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맨 앤드 블랙
다이앤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음을 홀린 이야기꾼'이라는 명성을 얻은 다이앤 세터필드의 데뷔작 [열세번째 이야기]는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드라마로 방송이 되는 등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받았다. 그런만큼 당연히 이번 작품도 기대를 안고 시작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졸졸졸 소리를 내며 잘도 흘러간다. 바람이 불어도, 추위가 몰아닥쳐서 주위 환경이 변할지라도 상관없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흘러간다.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또한 중간중간 '떼까마귀'라는 요소를 삽입하고 '블랙'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추가함으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낸다. 집중도를 높인다. 어디 다른 곳으로 한 눈 팔 새가 없이 만들어 버린다. 작가의 힘이다.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경험 때문에 떼까마귀는 거칠다. 그는 억수 같은 비와 폭풍을 가르며 날아 다닌다. 번개와 춤추고 천둥이 치면 가장 먼저 설치고 돌아다닌다. 산소가 희박한 산꼭대기 하늘로 기쁘게 날아 오르고 세상의 시름 없이 사막을 가른다. (94p)


벨맨 & 톰소여



오두막 옆 참나무 숲에 한때 떼가마귀들 있었다고, 잠에 빠져들며 그는 생각했다. 어린 시절 내내 떼까마귀 울음소리가 그를 깨웠다. 오늘 아침 물레바퀴 근처에서 보았던 오래된 둥지들을 겨우내 볼 수 있엇다.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완전히 사라져버렸다.(111p)


벨맨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톰소여처럼 장난도 치고 다녔다. 그가 어린 시절 새총으로 맞추었던 까마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처럼 보였가에 친구들도 다들 허세라고 생각하며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새를 맞춰버렸다. 새총으로 맞고 떨어진 까마귀. 그는 그 새가 평생을 자신을 좇아다닐 줄 상상도 못했으리라.


벨맨& 록펠러


울이 베틀의 북에 끌려 들어가듯이 윌리엄도 일에 끌려갔다. 

기계의 부품처럼, 강물의 힘으로 돌아가는 바퀴처럼, 그는 필요한 일을 했다. (89p)


사람이 돈을 좇는게 아니라 돈이 사람을 좇도록 해야 한다고 했던가. 그는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았다. 자신의 길을 정하고 그 밑에서 일을 배우고 추진하고 모두 성공만 하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서 일을 뺀다면 아마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하루 이십사 시간을 모두 일만 하며 살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에게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벨맨이 투자하면 그 투자의 안정성이 확실해졌고, 그의 돈이 가는 곳에는 벨맨의 사업감각과 감시의 눈도 따라갔다. 그가 투자하는 곳은 은행도 자본을 움직였으며, 그와 나란히 투자했고, 그 수입으로 이득을 보았다. (342 p)


벨맨 & 욥


하나님은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주시지 않는다고 했던가. 영원히 행복한 일만 가득할 것 같은 그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바로 열병이라는 존재였다. 자신의 가족이 풍지박산 나는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아이들이 하나둘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성경의 욥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많던 아이들이, 자식들이 하나둘씩 죽을 때 그는 무엇이라 외쳤던가. 무엇이라 하나님께 말을 했던가. 벨맨은 죽을 힘을 다해서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고, 아이들과 아내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운명은 자신의 원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벨맨이라는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를 지나서 장년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그린 장편. 그의 인생을 따라가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살짝 지루할 것도 같은 이야기지만 쉴새없이 몰아치는 주인공의 추진력으로 인해서 쉴 틈을 주지 않고 그에 비례해서 필요한 인물들을 추가로 투입함으로써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조성하고 있다. 


'블랙'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을 배경에 깔아두어서 미스터리함을 더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벨맨과 블랙. 아름다운 대서사시. 이쯤되면 작가의 다음 이야기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예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 그 이야기는 읽을 가치가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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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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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종류의 동화책을 예전 같으면 그냥 후딱 그림과 글을 보고 조카를 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 아동문학을 공부하다보니 나중에 쓸모가 있을까 싶으서 더욱 자세히 보게 되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읽게 되고 소중히 간직하게 된다.

