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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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솔직히 마음만 먹는다면 한달에 수십권은 기본으로 읽을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아이들 책이라는것이 워낙 얇기도 하고 몇장 되지도 않아서 그냥 술술 넘기면 한권 끝. 이렇게 되니 말이다. 그 모든 책을 사주기에는 감당이 안되니 도서관이라는 착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것들 또한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할때나 가느한 일일것이다. 워낙에 책을 좋아하는 집안에서 자랐고 당연히 책이라는 것이 집안에 있어야 하는 품목으로 알고 자란지라 책이라는 것은 친구처럼 늘 곁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화려한 영상미를 추구하는 각종 게임이 있는 세상에서는 책에 흥미가 없어 하는 친구들을 자주 보는 편이다. 집에 책이 없는 경우는 잘 없어도 그 책을 다 읽었느냐 하는것은 또 별개의문제다. 또한 어렸을때는 부모님들이 읽어주니까 얌전히 듣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커서 자신이 직접 책을 읽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더더욱 읽지 않아 버리는 사태가 발생을 하기도 한다.

 

책이라는 것은 그냥 글자가 아니다. 그냥 일반적인 활자가 아니다. 그 속에는 이야기가 포함이 되어 있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서 아이들은 상상을 날개를 펼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진부한 말이라 답답해 할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러하다. 어느 누구가 지금 이 현실에서 요정이나 또는 거인이나 트롤같은 것들을 보겠는가. 판타지 소설들을 통해서 그 모든 것을 꿈꾸고 그런 것들을 현실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고 그렇게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비단 꼭 소설이 아니어도 좋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남들보다는 덜 실수를 하면서 좀 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꿈꾸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보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느낄 줄도 알게 되고 시를 읽으면서는 자신의 속에 있는 감성을 일깨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다양하고 더 좋은 교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랜만에 아이들용 책을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아졌다.

 

샘터 어린이 문고 49번째 책인 이 책은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이 모두 의견을 하나로 모았을만큼 뛰어난 이야기로 아마 읽어본 사람이라면 독자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할 것이다. 꼬부랑 할머니는 이야기뿐 아니라 노래에서도 자주 등장을 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꼬부랑 넘어가고 있네' 이 글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 노래를 따라부르지 않았을까.

 

이야기는 꼬부랑 할머니가 빈 집에 들어가 잠깐 쉬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남의 집에서 잠깐 쉬었던 할머니는 하루밤을 지내고 나자 마음이 바뀐다. 청소도 하고 불도 때고 물도 긷고 하면서 그 집을 자기집처럼 삼아 버리기로 한것이다. '주인이 오면 어때? 내가 원래 이 집주인이라고 우겨야지.' 하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집주인은 어디 갔는지 행방도 묘연하고 왠 사람들이 계속 들어 닥치기시작한다. 떡을 지고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김치를 들고 오는 손님도 있다. 모두들 꼬부랑 할머니의 얼굴을 모르는지 주인이 바뀐것도 모르고 그저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꼬부랑 집 파티를 열기에 이른다. 떡국으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난 할머니의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될까.

 

