추리를 해야만 그가 어떤 다음 행동을 벌일지도 예측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머리를 쓰는 직업이며 스트레스를 요하는 직업이 아닐수 없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곗연속적으로 그런 일을 하다보면 심신이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일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의 정신안정을 위해 아무것도 생가하지 않는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할 듯도 싶다.

한국에서는 가끔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를 '심신미약'이라는 이상한 법적근거를 들어서 형량이 보다 약하게 결론이 나는 경우를 본다. 도대체가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니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들은 그러면 그냥 봐줘도 된다는 소리인가. 그들이 원해서 술을 마셨고 그로 인해 벌어진 범죄인데 그것을 감형하는 조건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정신이상을 내세우면서 감형을 하거나 조금 더 편한 감옥생활을 하려는 경우를 본다.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정신과의사들이다. 그들 또한 전문가들이지만 그저 단순히 몇개의 서류만 보고 그들이 정상이다 아니다를 판가름 하면 안될 것 같다. 그것은 비단 그들이 형기보다 더 일찍 사회로 돌아오려고 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그들이 저지른 사건을 보지도 않은 채 그들의 지금 현재 감옥생활만 확인하고 모범수로 보는 것이다.

그들이 절대 제정신일리 없다. 사회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는 그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생 그들을 병원에 두어야 할 것이냐고 물어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규정을 지을수는 없지만 제정신이 아닌 그들을 내보낼 때는 그들의 범죄사실까지 모조리 다 확인하고 보다 더 철저한 조사 아래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들이 등장을 하면서 범죄도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고 있다. 프로파일링이 발달할수록 범죄도 발달한다. 교묘한 범죄로 인해서 그들을 잡아야 하는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의 고단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저자가 표현한 '괴룡'이 여전히 건재할수도 있다. 끝까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가 본문에 언급한 잡히지 않았던 사람들도 결국 잡혔다고 주에 적혀져 있다. 범인은 언젠가는 잡힐 것이다. 그들이 비록 착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말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러한 날이 된다면 살인이라는 일은 더이상 행해지지 않을까. 인간을 인갑답게 보았으면 좋겠다. 이시간에도 전쟁을 비롯한 각종 테러, 무차별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같은 인간들끼리 그래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반적으로 말해, 살인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얻어내려면, 결정적인 법의학적 증거, 목격자의 증언이나 자백, 강력한 정황증거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범죄 분석과 시그너처 분석이라는 또 다른 행동과학적 프로파일링이 마련되었으므로, 경찰의 화살통에 화살촉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3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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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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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놓인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하나의 생명이야. 칼은 그들의 생명을 끊는 도구가 아니라 그들을 굴복시키는 도구야. 칼을 다룰 때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재료들은 접시에 오르는 순간까지 말썽을 부리잖아. 칼은 등을 보여서도 안 돼. 칼날로 재료를 지그시 눌러가면서 놈들의 눈을 제압해. 숨통을 단박에 끊어 놓을 듯 위협하면서 동시에 재료 고유의 빛깔과 싱싱함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해.(98p)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그만큼 글의 중요성을 나타낸, 글의 힘을 보여주는 문장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는 아마도 혀의 힘, 말이 아닌 맛의 힘을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전쟁터의 요리사들]에서 익히 보지 않았는가. 전쟁이 나도 전쟁에 참여하는 군대의 대원들도 먹어야 산다는 것을. 먹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만큼 음식은 인간에게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기체들에게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과 한국.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의 이야기. 당연히 한국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간헐적으로 모여서 독립운동을 하는 처지. 중국 또한 일본의 지배아래서 일본군인들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시기였다. 장소는 만주. 본국에서 어떤 지시를 내려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모인 한.중.일 삼자대면을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까.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령군 모리. 그는 잡혀온 중국인 요리사에게 단 1분의 시간을 주며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요리를 만들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죽은 목숨인것. 그는 무슨 수로 단 1분안에 사람의 혀를 만족시킬만한 요리를 만들어 낼까. 15분내로 요리를 만들어서 냉장고 주인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 프로그램이 있다. 그시간도 짧다고 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금새 흘러가는 1분동안 첸은 어떤 요리를 만들어낼까.

모리와 첸 사이에 낀인 조선여자 길순. 그녀는 첸의 집에서 살았지만 나중에는 모리의 여자가 된다. 그녀가 맡은 임무란 어떤 것일까. 진정으로 그녀가 원하는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독립운동을 하는 오빠의 허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길순은 모리와 첸 사이에서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첸이 만들어 내는 음식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음식들이 많다. 주위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그런 음식들이기에 더욱 궁금해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먹어왔던 음식들이라면 그 맛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는 그런 음식들보다도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는 음식들이 존재한다. 첸이 만든 음식. 그리고 그 음식에 만족했던 모리. 아니 그는 만족한 것일까 아니면 진정으로 만족하는 척만 했던 것일까.

