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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이처럼 연쇄살인범들은 스스로 비정상적인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 속에서 사람은 비인격화되어 하나의 사물로 바뀌게 된다. 사람이 사물로 바뀌는 시점, 바로 그것이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인 것이다.(210p)
헤드헌터들은 머리, 즉 사람 인재들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반해 '마인드헌터'란 사람의 마음을 찾으려는 사람쯤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본문에서는 프로파일러를 칭하는 명사로 대신되기도 한다.
한때 <CSI>가 유행이었을 때 증거지상주의가 휩쓸었었다. 물론 드라마대로 모든것이 한번에 딱 맞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든 범죄에는 증거가 남기 마련이고 그 증거를 잡아서 범인에게 가져다대면 그야말로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사건종결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너무나도 완벽한 증거였다. 범인이또는 그 하수인들이 마음먹고 제대로 된 증거를 심어 놓으면 증거원칙주의에 의해서 정말 하등 상관없는 이노센트한 사람이 아무 죄도 없이 잡혀가게 되는 것이다. 잘못하면 옥살이요 그보다 심하면 엄한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일이다.
또 하나의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가 있다. 과학수사와는 다르게 프로파일에 집중해서 범인을 잡아들이는 것이다. 약간 박진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팀으로 이루어져서 프로파일에 의해서 머리로 생각하고 범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장치를 마련함으로 인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의 재미는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그 드라마의 가장 수장인 기디언의 모델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존 더글러스이다. 저자는 실제로 FBI행동요원을 지냈으며 프로파일러로 근무를 했었고 여러 강연을 했었다. 프로파일러들의 가장 초창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더욱 힘도 들었을 것이고 오류가 생기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프로파일러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위로를 삼아본다.
등산중이던 여성들을 10명이상 무차별적으로 살인한 데이비드 카펜터, 어린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었던 웨인 윌리엄스, 매춘부들을 17명 이상 사냥하듯 쏘아죽인 로버트 핸슨 등 주로 연쇄살인사건에서 프로파일러들은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벌어지고 증거를 중심으로 용의자를 선별해 가려고 하지만 종내는 아무런 적확한 증거가 드러나서 범인으로 규결할 수 없는 경우 그들이 등장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슨 점쟁이거나 마술사는 아니다. 사건현장을 보고 또는 그들이 가져온 케이스나 사진을 보고 범인은 어느 나이대의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할 것이고 어떤 인종일 것이고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을 보면 이런 점쟁이가 따로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은 철저히 사건을 보고 그것을 심리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그런 말을 할수 있는 것이다. 범죄의 성격에서 범인의 성격을 파악해 내는 것이다.
훌륭한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폭넓은 증거와 자료를 섭렵하고 평가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창의적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263p)
순전히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보는 것도 안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 양쪽에 다 서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추리를 해야만 그가 어떤 다음 행동을 벌일지도 예측해 갈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머리를 쓰는 직업이며 스트레스를 요하는 직업이 아닐수 없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곗연속적으로 그런 일을 하다보면 심신이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일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의 정신안정을 위해 아무것도 생가하지 않는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할 듯도 싶다.
한국에서는 가끔 술을 마시고 저지른 범죄를 '심신미약'이라는 이상한 법적근거를 들어서 형량이 보다 약하게 결론이 나는 경우를 본다. 도대체가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술을 마셔서 제정신이 아니었다니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들은 그러면 그냥 봐줘도 된다는 소리인가. 그들이 원해서 술을 마셨고 그로 인해 벌어진 범죄인데 그것을 감형하는 조건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정신이상을 내세우면서 감형을 하거나 조금 더 편한 감옥생활을 하려는 경우를 본다.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정신과의사들이다. 그들 또한 전문가들이지만 그저 단순히 몇개의 서류만 보고 그들이 정상이다 아니다를 판가름 하면 안될 것 같다. 그것은 비단 그들이 형기보다 더 일찍 사회로 돌아오려고 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된다. 그들이 저지른 사건을 보지도 않은 채 그들의 지금 현재 감옥생활만 확인하고 모범수로 보는 것이다.
그들이 절대 제정신일리 없다. 사회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언제 또 돌변할지 모르는 그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평생 그들을 병원에 두어야 할 것이냐고 물어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규정을 지을수는 없지만 제정신이 아닌 그들을 내보낼 때는 그들의 범죄사실까지 모조리 다 확인하고 보다 더 철저한 조사 아래 내보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들이 등장을 하면서 범죄도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고 있다. 프로파일링이 발달할수록 범죄도 발달한다. 교묘한 범죄로 인해서 그들을 잡아야 하는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의 고단함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저자가 표현한 '괴룡'이 여전히 건재할수도 있다. 끝까지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저자가 본문에 언급한 잡히지 않았던 사람들도 결국 잡혔다고 주에 적혀져 있다. 범인은 언젠가는 잡힐 것이다. 그들이 비록 착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말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러한 날이 된다면 살인이라는 일은 더이상 행해지지 않을까. 인간을 인갑답게 보았으면 좋겠다. 이시간에도 전쟁을 비롯한 각종 테러, 무차별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같은 인간들끼리 그래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반적으로 말해, 살인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얻어내려면, 결정적인 법의학적 증거, 목격자의 증언이나 자백, 강력한 정황증거 등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 범죄 분석과 시그너처 분석이라는 또 다른 행동과학적 프로파일링이 마련되었으므로, 경찰의 화살통에 화살촉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39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