할머니 한 명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계속 연작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총 세편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짧게 나누어져 있어서 조금 어린 아이가 읽기에도 좋고 또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읽어줘도 좋은 작품이겠다. 동화구연을 하듯이 의성어를 섞어서 읽어준다면 더욱 금상첨화. 어떤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들을 것이다. 꼬부랑 할머니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조차도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 뿐 아니라 꼬부랑 할머니의 다른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 해도 즐겁게 읽을것 같다. 작가의 탁월한 글 솜씨에 감탄을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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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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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북'이라는 것을 [실종느와르M]이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드라마로 나와 있는 내용을 살려서 편집해서 만들어 놓은 책. 첫 느낌은 화려하고 인상적이었다. 영상으로 보았다면 그냥 휙 하고 잠깐 지나갔을 장면이지만 책으로 편집이 되어 있으니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막을수는 없었다. 간략하게 짜여진 줄거리들도 책을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쉽게 다가오는 버전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책, 그런 책이다 라는 것이 케이스북에 관한 첫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펼친다면 처음엔 당황할지도 모른다. 꽤 많은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료들이다. 정말 영드 셜록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한 이 책. 크로니클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편집이다. 드라마에 열중했던 사람이라면 또는 셜록키안이라면 열광적으로 환영할만한 책임에 클림없다. 한국드라마는 자주 보지 않는 편이지만 미국드라마는 챙겨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드라마들이 있고 시즌마다 보고 시즌이 끝나면 아쉬워 하고 언제 다음 시즌이 시작하나 하고 손꼽아 기다린다. 셜록은 영국 드라마인다. 홈즈를 좋아하고 코난도일이 만든 홈즈 이야기를 어릴때부터 보아왔다. 그럼에도 불가하고 이 드라마는 보지 못했다. 아니 안 보았다나 볼 수 없었다가 더 맞는 표현이겠다.

 

길어야 한 에피가 50분을 넘지 않는 미국드라마에 비해서 영국 드라마는 한 에피소드가 거의 90분에 이른다. 함부로 시작할 수가 없다. 한편의 영화에 맞먹는 시간이다. 중간에 잘라서는 그 맛이 떨어지고 만다. 그러니 일부러 시간을 내야만 볼수 있는 그런 에피들인 것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한 에피를 끝낼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결국은 보지 못하고 시즌을 계속 지나쳐 왔다. 셜록:크로니클. 이 책을 보고나니 결심이 들었다. 이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는. 전세계적으로 열광을 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컴버배치가 미친듯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이 드라마를 시작해야겠다는 들게 만드는, 한마디로 이 책, 뽐뿌질의 대마왕급이다.

 

'셜록'이라는 드라마를 만들게 된 발단부터 배역 캐스팅 그리고 시나니리오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드라마를 찍는 과정까지 하나도 빼놓을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를 끈다. 그 어디서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오직 이 책을 통해서만이 볼 수 있는 이야기. 사실 드라마는 보아도 어떻게 이 사람이 이 배역에 캐스팅되고 이 장면을 어디서 찍었고 어떤 사람이 어떻게 그 무대를 만들었고 하는 자세한 이야기는 알기가 힘들다. 궁금하긴 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런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처방책이 바로 이 책이다. 비단 주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외의 인물들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까지 장르를 막론하고 망라하고 있어서 다른 작품에서 그 사람을 찾아보는 재미도 줄 것이다.

 

중간중간 삭제된 장면들을 편집해 놓고 있으니 실제로 드라마를 보면서 어디에서 이 장면이 삭제되었을까를 찾아보는 것도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본과 드라마의 비교 컷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읽었던 원작에서는 분명 이러한 내용이었는데 현대화된 셜록이라는 드라마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표현이 되었는가를 비교해보는 것은 말로 표현할수 없는 짜릿한 즐거움이었다. [춤추는 인형]이라는 책에서는 홈즈가 암호를 푸는 장면이 나온다. 그림처럼 보이는 암호들. 아주 오래전 그 책을 읽으면서 암호를 풀어보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셜록이 설명을 하는 장면을 드라마에서는 첫번째 시리즈 中 두번째 에피소드인 [눈먼은행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그림 암호가 현대로 오면서 은행에서 쓰인 보안코드가 되어 버렸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그 옛날 오래전의 셜록홈즈를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셜록. 그리고 그 셜록을 다시금 낱낱이 해부해 놓은 셜록 크로니클. 드라마 셜록에 관한 연대기를 보았으니 이제는 셜록 케이스북을 봐야 할 타이밍이다. 드라마 셜록의 시즌 1,2 에피소드들이 궁금하다면, 드라마는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볼 자신이 없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셜록이 궁금하다면,  셜록 케이스북을 통해서 완전정복을 꿈꾸길 바래본다. 상상한 것 이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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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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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는 조금 다르게 영어에는 punctuation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말로 바꾸면 구두점이라고 보통 번역을 하는데 말 그대로 마침표나 쉼표 또는 따옴표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글을 비롯해 모든 언어에도 쓰이겠지만  영어라는 언어는 이 구두점이 특히 매우 중요하다. 만약 구두점이 없다면 영어는 그냥 알파벳의 나열만 이루어질뿐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줄임말을 쓰는 표기도, 띄어쓰기도, 마침표도, 쉼표도 없다면 도저히 읽을 수 없게된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원어민도 말할것 없이 구두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원본의 그 구두점이 궁금해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직접 화법이 없다. 즉 다시 말해서 따옴표로 구성된 문장이 없다는 것이다. 있기는 하지만 전부 따옴표가 생략되어서 간접화법처럼 보인다. 그리고 분명 끝나야 하는 문장인데도 불구하고 마침표는 사라지고 없다. 예를 들어보자.