 

일단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표지. 어른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도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와 무서워하는 친구가 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거나 부모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텐데 아무래도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의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이 표지의 고양이는 사실 조금 무섭게 생겼다. 고양이의 특유의 할짝거림을 시연하고 있는데 눈이 쪽 찢어져서 더욱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겉표지를 벗겨도 같은 표지다. 책의 표지를 넘겼을 때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나오는 것이 면지이다.

 

앞쪽의 면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뒤쪽의 면지에는 달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달의 변화과정이 세단계로 나와 있으므로 이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과 달의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재로 쓰일수도 있겠다. 세심한 배려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표지의 고양이가 그대로 주인공으로 등장을 하지만 표지만큼 강력한 인상을 남겨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집을 배경으로 해서 텅빈 공간에 혼자 남겨진 고양이는 왠지 모르게 쓸쓸해보이고 주위는 적막하기조차 하다. 고양이가 혼자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며시 웃음도 지어진다. 혹시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있다면 표지보다는 책속의 그림을 먼저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뒷표지의 고양이 그림이다. 안쪽의 고양이와는 또 다르고 표지의 고양이와도 또 닫르다. 주인공은 단 하나의 고양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인상을 남기는 고양이다. 앞뒤 표지의 고양이는 조금 강하고 역동적이며 힘이 넘쳐 보이고 사뭇 공격적으로 보인다. 동물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부분은 고지를 해야 할 것이다.

 

밤이 되어 달이 뜨고 동네의 모든 고양이들이 한마리 두마리씩 떼를 지어 모이는 장면은 정말 재미나며 환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이렇게 여러 종류의 고양이들이 있는지 서로 다른 고양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달이나 고양이에한 이야기를 중점으로 보자면 자연과학을 이야기해주는 책으로 볼 수도 있겠고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재미나고 짧은 서정적인 이야기로 볼 수도 있겠다.

 

큰 책으로 만들어서 아동들과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도 좋고 융판을 사용해서 이 캐릭터들을 만들어서 다른 이야기 꾸미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여러가지로 쓰임이 많고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 이쁘면서도 만족감이 높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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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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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의뢰인을 죽게 해선 안된다. 그건 탐정에게 치욕이야. (286p)


이 감성 넘치는 제목은 죽음을 맞이한 한물 간 가수의 노래 제목이었다. 그냥 인간에게 버림 받는 것도 서러운데 천사에게서 버림을 받다니 그것도 '밤'이라는 시간적 공간은 더욱 처량하게 만들어 버린다. 누가 천사이며 그 천사는 누구를 버렸는가.


기리노 나쓰오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 미로 시리즈.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를 그린 [물의 잠 재의 꿈]을 먼저 읽었다. 그로 인해서 미로시리즈를 알았고 어두움의 극치라는 가장 마지막 이야기 [다크]를 읽었다. 이 새로운 주인공에 관심이 생겼다. 첫번째 작품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인 이 작품은 마지막 작품과 비교해서 의외로 밝은 느낌을 준다. 주인공의 미로의 특성상 절대 밝지마는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로의 캐릭터 자체가 미친듯이 극으로 치달리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시리즈는 연결되면서 주인공의 변화를 읽는 재미 또한 준다. 시리즈를 차례대로 읽어야하는 이유다.

Av 여배우 리나.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 미로의 일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한 일일 것 같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거나 누구를 죽여야 한다거나 하는 의뢰가 아닌 이상은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않는가. 그녀가 찍은 작품은 단 한 작품이다. 울트라 레이프. 그 영상 속에서 그녀는 의도 치 않게 강간을 당하는 장면을  찍힌듯이 보인다는 것이 주요 요지이고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인 의뢰자 와타나베는 그녀를 찾아서 직접 신고를 함으로써 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강간죄가 친고죄인만큼 직접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그녀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것인가.

