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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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아이로 태어나서 노인으로 죽는다. 물론 자신의 삶이 일찍 마감되는 경우는 노인이 되기 전에 죽을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경로로 살아가고 죽게 마련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에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노인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고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들었다. 자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지구, 전체가 다 나이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분야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인 문제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백년법]이라던가 [A케어]라는 일본문학에서는 그보다 더 소름 돋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그려내었다. 일단 백년 이상 살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한다는 백년법이라던가 [인구조절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마사& 겐] 처럼 유쾌하게 그려낸 이야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무겁게 그려낸 일본문학이 많다고 느꼈었다.

 

한국 문학은 어떨까. [엄마를 부탁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의 작품을 보면 유난히 치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있다. 한국사람들이 치매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 병을 소재로 삼아서 가정의 소중함을 그려내고 있다는 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맞겠다. 사랑을 소재로 한 가슴 절절함을 그려내고 있는 책들을 읽었다. 

 

서양 작품들은 어떨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알란할배, 백세할배라는 닉넴이 붙은 그는 백세가 되어서 천방지축으로 여기저기 다니면 일을 만들고 전 세계를 호령하고 다녔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이 머물고 있던 요양원을 벗어나서였다. 창문으로 도망치긴 했어도.

 

그런가하면 겉으로는 툴툴거려도 속은 따스한 츤데레, 오베할배도 있었다. 먼저 간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따라서 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웃들이 너무 방해를 하는 통에 어쩔수 없이 계속 살아야만 했던 오베 할아버지. 두 할아버지는 어르신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있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함으로 문학계의 파란을 일으켰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 뿐 아니라 할머니도 등장을 하기 시작했다. [폴리팩스 부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 스파이 할머니는 얼떨결에 이 일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적성에 딱 맞는지라 두번째 이야기에 이어 네번째 이야기까지 내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계신다. 스파이 할매만 있으란 법이 있을까 이번에는 범죄의 세계로 눈을 돌린 메르타 할머니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주로 나쁜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역할을 하는 폴리팩스 부인이었다면 메르타 할머니는 말 그대로 범죄자다. 제목이 의미하듯이 실제로 감옥에도 갔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누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할머니가 감옥을 가게 된 것은 그야만로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이니까. 요양원의 상태가 얼마나 좋지 못했으면 감옥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감옥에 들어갈 작정으로 계획을 꾸민 것일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요양원에 모여서 살면서 아무 할 일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은 답답한 일일 것이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이 일을 할 수도 없고 일도 많이 했으니 쉬라는 차원에서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지는 몰라도 내가 당사자라고 생각해도 답답할 것 같다. 그래서 알란할배도 메르타 할머니도 요양원을 탈출하신 것일까.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해서 그들 그룹의 지식 담당 천재 할아버지, 행동파 갈퀴 할아버지와 나이가 들어도 고운 모습으로 꾸미기를 좋아하는 스티나 할머니 그리고 말년에 로맨스를 찾은 안나그레타 할머니까지 이 5인조의 앞날을 어떻게 될까.

 

그들이 원하는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서 진정으로 그곳이 행복하다는 것을, 요양원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아니면 그래도 감옥보다는 요양원 생활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될까.

 

좌충우돌 처음으로 해보니 모든 것을 실수하기 마련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던 5인조는 우여곡절 끝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결코 끝일리는 없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계속 줄기차게 터져나올 것 같은 그들의 앞날이다.

 

단지 재미난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노인문제나 사회양극화 문제까지 신랄하게 비웃고 있는 이 이야기는 우리 주위의 어르신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들도 아직 속에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노인이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당장 당신의 부모님들부터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을 무시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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