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6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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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진정으로 존경합니다. 어케 하면 소인국이라는 그런 설정을 여기에 와서 등장시킬 수 있으셨던겁니까?


외계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즉 인간이라는 종이 살고 있는 지구를 벗어난 다른 행성에 있는 어떠한 종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학 시간에 배운 것을 떠올려보자면 우주에는 태양이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행성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수금지화목토천해라고 배웠다. 그 행성들에도 어떤 존재가 살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계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 인자를 써서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지만 무언가 유기적인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라도 한번 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지금은 비록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해도 말이다.


만약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존재들이 전부 우리보다 훨씬 더 작다면 우리가 그곳으로 이동했을 때 그들에게는 우리가 재앙적인 존재가 아닐까. 이 설정을 보자마자 생각나는 것은 바로 [걸리버 여행기]였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도착해서 그들이 걸리버를 적으로 생각했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소인국이 있으면 대인국이 없으리라는 것도 없는 법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대인국으로 설정을 바꾼 이야기도 있었다. 

 

김독자를 비롯한 일행은 크리스털을 통해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메인 시나리오는 행성 피스 랜드의 지배종을 멸절하는 것이다. 물론 피스 랜드의 지배종은 소인들이 평화롭게 살던 지역이었고 시나리오에 참가한 나라는 일본과 한국 단 두 나라이다. 지배종이 소인이다보니 그들을 멸절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일것 같다. 하지만 김독자에게는 다르다. 그들도 크기만 작을 뿐 엄연히 사람과 같은 존재들이다. 그렇다보니 그는 그들을 마구 죽일 수가 없는 것이다. 성좌들은 다르다. 그들은 돈을 내고 후원을 하고 잔인한 것을 보기 즐겨하는 존재들이다. 자신들이 후원하는 화신들이 화끈한 싸움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공격을 주저하고 시나리오가 평화를 협정하는 방향으로 갈 때 그들은 재미 없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조건들이 추가된다. 여기 김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메인 시나리오가 처지면 그것을 대신하는 서브 시나리오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물과 기름 같던 김독자와 유중혁과의 관계는 협력하는 관계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고 미션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서로를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야만 서울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나리오 가 끝나면 그것으로 미션이 끝이 아니다. 계속되는 시나리오가 그들 앞에 존재하고 그들은 힘을 합해서 또는 개인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퀘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멸살법의 작가는 자신이 만든 '결말'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을까? 297p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김독자가 그 소설을 읽었을 뿐이고 어느날 갑자기 그 이야기는 시작되었을 뿐이다. 김독자는 궁금해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그 결말이 과연 작가가 만족한 결말인지 하고 말이다. 단지 눈으로 읽는 텍스트와는 다르게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끔찍한 재앙이 따라오니 말이다. 그 누구도 이 소설이 현실화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바라는 바는 단 하나다. 이 모든 것이 김독자가 지하철에서 퇴근하다 꾼 '꿈'이다라는 결말만은 아니길. 그렇게 된다면 엔딩이 너무 허무해서 이때까지 읽어온 것이 너무 아까울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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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리그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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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 작가의 책은 한마디로 참 독하다. 아주 달달해 보이는 제목인 [크리스마스 캐럴]도 제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는 통에 약간 당황했다가 [반인간선언]의 두번째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이해했었다.그런가 하면 제목에서부터 뒤통수를 치겠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나쁜 하나님]이라는 책도 어떻게 이런 식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가 하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반인간선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머리속에서 주원규 하면 바로 독하겠구나 하는 선입견이 심겨져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 또한 마찬가지겠다라는 생각으로 읽어본다. 



우린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습니다. 85p


2백 페이지가 안 되는 얇은 책이다. 독해봤자 얼마만큼 독하겠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실제로 다른 책들에 비해서 생각외로  그렇게 강도가 센 표현이라던가 잔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서초동에서 이런 식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섬짓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결코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운 그런 나라가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서초동을 배경으로 검사와 기자 그리고 그들간의 권력 줄다리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권력이 곧 돈이고, 돈이 곧 권력이 된다. 23p


나와 같은 일반 사람들일 경우 검사라는 직업은 이런 소설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그들을 만날 일은 없다. 만나지 않은 편이 좋기도 하고. 하지만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에서 기사로 심심치 않게 그들의 직업군이 들먹거려지는 것을 본다. 그러니 낯설면서도 그렇게 낯설지 않은 그런 사람들인 셈이다. 검사 백동수. 그는 부장검사 한동현의 호출을 받는다. 그에게 주어진 것은 검찰총장을 칠 계획이다. 


