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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스무살 아무것도 모를때 그를 만났다.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학교생활 전반부에 걸쳐서 도움을 받았다. 평생 먹고 살 직장을 준비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직접 학원까지 알아봐주면서 공부를 시켜주었다. 그래서 좋은 직업을 얻었다.
이 정도면 그에게 욕을 하기는 커녕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단,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었다는 전제조건을 달아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처음에야 멋도 모르고 권해주는 대로 했다치자.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회를 알아가면서 분명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을 것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지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대로 했다는 것은 단지 자신의 주체의식이 없는 한 사람의 핑계거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 주어진 모든 것을 엄마가 권했다고 해보자. 당사자는 마마보이나 마마걸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저 모든 것을 상담사가 했다고 생각해보자. 저 상담사는 한사람의 인생을 아주 잘 이끌어주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단, 이라면서 주어진 조건이 제대로 작동되었을 때의 일이다.
'현남오빠에게'라고 시작하는 한통의 편지는 한 여자가 서른 평생동안 한 남자를 십년동안 만나오면서 자신이 어떤 취급을 당했는가가 구구절절이 적혀져있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삶을 살지 못했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친구도 만나지 못했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까지도 강요당했다고 반박을 하며 이제 너 맘대로 길들여놓은 여자는 되지 않겠노라고 하며 마지막은 욕으로 끝내고 있다.
작가후기는 이 남자가 스토킹을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한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리라고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적어도 그 남자 '현남오빠'라는 사람이 행한 행동으로는 적어도 거기까지 미친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페미니스트도 반페미니스트도 아닌 지극히 그냥 개인적인 의견을 적을 뿐이다.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작품이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안 읽었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82년생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비단 나이와는 상관없이 일반적인 사람 아니 여자가 살아가는 유형과 별 상관없이 살고있는 나였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읽지 않았던 것이다. 공감은 커녕 그네들과 비슷하게 살고 싶었어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나였기에 더욱 괴리감이 들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그 어느 것도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수 없는 문제다.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아예 못을 박아서 나온 책이다. 그만큼 여성 작가들의 눈을 빌어서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들을 주이공으로 삼아서 쓴 내용들이 가득하다. 첫작품이 워낙 강렬하게 눈에 박혀서일까 다른 작품들 역시도 비슷비슷하게 읽혔다. 간혹 추리소설적인 기법을 따르거나 판타지적인 기법을 따른 소설들도 읽어서 읽는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았다. 짧은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굳이 페미니즘소서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그냥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주는 글들이었다.
페미니즘. 사전적 정의로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라고 한다.(네이버검색) 오래전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들의 권위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들은 남자에게 속한 것으로 인식될 때도 많았다. 세계적으로 그러한 경향이 많았기에 이런 페미니즘적인 경향이 두드러지는 여러가지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는 여자가 제대로 된 인격체로 대우을 받지 못하고 잔혹하게 살해당하거나 박해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페미니즘일 것이라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된다. 이 세상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누군가 다른 인격체에게 종속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