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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 들고 다니면 있어 보이고 읽으면 격하게 공감할 한 권의 책.
오늘의 나
나의 인생이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중재할 뿐인 '오늘의 나'의 반복.(34p)
'유병재'라는 사람을 처음 봤던 것이 아마도 무한도전이었을 게다. 자주보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모처럼 시간이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청했었을게다. 무한도전 멤버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게스트가 있었던 에피소드였었는데 배우도 가수도 개그맨도 있건만 유병재라는 이름은 낯설었고 더군다나 이 사람이 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도 궁금했다. 약간은 웃기지만 덜 알려진 개그맨 정도로 인식이 되었달까.
그러다가 이 사람이 YG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들었다. 응? 그 유명한 기획사? 아이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라는 생각과 함께 이 유병재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궁금함이 들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길래 그렇게 유명한 기획사와 손을 잡은거지? 연줄이 있는건가. 이미 대중들이 많이 알게 된 유병재라는 이름이지만 아직도 내게는 이 사람이 딱 무슨 일을 한다고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코미디 작가인가, 개그맨인가, 방송인인가.
그런 그가 책을 냈다. 작가가 맞았나보다. 이번이 그의 첫 책이라고 한다. 파릇함과 신선함이 살아있을 것만 같다.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그 느낌 그대로다. 팔딱거리는 생동감이 전면부에 드러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질히 돌려말하면서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장되이 드러내지도 않는다. 한때 유행했던 말로 낄깔빠빠라고 했던가. 적당할때 치고 들어와서 끼어들면서 적당할 때 교묘하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묘하다. 기획사에서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작가는 4장으로 구성된 자신의 책을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웃픈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1장 블랙코미디를 시작으로 인스타에 올리라고 아예 대놓고 보여주는 4장 인스타 인증샷용 페이지까지 요즘 시대적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적절히 늘어놓고 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다 비슷한 면을 담고 있는지라 참신함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일수도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본다 하더라도 색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구태의연하지도 않은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시커멓게 보이는 배경 속에서 하얗게 돋아나는 빛 한줄기 같은 그런 재미남. 웃을 일 없는 세상에 대고 가느다란 희망이라고 주고 있는 듯이 보인달까. 결코 길지 않은 이야기들로 인해서 긴호흡으로 읽을 필요도 없다. 화장실에 두고 읽어도 좋다. 한꼭지씩 읽을 때마다 그저 한번 피식 웃어주면 된다. 눈물 빠지게 웃기지는 않아도 잔잔하게 미소를 지을수는 있고 격하게 공감할 수도 있다.
책 읽는 독자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일단은 도서정가제라는 것이 폐지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전에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읽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활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블랙코미디다.
남들처럼 좀 있어보이게 책 좀 들고 다니고 싶지만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닌다면 또 부담없이 권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올블랙으로 폼나보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 재미나게 고개 끄덕이며 읽을 책. 책 표지를 벗겨서 작가의 얼굴 부분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지는 직접 확인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