한 남자의 죽음. 그것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그 위에 사건들을 쌓는다. 절대로 도망칠 수 없게 촘촘하게 쌓아야만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빈 공간 허점이 발견되는 순간 그들도 그곳을 치고 반격을 할 테니 말이다. 검찰총장을 일개 평검사가 무너뜨린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정말 엄청나게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가 어떤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법에 위반되는 행동을 할 리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사건 사고 기사에는 심심치 않게 비슷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정치인들은 그런 권력의 남용이 당연한 줄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읽었던 [유령법안]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의원 외교활동이라는 목적으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런 식의 합법적인 남용이 얼마나 많이 행해지고 있는지. 그저 자신들의 것이 소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인가. 그런 식의 권력 다툼과 갈등이 검찰 이라는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서초동 리그]다.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이제 판은 깔아졌다. 누군가는 쳐야 하고 누군가는 막아야 한다. 이 권력다툼의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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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5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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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야. 너가 살아가는 이 삶에서 미래를 알고 있다면 너는 어떻게 할래? 지금 우리가 평안히 살고 있던 이 세계가 갑자기 뒤집어지고 도깨비가 나타나서 미션을 던져주고 그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하면 말야 너는 어떻게 할래? 이 미션이 어떻게 끝나고 주인공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면 말야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물어본거야 나는. 



[성좌, '긴고아의 죄수'가 고구마를 대비해 탄산을 준비합니다.] 14p


사람들은 살아가. 아니 죽어가. 사람이라는 존재의 끝은 죽음으로 끝나는 거니까 하루하루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는 것이지 뭐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살아가. 왜 그렇게 살아가냐고? 단지 죽을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일까? 인생은 한 번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죽는다는 것은 알지만 언제 죽는지 어떻게 죽는지는 아무도 몰라.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난 그 사람을 예언자나 선지자로 믿고 따를 수도 있을 거야. 점을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응. 알아. 그들도 그렇게 말을 하지. 하지만 그들이 정확하게 몇 시 몇 분에 어떤 이유로 죽는다고 정확히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 그저 여름이 되면 물 근처에 가지 말아라 뭘 조심해서 이런 이야기만 할 뿐이야. 그런 식의 뜬구름은 나도 잡을 수가 있을 거고 말야. 



입자 단위로 재생된 폐에 공기가 들어찼고, 시신경이 뭉쳐지며 시야가 드러나게 시작했다. 추상적으로 진행되던 정신 활동은 말랑한 대뇌피질 위에 고스란히 이식되었다. 140p


내가 왜 이렇게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느냐면 말야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독자는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지금 그들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은 김독자가 읽은 <멸망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웹소설 속이거든. 그 상황 속에 던져진 그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이고 말야. 웹소설의 특성상 몇 명이 보았는지 카운트가 되는데 마지막 화까지 읽은 사람은 단 한 명 그것이 바로 김독자였어. 정말 대단하지 않아? 모르긴 몰라도 김독자의 MBTI는 ISTJ일지도 몰라. 집착이 강하고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그런, 끈기 면에서는 만점이지만 상황 대처에 빠르지 못하고 남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그런 형 말야. 


그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 가령 지금과 같은 상황 말야. 4권의 엔딩에서 나타난 열한살 짜리 꼬마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재앙'이야. 지금은 그냥 아주 순진해 보이는 꼬마처럼 보일지 몰라도 딱 닷새 후면 이 아이는 재앙으로 돌변할 거야.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바로 하나. 이 아이를 죽여야 하는 것이지 않겠어? 


앞에서 말했잖아. 미래를 알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말야. 5일 후면 서울을 멸망의 길로 만들 이 아이가 지금 눈 앞에 있는데 결말을 뻔히 아는데 이 아이를 그냥 둘 거냐고. 그럼 나도 죽고 너도 죽고 서울이 다 없어진다니까. 그래도 그냥 둘 거냐고? 난 몰라. 결정하는 거 실어해. 그러니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줄 테니 결정은 너가 해. 1번 신유승이라는 아이를 죽인다. 2번 신유승이라는 아이를 살린다. 3번 신유승이라는 아이를 숨긴다. 어쩔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아이는 진짜 재앙이 돼. 반드시. 그래서 주인공인 유중혁을 죽일 수도 있어. 결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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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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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표지 그림을 처음 받았을 때 설렜다고 했다. 비록 배경은 어둡지만 약속식당이라고 간판이 붙은 그곳만은 노란 따듯하고 정다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누군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주는 그런 그림이지 않은가. 그래서 작가도 설렘을 느꼈을 것이다. 나 또한 저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허름한 가게다. 이층집이기는 하지만 이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지 불이 켜져 있지 않다. 고양이 한 마리가 물끄러미 바라고 있는 이곳. 



