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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ㅣ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너희들은 즐겨라! 우리는 저지른다!> 어색하지만 말하자면 이것이 메르타의 모토였다.(324p)
하아~~~!!! 이 할머니 정말 답도 없다. 무대뽀, 왕오지랖. 남의 할머니기에 망정이지 우리 할머니 같았으면 열두번도 더 소리를 질렀음에 틀림없다.
할!!!!!!!!! 머!!!!!!!!!!!!!!!!!!!!!!!!!!!!!!!! 니 !!!!!!!!!!!!!!!!!!!!!!!!!!!!!!!!!!!!!!!!!!!!!!!!!!!!!!!
다섯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이 노인강도단의 리더격인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시다. 머리속에 생각이 나서 이것을 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 주위 친구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어떻게든지 이루어내신다.
그에 반해 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뒷정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돈을 수억만금 가져오면 뭐하나. 보관 못해서 없어져, 남의 손에 넘어가서 없어져, 도둑 맞아 없어져. 이래저래 없어지니 정작 그 고생을 하고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시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모든 노인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고 소외받은 이웃들을 도와주면 살겠다던 나름 소박한 목표만 가지고 있을 뿐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전작에서 이 할머니의 무대뽀성은 이미 알아봤다. 요양원에 계시던 메르타 할머니는 일단 알란 할배처럼 요양원을 탈출하신다. 그것도 이번에는 일인탈주극이 아니라 단체다. 요양원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을 핑계삼아 그 요양원을 도와주고자 한탕을 계획하셨는데 그것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진 나머지 결국 크게 한몫을 잡는데는 성공하셨다. 물론 그 모든 돈이 그들의 것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호텔 홈통에 매달려 있는 신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랬던 이 노인강도단, 아웃로 올디스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세계로 발을 디뎠다. 이름만으로도 번쩍번쩍한 라스베이거스다. 누구나 여행가고 싶어하는 가장 화려한 도시. 이들은 이곳을 즐기러 온 것이 아니다. 카지노를 털어보겠다는 아주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알다시피 카지노는 사설 경비원이 상주하는 곳이고 보안카메라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달려 있는 곳이다. 수억만달러의 돈이 매일 오고가는 곳이니 그만큼 경비가 삼엄해야만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곳을 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침투해서 돈을 훔쳐올 궁리를 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작가는 전편에서처럼 이번 편에서도 여지없이 블랙코미디를 잔뜩 풀어내고 있다.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도 하듯이 픽션임을 내세워서 자신이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 다른 나라들도 유럽국가를 포함한 - 노인문제는 큰 문제이고 요양원들도 천차만별이며 국민들의 세금을 엉뚱한데 이용하는 것도 다들 비슷한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다.
카지노를 털고 은행을 털고 박물관을 턴다.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강도단에게 휘말릴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하술하고 이들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주고 있으며 범인인 메르타 할머니를 잡아서 경찰서에 데력다 놓고도 바보짓을 하는 듯 이것이 구멍의 끝장판이다 하는 것을 아주 잘 드러내주고 있다.
현실도 이런가. 모르긴 해도 별다를 것은 없단 생각이다. 실제로 이 책을 교과서 삼아서 우리나라에도 노인강도단이 생기는 것이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먹고 사는 문제로 노인들도 범죄를 저지르는 세상이 되곤 하니 소설속의 범죄가 비단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소설속의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을 도와주기 위한 현대판 로빈후드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작가의 이상은 메르타 할머니를 통해서 아주 잘 이루어질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