첸이 가까스로 살아남은 후 그가 요구했던 것은 단 하나. 도마였다. 그의 아버지가 썼던 도마. 그의 집에 있었던 도마. 그는 그 도마를 원했다. 요리사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칼인줄 알았더니 도마 또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요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 칼과 도마. 그리고 재료들로 첸은 또 어떤 음식을 만들어 낼까.

 

그가 만들었던 문어죽이 먹고싶다. 감기 걸려 목이 아프고 머리가 징하게 울리는 지금 그가 만든 진한 문어죽 한그릇이라면 잃어버린 입맛까지도 살려줄 수 있지 않을까.

밥알 사이로 드문드문 붉은빛이 도는 문어 조각들과 부추로 보이는 야채, 당근 조각 등이 뒤섞여 있었어. 물과 재료들이 적당히 혼합된 가운데 그릇 중앙에 살짝 뿌려놓은 김 가루까지, 시각적으로는 완벽한 문어죽이었어.(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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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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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무살 아무것도 모를때 그를 만났다.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학교생활 전반부에 걸쳐서 도움을 받았다. 평생 먹고 살 직장을 준비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직접 학원까지 알아봐주면서 공부를 시켜주었다. 그래서 좋은 직업을 얻었다.

이 정도면 그에게 욕을 하기는 커녕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는 전제조건을 달아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처음에야 멋도 모르고 권해주는 대로 했다치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를 알아가면서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지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대로 했다는 것은 단지 자신의 주체의식이 없는 한 사람의 핑계거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 주어진 모든 것을 엄마가 권했다고 해보자. 당사자는 마마보이나 마마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저 모든 것을 상담사가 했다고 생각해보자. 저 상담사는 한사람의 인생을 아주 잘 이끌어주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단, 이라면서 주어진 조건이 제대로 작동되었을 때의 일이다.

'현남오빠에게'라고 시작하는 한통의 편지는 한 여자가 서른 평생동안 한 남자를 십년동안 만나오면서 자신이 어떤 취급을 당했는가가 구구절절이 적혀져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살지 못했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친구도 만나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까지도 강요당했다고 반박을 하며 이제 너 맘대로 길들여놓은 여자는 되지 않겠노라고 하며 마지막은 욕으로 끝내고 있다.

작가후기는 이 남자가 스토킹을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한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리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적어도 그 남자 '현남오빠'라는 사람이 행한 행동으로는 적어도 거기까지 미친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페미니스트도 반페미니스트도 아닌 지극히 그냥 개인적인 의견을 적을 뿐이다.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안 읽었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82년생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비단 나이와는 상관없이 일반적인 사람 아니 여자가 살아가는 유형과 별 상관없이 살고있는 나였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읽지 않았던 것이다. 공감은 커녕 그네들과 비슷하게 살고 싶었어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나였기에 더욱 괴리감이 들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수 없는 문제다.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아예 못을 박아서 나온 책이다. 그만큼 여성 작가들의 눈을 빌어서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을 주이공으로 삼아서 쓴 내용들이 가득하다. 첫작품이 워낙 강렬하게 눈에 박혀서일까 다른 작품들 역시도 비슷비슷하게 읽혔다. 간혹 추리소설적인 기법을 따르거나 판타지적인 기법을 따른 소설들도 읽어서 읽는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았다.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굳이 페미니즘소서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그냥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주는 글들이었다.

페미니즘. 사전적 정의로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라고 한다.(네이버검색) 오래전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권위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들은 남자에게 속한 것으로 인식될 때도 많았다. 세계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많았기에 이런 페미니즘적인 경향이 두드러지는 여러가지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는 여자가 제대로 된 인격체로 대우을 받지 못하고 잔혹하게 살해당하거나 박해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된다. 이 세상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누군가 다른 인격체에게 종속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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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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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고 다니면 있어 보이고 읽으면 격하게 공감할 한 권의 책.

 

오늘의 나

나의 인생이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중재할 뿐인 '오늘의 나'의 반복.(34p)

 

'유병재'라는 사람을 처음 봤던 것이 아마도 무한도전이었을 게다. 자주보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모처럼 시간이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했었을게다. 무한도전 멤버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가 있었던 에피소드였었는데 배우도 가수도 개그맨도 있건만 유병재라는 이름은 낯설었고 더군다나 이 사람이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도 궁금했다. 약간은 웃기지만 덜 알려진 개그맨 정도로 인식이 되었달까.

