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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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는 조금 다르게 영어에는 punctuation이라는 것이 있다. 한국말로 바꾸면 구두점이라고 보통 번역을 하는데 말 그대로 마침표나 쉼표 또는 따옴표 같은 것들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글을 비롯해 모든 언어에도 쓰이겠지만  영어라는 언어는 이 구두점이 특히 매우 중요하다. 만약 구두점이 없다면 영어는 그냥 알파벳의 나열만 이루어질뿐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줄임말을 쓰는 표기도, 띄어쓰기도, 마침표도, 쉼표도 없다면 도저히 읽을 수 없게된다.

 

그래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원어민도 말할것 없이 구두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원본의 그 구두점이 궁금해진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직접 화법이 없다. 즉 다시 말해서 따옴표로 구성된 문장이 없다는 것이다. 있기는 하지만 전부 따옴표가 생략되어서 간접화법처럼 보인다. 그리고 분명 끝나야 하는 문장인데도 불구하고 마침표는 사라지고 없다. 예를 들어보자.

 

누전트 부인은 유리 조심해 유리 조심해 자칫하면 베인다 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뇨 안 다쳐요 하고 필립이 말한다 다칠 거야 하고 누전트 부인이 말한다 그러자 필립은 깨진 유리조각 한 줌을 들고 그 자리에 서서 잔뜩 흥분하기 시작한다.(91-92p)

 

기본적으로 두서너개의 문장이 합해져 있으며 따옴표 뿐 아니라 몇개의 문장의 마침표도 빠져있다. 전체가 다 빠지면 읽지 못할 것 같아서 중간중간 잊지 않고 찍어준 것일까. 원서에서는 띄어쓰기는 해 놓았을까? 단지 마침표만 없는 것일까. 원서를 보고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 구두점이 없는 사태가 독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처음에는 책의 오타가 난 줄 알았고 읽다보니 오타가 아니라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부러 천천히 이해하면서 읽게 만드려는 의도.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비채의 책중에서 '블랙앤 화이트' 시리즈가 있다. 밝은 책과 어두운 책을 번갈아 내는 그런 시리즈. 그리고 모중석 시리즈가 있다. 기회다의 의도대로 여러나라의 스릴러들을 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시리즈다. 그리고 이 책이 포함된 '모던앤클래식' 시리즈가 있다. 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렵게 읽히는 것이 이 시리즈다. 아무래도 문학작품이다 보니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 편이다. 문학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어렵게 읽히지만 나중에 소가 여물을 씹듯 다시 되새겨 생각해보면 '아, 그런 의미였구나' 하고 다시 느끼게 되는 것. 그런 식으로 다시 곱씹게 만드는 그런 책들이 바로 모던 앤 클래식이다. 현대의 책들과 고전의 조합. 현재와 과거를 연결해주는 그런 특징이 있다.

 

푸줏간 소년은 1997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작품이다.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신문에 기사화 되기도 했었던 꽤 유명했던 작품이었다. 한 소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이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왕따를 당하는 한 소년의 삶을 통해서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불안과 증오들을 나타낸다는 내용이라고 보고 읽는다면 조금은 쉽게 소년에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자신과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없어졌다고 생각해보라. 단 하나뿐인 친구였는데. 그 소년의 방법이 잔혹하기는 했지만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는 되는 시점이다. 바로 어제도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발생했다. 그 범인은 왕따문제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 외톨이로 남아 있어서 그런것이 아닐까. 이 사회의 문제점이 어디 있는지 책 한권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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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놀이 2015-12-31 00:57   좋아요 0 | URL
부디 푸줏간소년 같은 아이가 없기를...

무명씨 2016-01-12 11:44   좋아요 0 | URL
절대로 그런 아이가 없길 바라죠. 현실상에서는 절대로.