 

누전트 부인은 유리 조심해 유리 조심해 자칫하면 베인다 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뇨 안 다쳐요 하고 필립이 말한다 다칠 거야 하고 누전트 부인이 말한다 그러자 필립은 깨진 유리조각 한 줌을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잔뜩 흥분하기 시작한다.(91-92p)

 

기본적으로 두서너개의 문장이 합해져 있으며 따옴표 뿐 아니라 몇개의 문장의 마침표도 빠져있다. 전체가 다 빠지면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중간중간 잊지 않고 찍어준 것일까. 원서에서는 띄어쓰기는 해 놓았을까? 단지 마침표만 없는 것일까. 원서를 보고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구두점이 없는 사태가 독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처음에는 책의 오타가 난 줄 알았고 읽다보니 오타가 아니라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천천히 이해하면서 읽게 만드려는 의도.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비채의 책중에서 '블랙앤 화이트' 시리즈가 있다. 밝은 책과 어두운 책을 번갈아 내는 그런 시리즈. 그리고 모중석 시리즈가 있다. 기회다의 의도대로 여러나라의 스릴러들을 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시리즈다.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모던앤클래식' 시리즈가 있다. 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렵게 읽히는 것이 이 시리즈다. 아무래도 문학작품이다 보니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편이다.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어렵게 읽히지만 나중에 소가 여물을 씹듯 다시 되새겨 생각해보면 '아, 그런 의미였구나' 하고 다시 느끼게 되는 것. 그런 식으로 다시 곱씹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 바로 모던 앤 클래식이다. 현대의 책들과 고전의 조합.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주는 그런 특징이 있다.

 

푸줏간 소년은 199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신문에 기사화 되기도 했었던 꽤 유명했던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이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한 소년의 삶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불안과 증오들을 나타낸다는 내용이라고 보고 읽는다면 조금은 쉽게 소년에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과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없어졌다고 생각해보라. 단 하나뿐인 친구였는데. 그 소년의 방법이 잔혹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되는 시점이다. 바로 어제도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그 범인은 왕따문제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 외톨이로 남아 있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이 사회의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 책 한권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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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12-31 00:57   좋아요 0 | URL
부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무명씨 2016-01-12 11:44   좋아요 0 | URL
절대로 그런 아이가 없길 바라죠. 현실상에서는 절대로.
 
엔더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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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핑크. 이런 모든 색을 다 한꺼번에 섞어 버리면 어떤 색이 나올까. 그것은 바로 검은색, 블랙이다. 블랙 로맨스 클럽은 모든 종류의 로맨스들을 다 다루고 있다. 좀비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웜바디스', 한편의 sf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리부트', 때로는 추리와 결합된 발랄한 로맨스를 보여주기도-'선암여고 탐정단'- 한다. 정말 오랜만의 블랙로맨스클럽. 이번에는 '스타터스'의 속편이다. 스타터스를 읽지 않았고 이 책만 읽는다 하더라도 재미나게 읽을 것이 분명하지만 혹시 이전에 스타터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야말로 완결판이다.