그러다가 이 사람이 YG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들었다. 응? 그 유명한 기획사? 아이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라는 생각과 함께 이 유병재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궁금함이 들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길래 그렇게 유명한 기획사와 손을 잡은거지? 연줄이 있는건가. 이미 대중들이 많이 알게 된 유병재라는 이름이지만 아직도 내게는 이 사람이 딱 무슨 일을 한다고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코미디 작가인가, 개그맨인가, 방송인인가.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작가가 맞았나보다. 이번이 그의 첫 책이라고 한다. 파릇함신선함이 살아있을 것만 같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그 느낌 그대로다. 팔딱거리는 생동감이 전면부에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질히 돌려말하면서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장되이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때 유행했던 말로 낄깔빠빠라고 했던가. 적당할때 치고 들어와서 끼어들면서 적당할 때 교묘하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묘하다. 기획사에서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작가는 4장으로 구성된 자신의 책을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웃픈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1장 블랙코미디를 시작으로 인스타에 올리라고 아예 대놓고 보여주는 4장 인스타 인증샷용 페이지까지 요즘 시대적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적절히 늘어놓고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다 비슷한 면을 담고 있는지라 참신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 하더라도 색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구태의연하지도 않은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시커멓게 보이는 배경 속에서 하얗게 돋아나는 빛 한줄기 같은 그런 재미남. 웃을 일 없는 세상에 대고 가느다란 희망이라고 주고 있는 듯이 보인달까. 결코 길지 않은 이야기들로 인해서 긴호흡으로 읽을 필요도 없다. 화장실에 두고 읽어도 좋다. 한꼭지씩 읽을 때마다 그저 한번 피식 웃어주면 된다. 눈물 빠지게 웃기지는 않아도 잔잔하게 미소를 지을수는 있고 격하게 공감할 수도 있다.

책 읽는 독자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일단은 도서정가제라는 것이 폐지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전에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읽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활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블랙코미디다.

남들처럼 좀 있어보이게 책 좀 들고 다니고 싶지만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닌다면 또 부담없이 권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올블랙으로 폼나보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 재미나게 고개 끄덕이며 읽을 책. 책 표지를 벗겨서 작가의 얼굴 부분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는 직접 확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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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즌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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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한 속에 작가의 우직함과 뚝심이 눈에 보인다.

 

리는 한낱 수렵감시관에 불과해. 내장과 깃털만 신경 쓰면 되는 거야. 우리가 무슨 형사인 줄 알아? 사람들은 우리르 산짐승이나 관리하는 하급공무원 정도로만 여겨. 제발 본 레이저 되지 말아줘. (152p)

사이렌이 울리고 경고방송을 한다. 몇번의 경고방송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법을 위반한 댓가를 치뤄야만 한다. 흔히 말하는 '딱지'를  끊으려고 할 때쯤 주인은 나타나서 화를 내기도 하고 을러대기도 하며 애걸복걸하기도 한다. 그럴 것 같으면 애시당초 처음부터 금지라고 한 장소에는 두지를 말았어야 한다.

멀쩡하게 지정된 장소가 있는데 그곳에 두지 않고 자신이 편한대로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서는 나중에야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자기 한 사람 봐준다고 무슨 큰일이 나느냐고 그러는데 말이 한사람이지 그 사람을 보고 너도나도 같은 자리에 줄지어서 세운다면 그곳은 일대 혼란이 오기 쉽상이다. 법으로 지정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픈시즌. 법으로 정해진 사냥시즌. 그 시즌을 제외하고 사냥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냥에 나선 용감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감시하고 범칙금을 발부하는 것이 수렵감시관 조 피킷의 일이다. 고기가 필요했다고 이야기해보지만 지금이 원시시대도 아니고 고기가 필요하면 직접 가서 살 일이다.

오픈시즌에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마다 정해져 있는 숫자 이외의 사냥은 금지다. 너도나도 다 분별없이 잡아버리다면 동물들은 곧 흔적도 없이 멸종되고 말아버릴 것이다.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아야할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욕심에 눈이 뒤집힌 '사람'이라는 종족은 법으로 규정해 놓는다 해도 편법을 자행하는 등 제대로 지키지를 않는다.

어린 시절 보았던 잡지속의 광고를 보고 수렵감시관의 꿈을 키웠던 조 피킷은 아이 둘과 아내와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곧 세번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삶이 바뀔만한 사건이 터진다.

딸아이가 보았다는 괴물. 항상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내는 아이여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괴물이 자신들의 집 뒤로 들어왔다는 소리에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순간 아이는 괴물이 아니라 '남자'라고 뚜렷이 말한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이며 왜 괴물같은 존재로 아이에게 인식이 된 것일까.

숲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수렵감시관이 주인공인 스릴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처럼 화려하거나 스케일이 크거나 거창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을 배제한 담백함이 두드러진다. 시간의 도입부부터 차분히 밟아가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차분함 속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잠잠함 속에서 터지는 한 방은 움찍거리게 만든다.

화려한 조명속에서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숲속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많은 폭력속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자칫 심심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를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지금의 세계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사람의 삶이 녹아 들어있다. 고요함 속에서 치고 들어오는 한방이 무서운 법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꿈꿔오고 열정을 가졌던 그 열망이 고스란히 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다. 작가의 뚝심과 우직함이 돋보이는 오픈 시즌. 다음 조피킷 시리즈를 당연히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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