본문에서도 언급되듯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 것뿐이다라고 말해버린다면 더이상 진전은 없다.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서 그러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사전에 계약된 것보다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는 일 아닌가. 어디까지라고 합의한 사항에서 만족해야 하는 것인데 때로는 감독의 의도대로 또는 상업적으로더 팔릴 것을 예상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좇는다면 그것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사항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그녀, 리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로는 의뢰를 승낙하고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전작에서 옆집에 살던 필리핀 친구들은 사라졌다. 마지막 이야기에서 도움을 주던 도모씨와의 관계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다른 작품에서 나왔던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역시 시리즈를 읽는 재미다. 주인공은 같으나 사건은 달라지고 시간적 배경이 달라짐에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도 바뀌고 장소도 바뀐다. 비교하는 재미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시리즈다.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다. 늘 혼자서 일을 하면서 적절하게 도움을 구하던 프로인 아버지에 비해서 아직 미로의 탐정으로써의 역할은 조금 부족한 면이 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런 면을 보충이라도 하듯이 중간쯤에 아버지가 투입된다. 적절한 상황에서 미로에게 손을 빌려주고 흔적없이 사라진다. 이 아버지의 캐릭터가 멋졌기에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탄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작가는 이미 무라노 젠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계획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에로배우 시장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때는 빨간딱지를 붙여서 미성년자들은 보지 못하게 했던 비디오를 빌려주는 곳도 많았었는데 인터넷의 발달로 쉽게 그러한 문화를 접하게 된 이후로 이 시장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누군가는 찍어야만 올릴 수 있지 않은가. 즉 아직도 이 시장은 활성화되어 있다는 소리다.

한국에서는 조금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일본에서는 조금은 더 드러내고 활동을 한다. 성에 대해서 한국보다는 더 개방적인 일본이다. 그런만큼 그런 시장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도 더 많은 편이다. 영화시장이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미국에서는 노출신이 있을 경우 어느부분까지 얼마나 노출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미리 합의하고 합의서를 꼼꼼히 작성해서 딱 그만큼만 찍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어떨까. 그들도 물론 합의사항이 존재하겠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능으라고 장담을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던가.

늘 현실은 허구보다 훨씬 잔혹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잖아. (161p)


본문에서도 나오 는바 현실은 허구보다도 훨씬 더 잔혹할 뿐 아니라 잔인하기까지 하다. 허구는 그저 만들어 낸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버릴 수 있지만 현실은 우리가 직면해야만 하고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어둡기만 했던 미로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미로 이야기가 다크로 끝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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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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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서 노인으로 죽는다. 물론 자신의 삶이 일찍 마감되는 경우는 노인이 되기 전에 죽을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경로로 살아가고 죽게 마련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에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노인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고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자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다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분야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백년법]이라던가 [A케어]라는 일본문학에서는 그보다 더 소름 돋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그려내었다. 일단 백년 이상 살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백년법이라던가 [인구조절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사& 겐] 처럼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무겁게 그려낸 일본문학이 많다고 느꼈었다.

 

한국 문학은 어떨까. [엄마를 부탁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작품을 보면 유난히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 병을 소재로 삼아서 가정의 소중함을 그려내고 있다는 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겠다. 사랑을 소재로 한 가슴 절절함을 그려내고 있는 책들을 읽었다. 

 

서양 작품들은 어떨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알란할배, 백세할배라는 닉넴이 붙은 그는 백세가 되어서 천방지축으로 여기저기 다니면 일을 만들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다녔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요양원을 벗어나서였다. 창문으로 도망치긴 했어도.

 