 

첫 작품답지 않는 필력을 자랑했던 리사프라이스의 스타터스, 나이가 많은 엔더들이 자신의 젊음을 되돌릴수는 없으니 젊은이들의 몸을 빌려서라도 젊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야심을 품고 시작된 굉장한 작품이었다.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해 낼 수 있었는지 정말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엔더스. 스타터스가 스타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면 이번에는 그 이야기에서 살아남은 캘리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아픈 동생을 위해서 돈이 필요했던 캘리는 바디뱅크에 가서 자신의 몸을 빌려주지만 그 바디뱅크가 없어지면서 그녀는 더이상 그런 생활을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 더군다나 자신의 몸을 빌려갔던 헬레나는 자신과 그녀의 손녀 앞으로 집을 남겼고 그러므로 인해서 편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것이다. 그저 그렇게 평안한 생활이 계속되었으면 좋으련만 신발을 사러 나간 동생을 만나러 간 쇼핑몰에서 그녀는 자신의 생각속에 들어온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올.드.맨.

 

프라임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녀의 몸에 있는 칩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녀의 머리속에 심겨진 칩을 통해서 언제든 올드맨은 그녀의 생각을 침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그것을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아주 명확하게 잘 보여준다. 그녀 앞에서 스타터를 폭파시킨것. 그 스타터 역시 머리속에 칩이 숨겨진 메탈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머리속에 폭탄이 심겨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아니 폭탄을 둘째치고 끊임없이 내 머리속에서 이야기하면서 나의 생각을 침해하는 그 어떤 존재가 있다면 어떠한가. 그는 나를 통해서 모든 것을 보고 심지어 나를 움직일 수 있기까지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일뿐 내 쪽에서 반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을 그가 듣기는 하지만 나의 그의 숙주일뿐 단지 내 인격과 내 인성은 존재하지 않은 채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올드맨. 그는 도대체 왜 캘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다른 모든 스타터들은 살인을 할 수 없는 칩이 심겨져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캘리에게 심겨진 칩은 살인가능명령을 수행할 수 있다. 그녀는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올드맨은 특별한 그녀를 통해서 누구를 죽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일까. 흔히 스릴러에서 행해지는 반전이 sf적인 느낌이 강한 이 책에서 드러난다. 사실 다른 추리나 스릴러 장르를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벌써 예측했을것이고 그렇게 흘러가겠다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버리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나하나 풀어가는 그리고 정리되어 가는 이야기들. 캘리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머리속의 칩을 제거할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그리고 올드맨과의 관계 또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반격에 반격을 거듭하면서 결말을 향해가는 엔더스. 누구나 스타터였고 미들을 지나서 엔더가 된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일까. 다시 한번 캘리의 활약상에 몸을 맡겨볼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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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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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빠르고 긴급한 분위기, 속도감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터지고 깨지고 죽이고. 이런 분위기들의 책만 읽는 저에게 가끔씩 읽는 로맨스 소설이나 다른 장르의 소설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죠. 주로 에쿠니 가오리의 글들이 그러합니다. 오랜만에 그녀의 책을 읽어봅니다. 가족 이야기라고 해서 그녀 특유의 소재가 드러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럴리가요. 있습니다. 불륜같지 않은 불륜. 이 속에도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확 하고 드러나지 않을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읽은 대부분의 그녀의 책에는 불륜 아니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사랑이라고 합시다. 그런것이 항상 존재했었습니다. 때로는 삼각관계(반짝반짝 빛나는,잡동사니), 때로는 사각관계(달콤한 거짓말)도, 그리고 팔팔한 청춘들의 사랑(도쿄타워,열정과 냉정사이)도,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의 사랑(하나님의 보트)도. 가지각색 여러가지 모양의 사랑들의 그녀의 책 속에서는 존재해 왔습니다.

