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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4 ㅣ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평점 :
큰일이닷!!! 나는 나만의 미션이 생겨 버렸다. 김독자와 유중혁이 이끌어 가는 이 멸.살.법과는 확연하게 다른 미션이다. 이 미션을 실행하지 못한다고 죽거나 하지는 않으며 이 미션을 해낸다고 누군가 나에게 코인을 주룩주룩 던져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 미션을 행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쓰는 것이 읽는 것을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읽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버렸다. 한 권을 독파하면 바로 다음 권을 이어간다. 이야기가 한 권을 기준으로 딱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어진다. 왕이 없는 세계(1)이 3권에서 끝났고 그 뒷 이야기가 4권에 이어지는 그런 식이다. 그러니 이 속도를 이겨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읽은 내용은 오래오래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생각해야 하고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해야 하며 그 장면을 읽었을 때 내 느낌이 어떠했다는 것을 적어야 한다. 그것이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2권의 그린존의 조건과 3권의 히든 스텝의 조건이 섞여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히든 스텝의 조건을 그린존에 적용 시킨 버린 것이다. 머리가 뒤죽박죽되었다. 마치 삐삐의 나무 위의 집 마냥 섞여 버리고 꼬여 버렸다. 한권 한권 마칠 때마다 따로 정리하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 손은 이미 다음 권을 향해 있다. 멈춰야 했다.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4권 또한 특이점(1)에서 끊겨 버렸으니 말이다.
단일 개체로 '재앙'이 될 수 있는 존재.
저것이 '귀환자'의 힘이었다. 220
김독자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착실히 만들어 나가고 있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자신이 읽었던 멸.살.법의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 어떻게 된다는 결론을 미리 알고 있는 그로서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이점을 착실히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3권에서는 하차자들이 선지자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새로운 웹소설이 올라올 때 사람들을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읽을 소설인지를 가늠해볼 것이다. 그러다가 재미가 없어지면 하나씩 떨어져 나간다. 그런 사람들을 하차자라는 이름으로 설정해 둔 것이다 역시나 작가는 똑똑하다. 사실적인 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들은 어느 정도는 이야기의 줄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름을 바꾸어 행동하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번 이야기까지 한 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 되었다. 자신과 관련이 있었던 곳으로 이동을 한 것이다. 누군가는 학교로 누군가는 군대로 옮겨졌다. 김독자는 자신이 다녔던 회사 근처로 이동되었다. 이 역시도 영리한 발상인 것이 기존에 끌어 오던 배경이 어느 정도 독자들에게 지루해질 무렵 확실하게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당연히 새로운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작가는 독자들과의 밀당에 능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점들이 하차자들을 만들지 않고 오히려 열광적으로 작가에게 코인을 던지게 만드는 팬들을 양성하게 된 것일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