그런가하면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속은 따스한 츤데레, 오베할배도 있었다. 먼저 간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따라서 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웃들이 너무 방해를 하는 통에 어쩔수 없이 계속 살아야만 했던 오베 할아버지. 두 할아버지는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있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 문학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뿐 아니라 할머니도 등장을 하기 시작했다.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스파이 할머니는 얼떨결에 이 일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지라 두번째 이야기에 이어 네번째 이야기까지 내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계신다. 스파이 할매만 있으란 법이 있을까 이번에는 범죄의 세계로 눈을 돌린 메르타 할머니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주로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역할을 하는 폴리팩스 부인이었다면 메르타 할머니는 말 그대로 범죄자다. 제목이 의미하듯이 실제로 감옥에도 갔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할머니가 감옥을 가게 된 것은 그야만로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이니까. 요양원의 상태가 얼마나 좋지 못했으면 감옥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감옥에 들어갈 작정으로 계획을 꾸민 것일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요양원에 모여서 살면서 아무 할 일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은 답답한 일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일을 할 수도 없고 일도 많이 했으니 쉬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지는 몰라도 내가 당사자라고 생각해도 답답할 것 같다. 그래서 알란할배도 메르타 할머니도 요양원을 탈출하신 것일까.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해서 그들 그룹의 지식 담당 천재 할아버지, 행동파 갈퀴 할아버지와 나이가 들어도 고운 모습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스티나 할머니 그리고 말년에 로맨스를 찾은 안나그레타 할머니까지 이 5인조의 앞날을 어떻게 될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진정으로 그곳이 행복하다는 것을, 요양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아니면 그래도 감옥보다는 요양원 생활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좌충우돌 처음으로 해보니 모든 것을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던 5인조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코 끝일리는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계속 줄기차게 터져나올 것 같은 그들의 앞날이다.

 

단지 재미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노인문제나 사회양극화 문제까지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 주위의 어르신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들도 아직 속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노인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당장 당신의 부모님들부터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을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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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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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즐겨라! 우리는 저지른다!> 어색하지만 말하자면 이것이 메르타의 모토였다.(324p)

하아~~~!!! 이 할머니 정말 답도 없다. 무대뽀, 왕오지랖. 남의 할머니기에 망정이지 우리 할머니 같았으면 열두번도 더 소리를 질렀음에 틀림없다.

할!!!!!!!!! 머!!!!!!!!!!!!!!!!!!!!!!!!!!!!!!!! 니 !!!!!!!!!!!!!!!!!!!!!!!!!!!!!!!!!!!!!!!!!!!!!!!!!!!!!!!

 

다섯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이 노인강도단의 리더격인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시다. 머리속에 생각이 나서 이것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 주위 친구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지 이루어내신다.

 

그에 반해 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뒷정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돈을 수억만금 가져오면 뭐하나. 보관 못해서 없어져, 남의 손에 넘어가서 없어져, 도둑 맞아 없어져. 이래저래 없어지니 정작 그 고생을 하고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시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모든 노인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소외받은 이웃들을 도와주면 살겠다던 나름 소박한 목표만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서 이 할머니의 무대뽀성은 이미 알아봤다. 요양원에 계시던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알란 할배처럼 요양원을 탈출하신다. 그것도 이번에는 일인탈주극이 아니라 단체다. 요양원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삼아 그 요양원을 도와주고자 한탕을 계획하셨는데 그것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진 나머지 결국 크게 한몫을 잡는데는 성공하셨다. 물론 그 모든 돈이 그들의 것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호텔 홈통에 매달려 있는 신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랬던 이 노인강도단, 아웃로 올디스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이름만으로도 번쩍번쩍한 라스베이거스다. 누구나 여행가고 싶어하는 가장 화려한 도시. 이들은 이곳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카지노를 털어보겠다는 아주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알다시피 카지노는 사설 경비원이 상주하는 곳이고 보안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달려 있는 곳이다. 수억만달러의 돈이 매일 오고가는 곳이니 그만큼 경비가 삼엄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곳을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침투해서 돈을 훔쳐올 궁리를 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작가는 전편에서처럼 이번 편에서도 여지없이 블랙코미디를 잔뜩 풀어내고 있다.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도 하듯이 픽션임을 내세워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 다른 나라들도 유럽국가를 포함한 - 노인문제는 큰 문제이고 요양원들도 천차만별이며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한데 이용하는 것도 다들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카지노를 털고 은행을 털고 박물관을 턴다.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강도단에게 휘말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하술하고 이들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주고 있으며 범인인 메르타 할머니를 잡아서 경찰서에 데력다 놓고도 바보짓을 하는 듯 이것이 구멍의 끝장판이다 하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다.

 

현실도 이런가. 모르긴 해도 별다를 것은 없단 생각이다. 실제로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우리나라에도 노인강도단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로 노인들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이 되곤 하니 소설속의 범죄가 비단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소설속의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을 도와주기 위한 현대판 로빈후드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작가의 이상은 메르타 할머니를 통해서 아주 잘 이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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