 

그녀가 가족을 소재로 한 책에는 '소란한 보통날'이 기억속에서 존재합니다. 그저 평범한, 보통의 일반적인 가족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특별한 가족 구성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그런 가족- 아, 물론 그 속에서도 이상한 사랑은 존재합니다-의 일상을 그린 책이었지요. 겉으로는 다른 가족과 조금도 달라보일것 없는 가족이지만 그들의 소란한 보통날이 또 시작됩니다. 그런 반면 이번 가족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대가족입니다. 분위기도 전혀 다릅니다. 어떤 가족일지 궁금하신가요.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하면 당연히 생각하던 분량의 두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번에는 만만치 않은 두께입니다. 5백7십여 페이지. 평상시 읽는 스릴러 소설에 비하면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닐지 몰라도 가오리, 그녀의 책 치고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합니다. 궁금해집니다. 그녀가 쓰고 있는 이 가족이 말이죠. 그녀가 쓰는만큼 평범한 가족을 생각하면 안 될것은 확실합니다.

 

일단은 러시아와 일본의 혼혈입니다. 엄마쪽이 그렇죠. 할머니가 러시아 사람 그리고 할아버지는 일본사람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엄마와 밑으로 여동생 그리고 남동생. 둘째딸인 리쿠코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모와 외삼촌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결혼하지 얼마 안되서 돌아온 이모와 그렇지 않아도 튀는 외모에 선탠을 즐기는 외삼촌. 그러나 리쿠코에게는 그들이 있으므로 해서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합니다. 리쿠코는 노조미라는 언니가 한명 있고 오빠가 한명 그리고 한살 차이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사남매죠. 많아 보입니까? 그 넷 중 두 사람은 리쿠코와 엄마 또는 아빠가 다릅니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걸까요.

 

이야기는 어느 한 시대를 정해서 쓰여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60년대를, 때로는 2000년대를 오고 가며 서술됩니다. 어느 일정 시점이 아니라 60년대부터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물론 시간적 배경이 다른만큼 공간적 배경도 이곳, 지금의 일본이 아닐때가 있습니다. 타임슬립되는 이야기도 아닌데 뭐 그리 왔다갔다 하느냐며 불만을 이야기하실수도 있겠지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식구가 많은만큼 저마다의 이야기를 별개의 이야기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가족의 각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지 않을까요. 헷갈리지 않냐고요.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의 이야기인가 모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연도를 자세히 보면 누구의 이야기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도도 모르시겠다면 제일 앞에 있는 식구 소개를 참고로 해보십시오.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추측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모, 유리의 이야기가 가장 관심이 갑니다. 언니인 기쿠노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유리. 그녀는 딱 한 번 선 본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자신은 언니처럼 독립적이지도 않고 일을 할 수도 없다면서 괜찮은 사람인듯 해서 결혼을 하지요. 하지만 그 집은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이상적인 장소는 아니었나 봅니다.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줄 알았던 남편조차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시엄마는 하나하나 일일이 참견을 하지요. 그 부부사이의 은밀한 문제까지도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6개월만에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진- 자신의 의사가 아니라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돌려보낸 - 유리. 그녀가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돌아온 이 곳에서 그녀는 전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을 두고서 말입니다. 엄마보다도 더 조카를 돌보고 신경을 쓰는 그녀가 이해됩니다. 그녀가 행복한 자신만의 삶을 찾았으면 하고 바라게도 됩니다.

 

삼대의 가족을 기본으로 한 가족의 대하 역사 드라마. 에쿠니 가오리, 그녀 특유의 담담함이, 섬세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책입니다. "불쌍한 알렉세이에프" 내가 이렇게 말을 하면 누군가 그 가족중에 한 명이 "비참한 니진스키"라고 대답해 줄 것만 같아지는군요. 그들의 집에 한번쯤은 초대받아 가보고 싶은 그런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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