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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즌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평점 :
- 담백한 속에 작가의 우직함과 뚝심이 눈에 보인다.
우리는 한낱 수렵감시관에 불과해. 내장과 깃털만 신경 쓰면 되는 거야. 우리가 무슨 형사인 줄 알아? 사람들은 우리르 산짐승이나 관리하는 하급공무원 정도로만 여겨. 제발 본 레이저 되지 말아줘. (152p)
사이렌이 울리고 경고방송을 한다. 몇번의 경고방송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법을 위반한 댓가를 치뤄야만 한다. 흔히 말하는 '딱지'를 끊으려고 할 때쯤 주인은 나타나서 화를 내기도 하고 을러대기도 하며 애걸복걸하기도 한다. 그럴 것 같으면 애시당초 처음부터 금지라고 한 장소에는 두지를 말았어야 한다.
멀쩡하게 지정된 장소가 있는데 그곳에 두지 않고 자신이 편한대로 아무 곳에나 세워두고서는 나중에야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자기 한 사람 봐준다고 무슨 큰일이 나느냐고 그러는데 말이 한사람이지 그 사람을 보고 너도나도 같은 자리에 줄지어서 세운다면 그곳은 일대 혼란이 오기 쉽상이다. 법으로 지정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픈시즌. 법으로 정해진 사냥시즌. 그 시즌을 제외하고 사냥은 금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사냥에 나선 용감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감시하고 범칙금을 발부하는 것이 수렵감시관 조 피킷의 일이다. 고기가 필요했다고 이야기해보지만 지금이 원시시대도 아니고 고기가 필요하면 직접 가서 살 일이다.
오픈시즌에도 예외는 아니다. 동물마다 정해져 있는 숫자 이외의 사냥은 금지다. 너도나도 다 분별없이 잡아버리다면 동물들은 곧 흔적도 없이 멸종되고 말아버릴 것이다.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당연히 알아야할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욕심에 눈이 뒤집힌 '사람'이라는 종족은 법으로 규정해 놓는다 해도 편법을 자행하는 등 제대로 지키지를 않는다.
어린 시절 보았던 잡지속의 광고를 보고 수렵감시관의 꿈을 키웠던 조 피킷은 아이 둘과 아내와 풍족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곧 세번째 아이도 태어날 예정이다. 그런 그에게 삶이 바뀔만한 사건이 터진다.
딸아이가 보았다는 괴물. 항상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내는 아이여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괴물이 자신들의 집 뒤로 들어왔다는 소리에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순간 아이는 괴물이 아니라 '남자'라고 뚜렷이 말한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이며 왜 괴물같은 존재로 아이에게 인식이 된 것일까.
숲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수렵감시관이 주인공인 스릴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처럼 화려하거나 스케일이 크거나 거창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을 배제한 담백함이 두드러진다. 시간의 도입부부터 차분히 밟아가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차분함 속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잠잠함 속에서 터지는 한 방은 움찍거리게 만든다.
화려한 조명속에서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숲속에서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많은 폭력속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자칫 심심하다고 여겨질지도 모를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지금의 세계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사람의 삶이 녹아 들어있다. 고요함 속에서 치고 들어오는 한방이 무서운 법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꿈꿔오고 열정을 가졌던 그 열망이 고스란히 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다. 작가의 뚝심과 우직함이 돋보이는 오픈 시즌. 다음 조피킷 시리즈를 당연히 기다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