아이는 콧구멍을 살살 쑤시며 살살말랑이 어떤 음식이냐고 물었다. 입에 넣으면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맛을 내다가 어느 순간 녹는다고 살살말랑에 대해 설명했다. (39p)


이곳의 메뉴는 그야말로 간단한다. 딱 세 가지다. 비밀병기. 살살말랑. 파감로맨스. 이 제목만 본다면 대체 이 음식이 무엇인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짐작도 못할 것이다. 일단 파감로맨스라는 이름은 파와 감자가 사랑에 빠질 때라는 원래 이름이 있었다. 길어서 줄인 것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즉 이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서 파와 감자가 주된 소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음식은 아직 미완성이다. 파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파의 맛을 빼야 하는데 그것이 아직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이다. 파와 감자. 그렇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던가. 아니다. 그것은 이 음식을 만든 사람이 이 음식을 먹어 주길 원하는 사람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파와 감자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하는 그녀. 설이만을 위한 그런 음식이다.


구미호 식당 3탄이다. 속편 즉 2권이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이 이야기가 시리즈로 이어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한 권에서 끝나려니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이번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원래 구미호 식당의 이야기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바로 이 약속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은 후 자신이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을 찾으러 내려왔다. 구미호인 만호에게 나를 팔고서다.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포기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사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와서 그때의 모습 그대로인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운데 자신의 모습도 바뀌고 만나야 할 사람의 모습도 바뀌었다면 어떻게 만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것도 시간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가 탄다. 바짝바짝 입이 마른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나를 위해서 셋팅이 되어 있었느니 말이다. 단지 나는 알아보기만 하면 되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음식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기다리면 되는 거였다. 


몇몇 사람의 존재는 중간 부분부터 눈치챘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고서 말이다. 아니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그 느낌은 그대로 맞았다. 시리즈인 책을 읽다 보면 생기는 하나의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는 그런 조건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시리즈를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보라고 추천하겠다. 그리고 구미호 식당에 일단 한번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이라면 한 권이 아닌 이번 이야기까지 주욱 다 읽어야 한다고 추천하겠다. 그게 이 식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테니 말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언니를 잃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오빠를 잃었다. 그런 경험들이 이런 이야기를 만들게 된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아무래도 구미호 식당은 3권이 끝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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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4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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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닷!!! 나는 나만의 미션이 생겨 버렸다. 김독자와 유중혁이 이끌어 가는 이 멸.살.법과는 확연하게 다른 미션이다. 이 미션을 실행하지 못한다고 죽거나 하지는 않으며 이 미션을 해낸다고 누군가 나에게 코인을 주룩주룩 던져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미션을 행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쓰는 것이 읽는 것을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읽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버렸다. 한 권을 독파하면 바로 다음 권을 이어간다. 이야기가 한 권을 기준으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진다. 왕이 없는 세계(1)이 3권에서 끝났고 그 뒷 이야기가 4권에 이어지는 그런 식이다. 그러니 이 속도를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읽은 내용은 오래오래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생각해야 하고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해야 하며 그 장면을 읽었을 때 내 느낌이 어떠했다는 것을 적어야 한다. 그것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2권의 그린존의 조건과 3권의 히든 스텝의 조건이 섞여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히든  스텝의 조건을 그린존에 적용 시킨 버린 것이다. 머리가 뒤죽박죽되었다. 마치 삐삐의 나무 위의 집 마냥 섞여 버리고 꼬여 버렸다. 한권 한권 마칠 때마다 따로 정리하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 손은 이미 다음 권을 향해 있다. 멈춰야 했다.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4권 또한 특이점(1)에서 끊겨 버렸으니 말이다.



단일 개체로 '재앙'이 될 수 있는 존재.

저것이 '귀환자'의 힘이었다. 220


김독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착실히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자신이 읽었던 멸.살.법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결론을 미리 알고 있는 그로서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이점을 착실히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3권에서는 하차자들이 선지자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새로운 웹소설이 올라올 때 사람들을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읽을 소설인지를 가늠해볼 것이다. 그러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그런 사람들을 하차자라는 이름으로 설정해 둔 것이다 역시나 작가는 똑똑하다. 사실적인 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들은 어느 정도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름을 바꾸어 행동하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번 이야기까지 한 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 되었다. 자신과 관련이 있었던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누군가는 학교로 누군가는 군대로 옮겨졌다. 김독자는 자신이 다녔던 회사 근처로 이동되었다. 이 역시도 영리한 발상인 것이 기존에 끌어 오던 배경이 어느 정도 독자들에게 지루해질 무렵 확실하게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당연히 새로운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작가는 독자들과의 밀당에 능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점들이 하차자들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열광적으로 작가에게 코인을 던지게 만드는 팬들을 양성하게 된 것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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